반응형

 

SF 소설 '마션'으로 유명한 작가 앤디 위어의 세번째 작품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공통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과학자가 고군분투하며 생존한다'라는 큰 줄거리와, 마주한 상황은 우울하지만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을 유지하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 또한 비슷합니다. 하지만 헤일메리에는 추가된 요소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혼자가 아니라 똑똑한 외계인 친구와 함께라는 것. 그리고 이번엔 단순히 생존이 문제가 아니라 둘이서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것.

 

태양의 빛을 흡수하는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 미생물로 인해 태양빛은 서서히 줄어들며 그 감소량이 10%만 되어도 인류는 기후 변화, 식량 부족등으로 멸망하게 됩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스트로파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별 타우세티로 향하게 됩니다. 몇 년 동안 코마 상태로 우주여행을 한 끝에 그레이스는 타우세티에 도착해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게 됩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상황파악을 하는 중에 난데없이 또 다른 우주선을 마주치게 됩니다. 지구와 똑같이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멸망을 앞둔 행성에서 똑같은 목적으로 타우세티에 우주선을 보낸 것이죠. 그렇게 만나게 된 지구인 과학자 그레이스와 에리디언 기술자 로키의 우당탕탕 우주 활극이 시작됩니다. 

 

우주에서의 현재 스토리와 지구에서의 과거 기억이 교차되면서 보여지는데, 마지막에 사실 그레이스는 자발적으로 우주에 온 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왔다는 반전이 드러납니다. 그레이스가 대범함을 가진 특출난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게 소심한 겁쟁이라는 것이 더욱 몰입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그가 해낸 일들은 그가 특별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정말로 선의로 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마지막에 지구로 귀환하려다가 위기에 빠진 로키를 구하기 위해 지구행을 포기하고 다시 로키를 향해 돌아올 땐... 눈물이 핑 돌정도로 뭉클했습니다. 그레이스가 자긴 식량이 없어서 곧 죽을 거라고 하니까 다시 지구로 돌아가라며 구조를 거부하는 로키ㅠㅠ... 와이 엠 아이 쿠라잉....  지구에 돌아가진 못했지만 다행히 비틀즈를 통해 보낸 타우메바를 통해 지구를 구할 수 있었고, 그레이스는 에리다니에 정착해서 지구에서처럼 다시 과학 선생님이 되어서 그곳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지구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긴 한데 (특히 스트라트...) 그래도 두 행성을 모두 구해냈고, 록키와 그레이스도 우정을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입니다. 그레이스는 지구로 돌아갔다면 완전 세계적인 영웅이 되었을 텐데 아쉽...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 록키를 죽게 내버려 둔다는 건 말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지만ㅠㅠ 

 

개인적으론 마션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션은 주인공이 혼자 뚝딱거리는데, 여긴 둘이서 같이 뚝딱거리니까 두배로 재밌습니다ㅋㅋ 그리고 둘의 우정이 너무나 감동적이라ㅠㅠ 제 인생작 중 하나라고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글

2023.02.27 - [소설 리뷰] - [리뷰/후기] 마션 - 긍정력 맥스 화성 표류자가 찍는 캐스트 어웨이!

 

반응형
반응형

 

SF가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읽기가 꺼려졌는데, 읽고 보니 웬걸,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가벼운 코메디에 감동과 인류애 한 스푼 섞은 따뜻한 책입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션이 유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비티 같은 좀 어렵고 묵직한 영화일 줄 알고 안 봤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도 보고 싶네요ㅋㅋ

 

스토리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사고로 인해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 우주비행사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로빈슨 크루소 스타일의 생존기를 찍다가 마지막엔 구조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소설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있는데 뭐... 충분히 이해가 가는 평이긴 합니다ㅋㅋ 소설 나레이션이 진짜 어마어마한 설명충 스탈이라.... 과학적, 기술적 고증이 매우 철저한데, 그 설명이 과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초반에는 설명 하나하나 흥미롭게 읽었는데 갈수록 과해져서 대충 읽으면서 넘어갔습니다ㅋㅋ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고 와트니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대충 흐름 정도만 알면 되기 때문에 우주알못이여도 읽을만합니다. 설명 때문에 좀 지루하다가도 와트니의 위트 있는 말과 행동들이 기대돼서 계속 읽게 됩니다. 와트니의 상황은 누가 봐도 답 없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화성에 혼자 덜렁 남겨졌는데 모두들 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몇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지구에 알려야 하며, 어찌어찌 알린 후에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몇 년을 화성에서 혼자 버텨야 합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와트니는 좌절하지 않고 감자를 재배해서 식량을 만들고, 오래전 버려졌던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찾아서 지구와 소통을 성공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긍정력, 창의적인 사고로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갑니다. 

 

와트니뿐만 아니라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사 사람들과 헤르메스호에 있는 아레스 3팀 멤버들 모두 유머러스하고 위트를 잃지 않습니다. 사실상 책 전체에 미국식 조크들이 잔뜩이라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같은 묵직한 SF물이 아니라 무슨 미국 시트콤 같은 느낌입니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와트니 한 명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우당탕탕 무대뽀 스탈로 어찌어찌 구조 과정이 진행이 되는데, ("이게 돼...?"의 연속 ㅋㅋ) 마지막에 구조가 성공하고 화면으로 지켜보던 지구 사람들이 다 같이 환호하는 부분에선 그냥 텍스트일 뿐인데도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벅차오르더라고요ㅋㅋ 괜히 헐리웃에서 영화화한 게 아닌... 

 

앤디 위어 작가는 마션으로 데뷔해서, 이 후로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 소설을 썼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리뷰가 좋아보여서, 이젠 바로 헤일메리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소개글은 오히려 마션보다 이쪽이 더 흥미로워 보여서 기대되네요ㅋㅋ

 

관련 글

2023.03.11 - [소설 리뷰] - [리뷰/후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 엔지니어 외계인 친구와 우당탕탕 우주 생존기!

반응형
반응형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 중 한명인듯 합니다. 커뮤에서 추천글을 자주봐서 그런지 작가의 책을 읽어본적 없던 저에게 조차 익숙했던 이름입니다. 무작정 작가가 최근에 쓴 책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었는데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작가에 대해 안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던 중 마침내 그의 대표작이라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단박에 이해 했습니다 ㅋㅋ 추리는 둘째치고 일단 드라마적 구성이 정말 좋네요. 출퇴근길에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보통 추리물들은 범인의 정체와 범죄 수법을 추리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사건의 전말, 범인과 공범의 정체를 다 알려줍니다. 하나오카 야스코와 그녀의 딸 미사토는 그들을 예전부터 괴롭혀 온 전 남편 도미가시 신지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됩니다. 옆집에 살던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데츠야는 살인을 저지른 후 어쩔 줄 몰라하는 모녀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줍니다. 이시가미가 디자인한 완벽범죄를 파헤치는 상대는 바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입니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경찰들의 수사를 종종 도와주며 "탐정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대학교 동창으로, 서로의 천재성을 익히 알고 인정하던 동료였으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 둘은 학회가 아닌 살인 사건 조사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됩니다. 서로 체스를 두듯 이시가미가 설치해 놓은 트릭으로 경찰 조사에 혼선을 주면 유가와는 이시가미의 수를 간파하며 다음 수를 예측합니다. 모녀의 안쓰러운 상황과 이시가미의 헌신에 동정하며 그들을 응원하다가도, '그래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양가감정을 느끼면서 작품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결국 유가와로 인해 궁지에 몰린 이시가미는 마지막 한수를 둡니다. 자신이 설치해 놓은 여러 장치들이 다 간파당했을 경우,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 계산한 그의 최후의 한 수는 바로 자신이 직접 범인으로 자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자수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자수가 거짓이라면 결국엔 들통날 것이기에, 본인이 진짜로 살인을 저질러서 진짜 범인이 되기로 합니다. 그는 기존의 사건과는 아무 관계없는 노숙자를 죽이고 이미 죽은 도미가시인 것처럼 위장하여, 두개의 살인 사건을 하나의 사건인양 뒤섞어버리고 수사에 혼선을 일으킵니다. 형사들은 도미가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엉뚱한 사람이 죽은 사건에 대해서 야스코에게 묻고 있었고, 야스코는 그 사건 당일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초반부터 동네 노숙자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게 나왔는데, 이시가미의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이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떡밥이었습니다ㄷㄷ 살인 동기로는 야스코를 지키기 위해 전 남편을 살해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하나오카 야스코의 스토커임을 자처합니다. 이시가미가 스토커스럽게 행동할때마다 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은 자수할 때 상황까지 계산해서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니ㅠㅠ 사회성 떨어지는 변태라고 욕하면서 읽었는데 미안하다...ㅠㅠ

작품 제목에 나오는 '헌신'이란 당연히 야스코를 향한 이시가미의 말도 안 되는 헌신입니다. 작품 내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마지막에 살짝 이시가미의 사연이 나옵니다.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품고 있던 감정은 사실 변태적이거나 이성적인 감정이라기보단 그냥 아름다운 것은 지켜주고 싶은 순수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모녀는 자살까지도 생각하던 이시가미의 무의미한 삶에 남아 았던 일말을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름답다고 하긴 힘들지만 대단한 희생과 사랑인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헌신도 마지막엔 야스코의 자수로 무의미하게 되었지만... 감정표현이 없던 이시가미가 짐승처럼 포효하는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작품의 메인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야스코의 썸남인 구도가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야스코 호스티스 시절에 단골 손님이었다던데, 무슨 옛날 절친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게 저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그때 구도는 유부남이었고, 구도의 와이프는 암투병 중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위로받기 위해서 호스티스인 야스코를 보러 갔다고...;; 웃긴 게 작품 내에선 구도가 매너 있고 멋진 남자인 것처럼 나오고, 야스코는 구도의 가슴 아팠던 상황을 몰랐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를 동정합니다. 제가 볼 땐 그냥 무책임한 개객기 유부남과 호스티스(여기도 애 있는 유부녀..)의 불륜인 거 같은데 아련한 로맨스인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침투해서 읽으면서도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게 되던... 이런 게 성진국 니혼의 흔한 문화...?? (아직도 혼란) 이시가미의 헌신과 비교군으로 등장한 거 같은데 어... 둘 다 정상은 아니라서 어떻게 비교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ㅋㅋㅠ


반응형
반응형

 

작가 김은숙+배우 송혜교 조합에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로 제작 발표 때부터 주목받았던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하지만 개인적으론 작가나 배우의 스타일이 제 취향은 아니라서 별생각 없었는데, 회사 동료가 제발 보라고 계속 영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ㅋㅋ 영업당해서 다행이지 안 봤으면 커뮤에서 도는 더글로리 밈들 이해 못 할 뻔ㅠㅠ 

 

사실 줄거리만 봤을땐 막장드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사이다 복수극 같은 거라 크게 특별해 보이진 않습니다.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주인공 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나 캐릭터들을 참 입체적으로 재밌게 그려냈구나 싶었습니다. 수많은 대사들이 패러디되고 유행어로 도는 걸 보면 역시 은숙쓰 글빨 죽지 않았구나 싶고.... 특히 학폭 가해자들의 천박함이 참 다채롭게 표현되었습니다. 돈으로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갑질하는 사람, 하느님에게 다 용서받았으니 피해자에겐 사과할 필요 없다는 사람, 처벌을 피하기에 급급하여 진심 없는 사과를 늘어놓는 사람...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입니다. 여러 유형의 가해자들이 늘어놓는 핑계는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그런 악랄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는 주인공 동은이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복수극에선 흔히 마지막에 복수의 끝은 허무하다는 둥, 상대와 같은 류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둥 하면서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더글로리는 그런 어쭙잖은 용서나 동정 따위 없이 철저하게 가해자들을 무너뜨릴 것 같아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동은이에게 책임전가하며 뺨까지 때리던 그 담임쌤이 순식간에 죽어서 퇴장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등장인물들이 가차 없이 죽어나갈 것 같아서 설렙니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점은 김은숙 작가 본인은 사적 제재를 옹호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것. 동은의 복수는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듯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수입니다.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가해자들을 직접 벌한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더욱 사이다를 느끼고 응원하게 되는 건데 정작 작가님 본인은 반대의 입장이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왠지 이 사실로 유추해 본다면 이 작품의 엔딩은 우리가 바라는 단순한 사이다+동은이 꽃길 인생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결국엔 다 같이 파멸하는 엔딩이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스터에 대놓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라는 문구가 나오는 걸 보면ㅠ  

 

현재 8화까지 파트1이 공개되었고, 3월쯤 파트 2가 나온다고 합니다. 다음 파트에서 가해자들 다 죽어나갈생각하니 벌써  떨리네요 후.... 3월까지 어떻게 기다려ㅠㅠ

반응형
반응형

 

건담 시리즈라고는 1도 모르지만 백합덕후들이 환장하는 것을 보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건담이니 메카물이니 뭐 이런 장르에 대한 깊은 분석력은 저에게 하나도 없고 저는 그냥 백합덕후일 뿐입니다...^.ㅠ.... 사실 처음엔 주인공의 송충이 눈썹에 거부감이 들어서 초반 호평에도 불구하고 손이 안 갔는데 진행되면서도 계속 평이 좋길래 봤습니다. 아무리 주인공 비주얼이 취향이 아니어도 이렇게 평 좋은 백합물을 놓칠 순 없기 때문에!!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건담 시리즈의 오래된 고인물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리즈 최초의 새로운 여성 주인공 내세웠고, 젊은 세대를 노리기 위해 가벼운 스토리에 접근성이 좋은 학원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배경지식 하나도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뒤로 갈수록 학원물 보다는 기업물? 정치물? 느낌으로 흐르면서 건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좀 어려워지긴 하더라고요... 학원물일 때가 좋았는데ㅠ 해리포터가 가벼운 학원물에서 시리어스 한 판타지로 진행되는 걸 보는 느낌...? 

 

주인공 슬레타가 학교에 적응하며 실력으로 주변 학생들에게 인정받고 미오리네와 얼떨결에 약혼을 하게 되는 과정은 재밌었는데, 중간부터 갑자기 학생들끼리 건담 회사를 차리는 전개부터 스케일이 엄청 커지면서 좀 읭?하는 느낌이다가 막판에는 갑작스러운 테러 어택과 함께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본격적으로 건담스러운 작품이 됩니다 (건담이니까 당연하긴 한데...)

 

1화와 12화의 수미상관...

 

특히 12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충격과 공포...12화 초반에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코앞에서 처음으로 목격하고 멘붕에 빠졌던 슬레타가 엄마와의 대화 후 갑자기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사람을 무슨 파리 잡듯; 건담 손바닥으로 터트려 죽이고는 해맑게 웃습니다. 미오리네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살인이긴 했지만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는건 완전 다른 문제죠.... 당연히 미오리네는 기겁하며 공포에 어린 눈빛으로 슬레타를 바라보며 시즌이 끝납니다. 도대체 이 둘이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분명 11화까지만 해도 너희들 사이좋았잖아... 말랑말랑한 백합물 바이브였는데ㅠㅠㅠ 슬레타가 이렇게 된 데에는 슬레타가 크게 의존하는 어머니 프로스페라 머큐리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죽은 사람을 보고 패닉이 온 슬레타에게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살인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라, 이런 식의 말을 하며 위로하는데, 그 말에 영향을 씨게 받은 건지 완전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슬레타... 사실 프로스페라 머큐리는 전부터 계속 쎄한 모습이 나오죠. 처음에는 그냥 슬레타와 무척 사이좋은 모녀지간 같아 보였지만 에어리얼이 건담이라는 사실을 쭉 숨겨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부터는 무시무시한 흑막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파일럿들을 죽음까지 몰아넣을 수도 있는 건담에 딸을 왜 태운 건지, 왜 슬레타는 건담을 타면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멀쩡한 건지, 여러 의문들이 있지만 슬레타에게 전혀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슬레타를 위해서 그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슬레타는 엄마말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무조건적으로 믿고 신뢰합니다. 다음 시즌에선 아마도 슬레타가 엄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지, 아니면 엄마 밑에서 쭉 세뇌당하면서 꼭두각시처럼 지낼지가 중요 시청 포인트가 될듯합니다. 미오리네는 시즌1에선 아버지 델링과 각을 세우는 장면이 많았다면, 시즌2에선 프로스페라 머큐리와 충돌하는 장면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좀 예상 밖의 전개이긴 하지만 이런 다크한 멘붕물 올만이라 좋네요ㅋㅋ 이런 멘붕 반전을 12화 마지막에 넣어버리다니... 어떻게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ㅠㅠㅠㅠ 그래도 시즌2는 올해 4월에 시작한다고 하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ㅠㅠ 

반응형
반응형

 

아바타2를 보러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이 영화관에 갔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처음으로 가보는 4DX관!! 처음에 영화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부모님들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아바타 1편 내용 기억 안 난다, 2편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등등ㅋㅋ) 다 끝났을 때 반응은 좋아서 나름 뿌듯했습니다. 오히려 1편 때보다 2편 때가 더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1편 때는 3D 영화가 처음이라 시각적으로 어지럽고, 주인공이 본체와 아바타를 왔다 갔다 하는 설정이 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오히려 이번 2편은 비주얼적으로 더 매끄러워져서 보기가 편했고, 스토리도 이해하기 쉬웠다는 평. 솔직히 1편 때는 최초 3D 영화라 진짜 컬처 쇼크 느낌이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워낙 3D 영상에 익숙해져서 이번 2편은 그 정도의 충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황홀한 그래픽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의자에서 오는 진동도 영화에 박진감을 더해주며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길이에도 불구하고 지겹다는 느낌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판엔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참느라 좀 고생하긴 했습니다ㅋㅋ ㅠㅠ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재밌게 본 영화인건 맞지만 스토리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건 후기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인 듯합니다. 1화 때도 스토리가 뭔가 늑대와 함께 춤을, 포카혼타스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특출 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2화는 보면서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제이크 가족이 인간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숲 부족을 떠나서 바다 부족 사이에 숨어 사는 게 좀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단순히 떠난다고 숲 부족이 안전해질지? 조용히 살다가 피해본 바다 부족은 무슨 잘못...?), 개인적으로 제일 황당하게 느껴졌던 건 쿼리치에게 잡혀간 스파이더가 너무나 쉽게 태도가 바뀌어서 인간들의 가이드가 되어버린 것. 스파이더를 인질이랍시고 잡아왔는데 뭐 딱히 포박하지도 않고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것도 계속 이상했고, 그리고 막판엔 스파이더와 쿼리치 대령이 갑자기 애틋한 부자사이가 되어서 서로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며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스파이더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 갔습니다ㅠ 중요 캐릭터인 거 같긴 한데 롤이 도대체 뭔지ㅠ 키리의 과거에 대한 떡밥도 꽤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떡밥을 뿌리기만 하고 제대로 수거는 안 하는 거 보면 아마 다음 편에서 내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막 대박 재밌다!!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보기엔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음 편도 꼭 영화관에서 볼 테니 카메론쌤 오래 무병장수 하시길...ㅠ

 

반응형
반응형

 

전작이었던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 (레알세)를 굉장히 재밌게 한 저는 스칼렛 바이올렛 티저가 떴을 때부터 큰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소드 실드 전까진 제대로 포켓몬을 해본 적도 없는 제가 예구까지 해본 최초의 포켓몬이 바로 이번에 나온 스바... '레알세 엔진과 배틀 시스템이면 재미는 보장이지'라는 생각으로 질렀습니다. 레알세는 본가에서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확신을 했는지 모르겠네요ㅋㅋㅠ

 

그리고 메타 스코어가 뜨면서 쎄해지는 이 기분... 예전에 사이버펑크 예구했을때와 비슷한 느낌이...^.ㅠ... 최소 메타스코어 80은 찍는 포켓몬인데 스바는 72점을 찍으면서 본가 시리즈 역사상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버그의 향연으로 넷상에서 밈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사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ㅠㅠ 아니 왜 내가 예구하는 게임들은 다 이러냐고... 아무튼 게임은 이미 도착했으니 일단 해보기로 합니다. 

 

결과적으론 레알세보다 더 오래 즐긴 게임이 되었습니다. 레알세를 한 40시간 플레이하고 엔딩보면서 나름 오래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스바는 50시간 넘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체감상으론 20-30시간 정도 한 거 같았는데 뭐지 이 당황스러운 갓겜은...;; 엄청난 망겜인줄 알고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의외로 갓겜이었습니다ㅋㅋ 메타보고 쫄지 마시고 츄라이 츄라이... 온갖 엉망진창 버그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솔직히 저는 게임을 하는 동안 큰 문제는 겪지 못했습니다. 뭐 종종 날지 못하는 포켓몬이 날아다니거나, 배틀장 한가운데 포켓몬 대신 트레이너가 서있거나, 마을 사람들이 다 로봇처럼 걸어 다니거나... 이런 소소한(?) 문제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래도 플레이하는데 지장 있을 정도의 큰 버그는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포켓몬은 메인 스토리를 쭉 따라가는 일자형 스타일인데 (레알세도 메인+서브퀘 구성) 스바는 포켓몬 최초 오픈월드 게임을 자처하며 정해진 순서없이 진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메인을 구성하는 3가지 루트가 있는데 각 루트를 담당하는 세명의 라이벌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 루트들을 다 완료해야만 메인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메인 스토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게 -포켓몬치곤- 흥미롭긴 했지만, 솔직히 오픈 월드라고 하기엔 자유도나 컨텐츠가 많이 떨어집니다. 마을에 있는 npc들과 상호작용도 없고, 마을에 있는 건물들도 체육관이나 학교 정도 제외하면 들어갈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체육관 관장들의 레벨도 고정이라서, 체육관 설명글에 나오는 난이도에 따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순서가 그렇게 자유롭진 않습니다. 그래도 발전된 편의성, 화려한 이펙트를 갖춘 도감의 퀄리티, 학교 수업을 통해 제공하는 상세한 정보 등 발전된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스토리!! 그리고 엔딩!!! 세명의 라이벌들이 다 개성있게 매력이 있고, 다들 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네모는 짠하다기 보단 배틀에 미친 순수한 광기 인간 같다는 느낌이지만ㅋㅋ 페퍼와 모란은 라이벌이라기보단 동료에 가깝습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이 여행을 통해서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페퍼...ㅠㅠ 엔딩을 위해 에리어 제로에 진입하면서부터 레전드 포켓몬, 그리고 페퍼의 아버지인 투로박사 (이건 바이올렛. 스칼렛은 올림박사)에 관련된 스토리가 풀리는데 상당한 반전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 전개를 보여줍니다. 제가 기억하는 포켓몬은 너무 전개가 단순해서 심심하거나, 아니면 억지스럽게 반전을 넣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SF물의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여기부터 스포))) 페퍼가 원망하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이고, 줄곧 주인공과 페퍼에게 말을 걸던 인물은 바로 투로박사의 기억을 가진 AI입니다. 투로 박사는 신세계를 꿈꾸며 미래(바이올렛)/과거(스칼렛)의 포켓몬을 현재로 가져오는 타임머신을 발명했지만 오히려 현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고, AI박사는 주인공 일행에게 타임머신을 멈춰주길 부탁합니다. 하지만 AI박사는 타임머신 방어 시스템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ㅠㅠ 본인의 파멸을 부탁하며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 타임머신을 중지시키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게 됩니다. 떠나기 전에 페퍼에게 무신경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사랑했다는 말을 남깁니다. 하 있을 때 잘하지 다 죽고 AI 된 후에야 말하면 어쩌냐고ㅠㅠ...

 

이렇게 엔딩을 보고나면 체육관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되고, 학교에서 토너먼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모, 페퍼, 모란의 후일담이 풀립니다. 그 외로 할 수 있는 서브퀘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선호도를 맥스로 쌓고 할 수 있는 레전드 포켓몬 잡기, 비전 달콤 스파이스 구하기, 도감 완성하기 정도가 있습니다. 제가 해본 포켓몬 게임이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 게임 중엔 제일 기억에 남고 깔끔한 스토리였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좋다고 해서 다음에도 이렇게 게임 내놓으면 죽는다 겜프릭아...^^... 개인적으론 레알세 배틀 시스템 다시 체험해보고 싶은데... 제발...ㅠㅠ

반응형
반응형

 

베스페리아는 제가 2번째로 접해본 테일즈 시리즈입니다. 첫번째는 몇 년 전 플스로 했던 베르세리아... 나름 최신작(?)인 베르세리아도 옛날 게임처럼 조작이나 진행이 불편했는데, 베스페리아는 더 오래된 08년도 게임을 리마스터한 거라길래 큰 기대 안 하고 그냥 저렴한 맛에 사봤습니다. 오래전 게임이지만 아직도 베스페리아는 테일즈 시리즈 중에서 명작이라 꼽히며 인기가 많더라고요. 겉표지만 봤을 땐 그다지 안 끌렸는데, 시작하고 보니 웬걸...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습니다. 아기자기하면서 깔끔한 그래픽, 유포터블이 참여한 준수한 퀄의 애니메이션, 손맛이 느껴지는 찰진 전투, 방대한 메인 스토리와 서브퀘... 숨어있는 파고들기 요소가 매우 매우 많은 게임이라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플탐 100시간 정도는 쉽게 넘길 듯합니다. 저는 공략 보면서 메인만 달렸는데 엔딩 보는데 43시간이 걸렸습니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JRPG를 찾으시는 분들에겐 강추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고전 JRPG 답게 불편한 요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던전 안에 제대로 된 맵이 없는 점 (필드에서도 맵 조작 개불편), 저장도 오로지 정해진 저장 포인트에서만 가능하단 점, 카메라 조작이 불가능해서 답답한 시아, 서브 퀘스트를 정리해주는 정보창의 부재... 메인 퀘도 찾아가는 게 쉽지 않고, 서브퀘는 공략법 없이는 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 솔직히 메인 퀘에서 나오는 던전들도 진짜... 저는 공략 없이 이런 거 푸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즐도 퍼즐이지만 길찾기 정말 힘듭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전 절대 이 게임의 엔딩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몇 걸음 갈 때마다 몬스터랑 만나서 전투하는 것도 막판 가선 진짜 토 나올 거 같았... 그러고 보니 이거 예전에 페르소나 5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ㅠ 그때도 던전 너무 길어서 빡친다는 후기를 썼었는데ㅋ큐ㅠㅠ....

 

전투는 테일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가 관건인데, 솔직히 저에게 테일즈 전투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한 것... 이런 거 잘하시는 분들이라면 캐릭터랑 무기도 막 교체해가면서 화려한 합동 공격을 하실 테지만 전 엔딩 다 볼 때까지 비오의 인지 뭔지 써본 적이 없음^^... 버스트 아츠는 몇 번 썼는데 비오의는 뭐냐고요... 게임 내에 설명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공략 찾아봐도 복잡하더라고요ㅠㅠ

 

스토리 같은 경우, 후반부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큰 메인 스토리 사이사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개인 스토리들도 잘 엮어냈습니다. 솔직히 뒤로 갈수록 에아르 어쩌고 마나 저쩌고 하는 설정들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는 걸 포기해버렸지만...ㅠ 떡밥을 마구마구 뿌려대기만 하는 초반의 고구마 구간을 지나고 나면 중반에는 나름 반전도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러다 후반부 스토리에서 흐름이 좀 미묘해집니다. 최악의 빌런, 마지막 보스로 보였던 알렉세이가 사실은 상황 파악 제대로 안 된 븅신 트롤러였다는 반전. 봉인되어있던 재앙 '별먹기'를 자기 손으로 풀어놓고 스스로의 븅신 짓을 자책하며 퇴장합니다 (이 와중에 소디아라는 개노답 민폐 캐까지 끼어들어서 레알 뒷목 잡게 하는^^....) 결국 마지막 최종 보스로는 조력자/중립자 위치였던 듀크가 등장합니다. 뭔가 빌런 같지 않은 느낌이라 맥이 빠지는...

 

사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 스토리에는 절대적인 빌런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알렉세이가 빌런이긴 한데, 재앙'별 먹기'는 결국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기술력으로 인해 인류는 자멸하게 되며, 그 재앙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편리함을 포기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는 현재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완벽하게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게임에선 다들 블라스티아를 포기하고 과거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현실에 대입해서 상상해보면.... 우리는 그냥 별먹기 때문에 다 죽을 듯^^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다들 말은 하지만 자신의 삶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게임 내에서도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말 그대로 재앙이 코앞에 들어닥친 상황이라 주인공 일행은 그냥 앞뒤 안 보고 블라스티아를 증발시켜 버렸죠ㅋㅋ별먹기가 눈에 안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블라스티아를 없애서 에아르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무도 관심 안 주고 개무시했을 듯ㅋ큐ㅠㅠ...

 

제가 이번에도 단점만 많이 쓴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JRPG에 거부감이 없고, 느긋하게 플탐 긴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