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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이브스 아웃을 엄청 재밌게 보고 후기를 남겼었는데 후속작 글래스 어니언을 이제야 봤네요. 후속작이긴 하지만 탐정 블랑이 등장한다는 것 빼고는 완전 별개의 스토리라 전작을 모르셔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스피디하고 힙한 감성, 쫄깃하게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은 여전합니다. 전편을 재밌게 보셨다면 이번도 개꿀잼으로 보실 것 같습니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살인 트릭이 별거 없이 너무 허무한 거...? 드라마적으론 너무 재밌는 영화였지만 신박한 살인 트릭을 가진 추리물을 기대하셨다면 좀 김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한 추리 영화로 최근에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을 영화관에서 보고 왔는데... 나이브스 아웃에 비교하면 수면제...ㅠㅠ 나이브스 아웃은 추리물을 이렇게 속도감있고 대중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다음편도 나온다면 꼭 챙겨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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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팬이 아니라서 관심 없었지만 쉬는 날 생각 없이 본 영화인데....기대보다 만족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ㅋㅋ 아기자기하면서 화려한 그래픽이 이쁘고 캐릭터들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ㅠㅠ 콧수염 아저씨 마리오가 귀엽다는 생각 1도 해본 적 없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냥 다 너무 귀여움ㅋㅋㅋ 게임의 요소를 잘 살린 속도감 있는 액션도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랑 개그 코드가 맞는 건지 영화 내내 계속 웃으면서 봤습니다. 저의 개그 코드는 전체 관람가 아동 영화인 듯ㅋㅋㅠ ㅠ

 

내용은 단순합니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배관공 마리오가 우연히 배관을 타고 버섯 왕국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세계 정복을 꿈꾸는 쿠파에게서 버섯 왕국을 구해내고, 마지막엔 브루클린까지도 구해내서 영웅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마리오 팬들이 환장할 정도로 많은 이스터 에그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패미컴 시절 마리오만 살짝 플레이 해본게 전부라서 모르는 캐릭터들이 많긴 했지만 영화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었습니다. 일단 그냥 다 너무 귀여워요... 심지어 쿠파+나쁜 거북이들도 다 귀여움ㅋㅋ  게임에선 존재감 없었던 피치 공주가 영화에선 굉장히 당찬 캐릭터로 나오고 액션도 찰지게 잘합니다. 쿠파와 맞서 싸우기 위해 마리오를 훈련시키는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아기일 때 버섯 왕국에 우연히 흘러들어왔다가 공주가 되어버린 왕국의 유일한 인간...이라는 배경이 있는데 혹시 영화의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피치 공주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내용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론가 평은 별로지만 대중 반응이나 상업적으론 굉장히 성공한 영화라고 하던데, 호불호 갈리는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ㅋㅋ 내용은 진짜 그냥 어린이용 만화 영화인데 왜 재밌죠...? 관 더 많이 있었을 때 4D로 볼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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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를 보러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이 영화관에 갔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처음으로 가보는 4DX관!! 처음에 영화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부모님들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아바타 1편 내용 기억 안 난다, 2편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등등ㅋㅋ) 다 끝났을 때 반응은 좋아서 나름 뿌듯했습니다. 오히려 1편 때보다 2편 때가 더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1편 때는 3D 영화가 처음이라 시각적으로 어지럽고, 주인공이 본체와 아바타를 왔다 갔다 하는 설정이 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오히려 이번 2편은 비주얼적으로 더 매끄러워져서 보기가 편했고, 스토리도 이해하기 쉬웠다는 평. 솔직히 1편 때는 최초 3D 영화라 진짜 컬처 쇼크 느낌이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워낙 3D 영상에 익숙해져서 이번 2편은 그 정도의 충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황홀한 그래픽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의자에서 오는 진동도 영화에 박진감을 더해주며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길이에도 불구하고 지겹다는 느낌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판엔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참느라 좀 고생하긴 했습니다ㅋㅋ ㅠㅠ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재밌게 본 영화인건 맞지만 스토리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건 후기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인 듯합니다. 1화 때도 스토리가 뭔가 늑대와 함께 춤을, 포카혼타스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특출 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2화는 보면서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제이크 가족이 인간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숲 부족을 떠나서 바다 부족 사이에 숨어 사는 게 좀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단순히 떠난다고 숲 부족이 안전해질지? 조용히 살다가 피해본 바다 부족은 무슨 잘못...?), 개인적으로 제일 황당하게 느껴졌던 건 쿼리치에게 잡혀간 스파이더가 너무나 쉽게 태도가 바뀌어서 인간들의 가이드가 되어버린 것. 스파이더를 인질이랍시고 잡아왔는데 뭐 딱히 포박하지도 않고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것도 계속 이상했고, 그리고 막판엔 스파이더와 쿼리치 대령이 갑자기 애틋한 부자사이가 되어서 서로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며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스파이더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 갔습니다ㅠ 중요 캐릭터인 거 같긴 한데 롤이 도대체 뭔지ㅠ 키리의 과거에 대한 떡밥도 꽤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떡밥을 뿌리기만 하고 제대로 수거는 안 하는 거 보면 아마 다음 편에서 내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막 대박 재밌다!!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보기엔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음 편도 꼭 영화관에서 볼 테니 카메론쌤 오래 무병장수 하시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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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비행기에서 본 영화인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던 유쾌 통쾌한 안티 히어로 영화였습니다. 얼핏 트레일러로 접했을 땐 조커나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생각났는데, 조커처럼 음울하거나 무겁지 않고, 수스쿼처럼 조잡하지도 않은, 머리 비우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인 크루엘라는 조커처럼 찐으로 사악한 빌런이 아니라 데드풀처럼 응원하며 볼 수 있는 안티 히어로 캐릭터라 거부감이 들지 않는 듯합니다.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되어 런던 길거리에서 도둑질을 하며 살게 된 주인공 에스텔라.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에스텔라는 우연한 계기로 런던 패션계를 꽉 잡고 있는 남작 부인의 눈에 띄어 그녀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됩니다. 유명한 디자이너인 남작 부인 밑에서 개고생 하면서 일을 배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딱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남작 부인이 알고 보니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한 장본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복수를 결심하며 순한 맛 돌아이, 에스텔라에서 완전한 악녀, 크루엘라로 흑화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증오하던 남작 부인이 사실은 친엄마였다!!라는 k 막장 드라마스러운 전개로 인해 호불호가 갈립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서로 눈물즙을 짜면서 막 오해와 갈등을 풀기 위한 구구절절 모먼트 그런 거 없이 마지막까지 통쾌하게 복수를 완성시키기 때문에 저는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크루엘라는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더욱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되죠.  

 

그리고 엠마 스톤이 정말 연기를 찰떡같이 재밌게 잘하네요ㅋㅋ 약간 어리바리하면서 열정 넘치는 돌아이, 복수를 결심하고 흑화 한 빌런, 자신의 출생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독백하며 나오는 여리고 상처 입은 모습, 다 자연스럽게 소화합니다. 엠마 스톤 자체가 워낙 매력 넘치는 배우라서 크루엘라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힙한 악녀로 보입니다. 원작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 평가가 갈린다고 하던데 원작을 모르는 저로서는 그냥 매력 있는 빌런캐라고 느껴졌습니다. 속편 제작과 엠마 스톤 출연도 확정되었다고 하니 즐겁게 기다리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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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면 더욱 와닿는 제목

얼마 전에 네이버 웹툰에서 '내일'이라는 작품을 정주행 했는데, 위안부 생존자들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이 영화 관련 댓글이 달려 있더라고요. 몇 년 전에 나문희 배우님이 이 작품으로 여러 상을 타신걸 얼핏 기사 제목으로 보았고, 포스터를 보고 '노잼 같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댓글을 보고 나서야 '이런 내용이었어???'라는 깨달음을 얻고 뒤늦게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억세지만 귀여운 할머니와 고지식한 공무원이 영어 레슨을 하며 벌어지는 우당탕탕 코미디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영화 중반까지도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가 나중에 드러나기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면 굉장히 놀랐을 반전입니다. 동네 이웃이 어깨를 잡았을 때 화들짝 놀라던 옥분 할머니의 반응이나 가족 없이 평생을 살아오셨다는 이야기 등이 모두 복선이었던 것이죠. 

 

영화를 다 보고나면 피가 끓어오른다...

무겁고 자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주제를 이 영화는 경쾌하면서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가볍게 취급될 수 있는 장르인 코메디물이지만 주제가 주제인만큼 사실적 고증에도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미국 의회 증언 장면은 실제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의회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며, 영화 속 위안부 증언자들의 사연은 모두 실존 생존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연출은 일본군들의 가학적인 행위보다는 피해자들이 가진 상처와 그들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기까지 필요했던 용기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신파를 위한 억지스러운 과장 없이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옥분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웃 주민인 진주댁이 어떻게 여태까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냐며 섭섭함을 털어놓고 같이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극적인 연출이나 음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인물들에게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손에 휴지를 쥐고 펑펑 울었습니다. 피해자들이 평생 듣고 싶었을 위로의 말을 진주댁이 대표해서 해준 것만 같았거든요. 옥분 할머니는 남동생의 앞길을 막지 말라며 자신을 구박하던 어머니의 묘 앞에서 덤덤하게 원망의 말을 뱉습니다. 피해자들은 그 끔찍한 지옥에서 생존해 돌아온 후에도 제대로 된 보호는 커녕 부끄러운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스스로를 숨기라고 강요받으며 평생을 살아오셨던 할머니는 제대로 된 위로를 진주댁에게서 처음 듣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감동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스토리엔 구멍이 여기저기 뚫어있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과한 오지랖과 신고정신으로 이웃들이나 공무원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옥분 할머니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온 후로는 모두의 태도가 180도로 바뀝니다. 처음엔 기억조차 하기 싫다며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던 옥분 할머니의 동생은 막판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찾아옵니다. 다른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의 과거에 대해 전혀 몰랐으니 태도가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동생은 도대체 뭐죠...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외면한 거 아녔나요? 옥분을 부끄럽게 여기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외면하다가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변했다고 이해해야겠죠. 영화 전반부에서 가장 큰 갈등의 요소였던 시장 재개발 문제는 위안부 이슈가 등장하자 귀신같이 증발해버립니다. 엔딩에서 결국 가게들이 멀쩡한 걸로 보아 재건축은 없던 일이 된 모양인데, 어떻게 문제가 마무리된 건지 전혀 설명이 없어서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민재가 사진을 들고 미국 의회에 들어오는 장면은 뭐... 솔직히 몰입이 살짝 깨지긴 했는데 그냥 영화적 표현이라고 이해해야겠죠. 

 

아직 현재 진행중인 우리의 이야기 

'아이 캔 스피크'ㅡ 이제는 말할수 있다는 용기 있는 외침. 언제쯤 그 외침에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용기내어 뱉은 말은 공허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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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오스카 시상식에서 '섈로우' 무대를 보고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개쩐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야 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땐 레이디 가가가 연기를 한다는 것만 얼핏 알고 있는 상태라서 상대 남자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이 분이 바로 배우이자 감독인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는 연기를 개쩔게 하는 본업 가수이고, 브래들리 쿠퍼는 노래를 개쩔게 하는 본업 배우였던 것... 특히 영화 보는 내내 레이디 가가 가창력에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물론 전에도 노래 잘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유독 이 영화에서 더 그게 느껴지는 게, 평소랑은 다른 장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섈로우 살짝 부를 때부터 오오~하고 감탄하다가 무대에서 첫 듀엣 할 때 완전 소름ㅠㅠ 섈로우뿐만 아니라 가가가 직접 프로듀싱한 사운드트랙은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다 좋습니다.

 

'스타 이즈 본'은 1937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로,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된 명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번 해석된 사골급 작품을 가지고 또다시 이런 명작을 만들어 냈다는 게 대단한 거 같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앨리(레이디 가가)가 무명 가수에서 최고의 스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하지만 앨리가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게 도와준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그와 반대로 톱스타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알콜, 약물중독으로 인해 무너져갑니다. 잭슨은 우연히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듣고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데, 앨리가 점점 대형가수가 되고 예전의 수수했던 모습을 잃어가는 걸 보면서 전보다 더한 공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건 앨리 잘못은 아니죠. 가수가 새로운 색의 음악을 시도하면서 폭을 넓혀가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SNL에서 부른 노래 가사는 넘 구려서 쉴드 불가ㅋㅋ...). 잭슨은 앨리에게 중요한 것은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정상에서 그 화려함에 취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게 되면 결국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내면의 그 공허함과 쓸쓸함을 떨칠 수는 없다는 것을 잭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잭슨의 무대를 간간히 돕던 앨리는 솔로 가수로 화려하게 데뷔를 하고 그래미에서 신인상까지 받게 됩니다. 앨리가 상을 받기 위해 무대로 올라가는 순간 잭슨은 바로 옆에서 약에 취해 널브러진 상태로 횡설수설하다가 오줌까지 라이브로 지려버립니다...(이때 너무 민망하고 대리 수치가 심해서 화면 끄고 싶었음ㅋ큐ㅠㅠ) 그 후 잭슨은 중독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오지만, 스스로가 앨리에게 이젠 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습니다. 잭슨의 도움으로 그의 콘서트에 섰던 앨리는 이제 혼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잭슨에게 자신과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합니다. 먼저 공연장에 갈 테니 나중에 보내주는 차를 타고 오라고 말하고 떠나는 앨리. 영화 초반에 잭슨이 앨리에게 공연장에 오라면서 차를 보냈던 것과 같은 상황이죠. 예전의 잭슨-앨리의 관계가 완전히 반전되어 이젠 앨리의 도움 없이 잭슨 혼자서는 복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잭슨은 앨리의 공연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생을 마감합니다. 잭슨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혼자 노래하는 앨리를 보면서 느낀 게 그래도 앨리는 잭슨의 뒤를 따르지는 않을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것.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보면 '스타 이즈 본'에서 스타는 잭슨이기도 합니다. 그를 추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는 영원히 지지 않는 별이 되었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오래 살아서 앨리 음악 하는 모습 봤어야지 왜 그렇게 가버린 거야... 흑흑ㅠㅠㅠ 여하튼, 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조차 빠져들어서 본 가슴 먹먹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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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검색을 해보다가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분명 예전에 영화관 갔을 때 나이브스 아웃 광고가 나오는 걸 보고 '나중에 봐야지'하고 생각했다가 까먹었는데, 이제서라도 봐서 얼마나 다행인지ㅠㅠ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같은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추천하는 작품이고, 추리 소설을 잘 안 보시는 분들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런(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숨진 채 가정부에 의해 발견되는데,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등 유명 배우들이 많이 보입니다. 

 

추리물하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데, 나이브스 아웃은 정반대로 매우 경쾌하고 '힙'합니다 (그에 걸맞게 포스터의 색감도 화려하죠ㅋㅋ). 작품 전체에 깔린 블랙 코미디는 물론, 은근 따뜻한 감동 요소도 있고, 권선징악의 해피 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웃으면서 개운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각자 스토리를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퍼즐처럼 물려가고, 거기서 튀어나오는 진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깔끔한 엔딩.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반전과 흥미롭고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돋보입니다. 이런저런 장면에 대해서 떠들고 싶은데 스포가 될까 봐 함부로 떠들기가 조심스럽네요ㅠ 아무튼 재미있는 작품이라는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왠만한 영화 n차 뛰는 거 안 하는데 나이브스 아웃은 다시 볼 생각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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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느낌 가득한 영화, '윤희에게'

쌀쌀한 겨울밤에 볼만한 거 없나 찾다가 발견한 멜로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부터 잔잔한 독립영화 느낌이라 좀 지루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먹먹함과 여운이 진하게 남는 존잼 띵작이더군요. 주인공 '윤희'는 첫사랑 '쥰'에게서 온 편지를 받고, 딸 '새봄'과 같이 쥰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처음엔 윤희와 쥰이 학창 시절에 어떠한 관계였는지 정확히 표현되지 않습니다. 서로의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윤희가 부모님에게 쥰과 사귄다는 말을 했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결국 쥰에게 이별통보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죠. 윤희와 쥰의 절절한 감정은 영화 내내 느껴지는데 정작 둘이 같이 있는 씬이나, 둘의 케미를 확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별로 없다는 게 개인적으론 아쉽게 느껴집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톤 자체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눈 쌓인 마을처럼 고요하고 차분합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의 정통 백합물을 찾는 덕후라면 무조건 좋아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착즙에 익숙한 백합러이지만, 그래도 공식이 떠먹여 주는 게 좋은데요...ㅠㅠ)

 

중년 퀴어 멜로물이라는 소재를 얼핏 보면 자극적인걸 기대할 수 있지만, 윤희와 쥰은 그런 자극과는 거리가 먼, 첫사랑의 아련함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관계입니다. 고독을 씹으며 묵묵히 차가운 세월을 견뎌온 두 사람이 다시 봄을 맞이하고, 새 출발을 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지면서도 찡한 울림을 남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윤희의 딸, 새봄입니다. '새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줄곧 겨울 속에서 살아온 윤희와 쥰이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윤희-새봄의 모녀관계는 윤희-쥰의 관계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윤희. 그런 윤희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녀가 변하길 바라는 딸, 새봄. 쥰에게서 온 편지를 먼저 읽어본 새봄은 엄마의 과거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그 후에 새봄이의 행동은 그녀가 이 작품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 성숙하고 능동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봄이는 편지를 읽고 충격을 받거나 혼란스러워 하기보단, 엄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자기가 대학에 가고 나면 엄마는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며 충고를 하기도 하고, 쥰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쥰이 사는 곳으로 넌지시 여행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두 모녀는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전보다 감정표현도 더욱 풍부해집니다. 윤희가 담밍아웃(;;)하고 새봄이에게서 라이터 뺏는 씬은 정말 좋았습니다ㅋㅋ 아름다운 것만 찍기 때문에 인물 사진은 찍지 않는다던 새봄이가 담배 피우는 윤희의 사진을 찍는 것도 넘나 완벽...ㅠㅠ 둘이서 온천에서 옛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 (여기서 윤희가 언급하는 인물이 아마 쥰일듯), 이불 뒤집어쓰고 뒹굴거리는 장면, 눈사람 만들다가 눈싸움하는 장면... 사실 중년 멜로물이라는 건 곁다리 소재(?) 느낌이고 두 모녀가 같이 추억을 만들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내용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쥰과 윤희...두 분다 넘나 존예 보스라서 눈 호강ㅠ

아, 물론 쥰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쥰이 윤희에게 쓴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참고 참다가 견딜 수 없어서 토해내는 듯한 그 감정이 차분한 톤 안에서도 느껴져서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괜히 울컥했습니다. 쥰은 어렸을 땐 한국에서 살았지만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같이 일본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윤희와 헤어진 후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쥰은 미혼인 체로 고모와 쭉 살다가, 연락만 간간히 하고 지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윤희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옛날부터 항상 윤희를 마음에 두고 있긴 했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좀 더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애틋함이 커진 듯합니다. 윤희는 가족의 등쌀에 떠밀려서 일찍 결혼을 했는데, 쥰은 쭉 혼자서 지내고 있고, 주변에서 소개해주는 사람조차 밀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쥰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어느 여성 손님은 쥰에게 꽤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쥰은 '지금까지 숨겨온 비밀은 앞으로도 쭉 숨겨라'라고 말하면서 선을 긋습니다. 과거, 윤희와의 관계가 커밍아웃 이후에 망가진 것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편지에서 쥰은 그녀의 동네는 눈이 많고, 사람은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인데, 그런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윤희에게도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윤희처럼 쥰 또한 스스로를 고립시킨 체 묵묵히 겨울을 견뎌내 왔습니다. 그 와중에 고모는 몰래 쥰이 쓴 편지를 윤희에게 보내고, 새봄이가 그 편지를 읽게 되며 그렇게 계절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윤희는 편지에 적힌 쥰의 집주소로 찾아가 보지만 쥰의 모습을 보고 당연히(;;) 도망쳐버립니다. 용기 없는 두 어른들을 만나게 하는 건 역시 빅픽쳐 마스터 새봄이...갓새봄이 없으면 전개가 안되죠ㅠㅠ 그렇게 새봄이의 도움으로 윤희와 쥰은 눈물 어린 재회를 하고 담백하게 인사말을 나눕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죽지 못해 꾸역꾸역 사는 것 같았던 전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스스로를 좀 더 꾸미고, 새로운 일자리도 알아보고, 나중엔 가게도 차리고 싶다며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영화는 이제 달라진 윤희가 쥰에게 쓰는 답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수십 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결국 같은 마음,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고 응답하는 윤희. 윤희가 용기 내어서 이 편지를 쥰에게 보냈는지, 이 후로도 윤희와 쥰은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는 건지, 쥰에게는 어떠한 봄이 찾아온 것인지 궁금증이 많이 남습니다. 나중에 윤희가 가게 개업하면 쥰이 찾아와서 수다 떨고 식사하는 그런 따뜻한 봄날을 상상해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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