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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함과 기묘함이 느껴지는 강렬한 포스터

원래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오징어 게임은 안 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뒤늦게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에피소드가 9개밖에 없어서 주말에 후루룩 몰아보기 적당한 길이더군요. 전 길고 지루한 거 정말 못 견디는 성격인데 (무조건 길이가 짧고 기승전결 뚜렷해야 함ㅋㅋ) 오징어 게임은 몰입감이 좋고 재밌어서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 땐 기존에 있었던 여러 데스 게임 장르의 작품과 비교되며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었는데,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나니 이젠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어진 듯합니다ㅋㅋ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는 큰 빚을 지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소재 자체는 카이지 같은 다른 작품에서 본듯한 진부한 느낌이죠. 하지만 이런 데스 게임 장르로서 제일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은 파스텔톤의 밝은 색감, 이쁘고 아기자기한 아트워크였습니다. 등장하는 게임들이 모두 한국에서 어렸을 때 즐기던 추억의 놀이들이 모티브이기 때문에, 세트장의 디자인이 꼭 유치원이나 놀이동산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런 동심을 담은 공간에서 학살이 일어나고 인간의 추악함이 인정사정없이 드러난다는 그 아이러니함이 이 드라마의 큰 차별점이 됩니다. 드라마 로고나 포스터만 봐도 이 작품의 기묘한 분위기가 확 느껴 저서 이 독특한 아트워크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세트장

초반에 다른 데스 게임 작품과 비교당하며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게임의 단순함이었습니다. 게임의 허점을 분석하고, 등장인물들끼리 두뇌 싸움을 하고, 주인공이 재치 있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하는 것이 이런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흐름인데,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 주인공의 능력치는 매우 평범하며, 게임은 옛날에 어린이들이 즐기던 매우 단순한 것들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 ) 오히려 게임의 룰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에 시간을 크게 소비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대중적인 접근성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유명한 정종연표 예능 '더 지니어스'가 마니아층은 단단해도 시청률은 낮았다는 점이 이런 데스 게임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더 지니어스는 목숨을 거는 건 아니지만,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넷을 걸고 두뇌 싸움을 하고, 위기의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나오고, 마지막까지 생존한 사람이 모든 걸 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복잡하기 때문에 게임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오징어 게임은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참가자들의 심리와 관계성, 게임을 진행하는 흑막의 정체 등 드라마적인 요소에 집중합니다. 오징어 게임 전에 제일 세계적으로 히트한 데스 게임 작품이라 하면 '헝거 게임'이 생각나는데, 헝거 게임도 룰 자체는 상당히 단순했죠. 인위적으로 꾸며진 세트장에 떨어진 아이들이 서로를 죽이며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게임을 하는 것. 하지만 이 작품도 게임 자체의 난이도보다는 아이들이 가진 배경과 그들이 쌓아가는 관계성, 그리고 그들의 경기를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 등으로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성'에 집중해야 제일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찐 광기의 상징이 되어버린 영희...

또 다른 평가로는 데스 게임 장르의 큰 특징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배경이라는 건데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극단적 상황),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 있을 법한 이유로 게임에 참가해서 인간 사회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상당히 현실적인 계급 우화 같아서 몰입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지배층 VIP들은 연출이나 연기가 너무 작위적이라 오히려 몰입감이 깨지던데...ㅋㅋㅋ 그래도 마지막화에서 드러나는 게임 호스트의 정체와 오징어 게임의 존재 이유는 충격적이면서도 나름 설득력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그 외국인 VIP들보단 훨씬 설득력 있게 느껴지던;;)

 

엔딩에서도 결국 오징어 게임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며, 시즌2를 암시하며 끝이 납니다. 아직 안 풀린 떡밥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즌2는 무조건 나올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론칭한 드라마를 그냥 놔둘 리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사골처럼 우려먹을 듯ㅋㅋㅋ) 프론트맨이나 딱지맨, 게임 진행 요원들의 배경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고,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다시 오징어 게임이 참여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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