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줄여서 눈마새) - 제목은 참 많이 들어본 소설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아직까지도 왜 사랑받는지 알겠더군요. 고전 작품들을 현대 시점에서 보면 진부하고 클리셰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눈마새는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그 누구도 이런 세계관과 이런 주제를 함부로 따라 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요즘 독자들이 익숙한 한국식 판타지, 소위 양판소를 보면 반지의 제왕 톨킨 세계관을 베이스로 해서 시기를 명확히 알수 없는 중세 서양 문화를 섞어 넣고, 마나니 소드 마스터니 이런 K판타지 요소들을 때려 넣은 세계관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요즘 웹소설 판타지는 10년 전 양판소 판타지하고는 또 다르다고 하지만 베이스는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하지만 눈마새는 다른 판소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냅니다. 인간, 레콘, 나가, 도깨비 4 종족이 등장하는데 작품의 스토리를 떠나서 이 종족들의 문화에 대해 읽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세계관이 초반에는 진입장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불친절한 스탈이시라 설명 없이 그냥 냅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나가들이 니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니른다"는게 나가들이 텔레파시처럼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며 나가들은 청력이 약해서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어느 정도 읽을 후에야 서서히 알게 됩니다. 설명충을 극혐 하시는 분들에겐 이렇게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이 좋겠지만, 어떤 분들에겐 이게 불친절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눈마새는 총 4권인데 초반 1,2권과 후반 3,4권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초반은 주인공 일행이 여행을 하며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파헤치는, 익숙한 판타지 소설의 전개인데, 3,4권은 본격적인 전쟁 파트이며, 매우 잔혹하고 어둡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좀 더 철학적이고 난해한 내용이 강해집니다. 엔딩도 좀 열린 결말로 끝나다보니 막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진 않고 그냥 '뭐지? 이게 끝? 케이건은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어리둥절하게 되더군요;;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번 더 읽어보고 인터넷에서 작품 해석을 좀 찾아봐야 할 듯;;; 출근길에 가볍게 읽기엔 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ㅠㅠ 그래도 흥미로운 설정과 좋은 필력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명작 판타지 소설입니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로도 수출이 많이 되었고, 특히 게임으로 개발이 되는 중이라는 뉴스가 있는데, 이 독특한 세계관을 어떻게 살릴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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