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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리아는 제가 2번째로 접해본 테일즈 시리즈입니다. 첫번째는 몇 년 전 플스로 했던 베르세리아... 나름 최신작(?)인 베르세리아도 옛날 게임처럼 조작이나 진행이 불편했는데, 베스페리아는 더 오래된 08년도 게임을 리마스터한 거라길래 큰 기대 안 하고 그냥 저렴한 맛에 사봤습니다. 오래전 게임이지만 아직도 베스페리아는 테일즈 시리즈 중에서 명작이라 꼽히며 인기가 많더라고요. 겉표지만 봤을 땐 그다지 안 끌렸는데, 시작하고 보니 웬걸...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습니다. 아기자기하면서 깔끔한 그래픽, 유포터블이 참여한 준수한 퀄의 애니메이션, 손맛이 느껴지는 찰진 전투, 방대한 메인 스토리와 서브퀘... 숨어있는 파고들기 요소가 매우 매우 많은 게임이라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플탐 100시간 정도는 쉽게 넘길 듯합니다. 저는 공략 보면서 메인만 달렸는데 엔딩 보는데 43시간이 걸렸습니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JRPG를 찾으시는 분들에겐 강추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고전 JRPG 답게 불편한 요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던전 안에 제대로 된 맵이 없는 점 (필드에서도 맵 조작 개불편), 저장도 오로지 정해진 저장 포인트에서만 가능하단 점, 카메라 조작이 불가능해서 답답한 시아, 서브 퀘스트를 정리해주는 정보창의 부재... 메인 퀘도 찾아가는 게 쉽지 않고, 서브퀘는 공략법 없이는 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 솔직히 메인 퀘에서 나오는 던전들도 진짜... 저는 공략 없이 이런 거 푸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즐도 퍼즐이지만 길찾기 정말 힘듭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전 절대 이 게임의 엔딩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몇 걸음 갈 때마다 몬스터랑 만나서 전투하는 것도 막판 가선 진짜 토 나올 거 같았... 그러고 보니 이거 예전에 페르소나 5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ㅠ 그때도 던전 너무 길어서 빡친다는 후기를 썼었는데ㅋ큐ㅠㅠ....

 

전투는 테일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가 관건인데, 솔직히 저에게 테일즈 전투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한 것... 이런 거 잘하시는 분들이라면 캐릭터랑 무기도 막 교체해가면서 화려한 합동 공격을 하실 테지만 전 엔딩 다 볼 때까지 비오의 인지 뭔지 써본 적이 없음^^... 버스트 아츠는 몇 번 썼는데 비오의는 뭐냐고요... 게임 내에 설명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공략 찾아봐도 복잡하더라고요ㅠㅠ

 

스토리 같은 경우, 후반부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큰 메인 스토리 사이사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개인 스토리들도 잘 엮어냈습니다. 솔직히 뒤로 갈수록 에아르 어쩌고 마나 저쩌고 하는 설정들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는 걸 포기해버렸지만...ㅠ 떡밥을 마구마구 뿌려대기만 하는 초반의 고구마 구간을 지나고 나면 중반에는 나름 반전도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러다 후반부 스토리에서 흐름이 좀 미묘해집니다. 최악의 빌런, 마지막 보스로 보였던 알렉세이가 사실은 상황 파악 제대로 안 된 븅신 트롤러였다는 반전. 봉인되어있던 재앙 '별먹기'를 자기 손으로 풀어놓고 스스로의 븅신 짓을 자책하며 퇴장합니다 (이 와중에 소디아라는 개노답 민폐 캐까지 끼어들어서 레알 뒷목 잡게 하는^^....) 결국 마지막 최종 보스로는 조력자/중립자 위치였던 듀크가 등장합니다. 뭔가 빌런 같지 않은 느낌이라 맥이 빠지는...

 

사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 스토리에는 절대적인 빌런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알렉세이가 빌런이긴 한데, 재앙'별 먹기'는 결국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기술력으로 인해 인류는 자멸하게 되며, 그 재앙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편리함을 포기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는 현재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완벽하게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게임에선 다들 블라스티아를 포기하고 과거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현실에 대입해서 상상해보면.... 우리는 그냥 별먹기 때문에 다 죽을 듯^^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다들 말은 하지만 자신의 삶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게임 내에서도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말 그대로 재앙이 코앞에 들어닥친 상황이라 주인공 일행은 그냥 앞뒤 안 보고 블라스티아를 증발시켜 버렸죠ㅋㅋ별먹기가 눈에 안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블라스티아를 없애서 에아르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무도 관심 안 주고 개무시했을 듯ㅋ큐ㅠㅠ...

 

제가 이번에도 단점만 많이 쓴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JRPG에 거부감이 없고, 느긋하게 플탐 긴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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