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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보니 뒤에 고양이가...? (의미심장)

제가 이 작품을 보게 된 건 이걸 백합물로 추천하는 트윗을 봤기 때문인데.. 어... 기대하던 거랑은 달랐으나 오히려 달라서 좋았습니다ㅎ. 쫄리는 추리, 서스펜스물에 환장하는 덕후라면 꼭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그 문제의 영업 짤만 봤을 땐 유루유리처럼 여학생들이 꽁냥 거리는 일상물같았는데ㅋㅋ 별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바지에 지릴 뻔... 

 

첫인상은 이능력 배틀물, 학원물 정도로 보이는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폭풍 반전을 1화에서 보여줍니다. 배경은 '인류의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엘리트 학교입니다. 주인공 나나오는 능력이 없는 무능한 학생으로 묘사되며 반에서 따돌림을 당합니다. 하지만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학생 나나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얻은 나나오는 자신의 능력이 바로 남의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임을 알게 됩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곳, 무능해 보이지만 사실 남의 능력을 캔슬시키는 개사기 능력을 가진 주인공... 이거 완전 어떤 시리즈의 토우마인데?? 토우마 같은 열혈 정의의 사도가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골 때리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나나오를 벼랑에서 밀어버리는 나나. 페이크 주인공이었던 나나오는 그렇게 순식간에 리타이어 해버립니다... 여기서부턴 어떤 시리즈가 아니라 미래 일기가 생각나더군요; (역시 웃상 핑크 머리는 무섭다...)

 

이렇게 귀여운 전학생이...
사실은 연쇄살인마...

기존의 밝고 명랑했던 모습을 지우고 차갑고 분석적인 본모습을 드러낸 나나는 자신이 나나오의 속마음을 읽은 게 아니라 오롯이 추리력으로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는 걸 밝힙니다. 정부의 비밀 요원인 그녀의 임무는 이능력을 가진 학생들, 바로 '인류의 적'을 없애는 것. 학생들이 싸우도록 교육받은 '인류의 적'은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사실 이능력을 가진 자들, 학생들 스스로를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무능력자 인류와 능력자들은 큰 전쟁을 치렀고, 큰 희생 끝에 승리한 인류는 능력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인류의 적'이라는 외계의 적과 싸운다는 미명 아래 이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외딴섬에 있는 학교로 모은 것입니다. 작품 제목에 나오는 '무능한 나나'는 나나오가 아니라 무능력자 인류를 대표하는 나나였던 것이죠.

 

이능력자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배경으로 등장할 땐 식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무능한 나나'의 진짜 의미가 드러나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 나나는 똑똑하고 대범한 히어로 같기도 하고,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웃는 얼굴로 학생들에게 접근해 그들이 가진 약점을 알아내고, 그 틈을 파고들어 거침없이 죽입니다. 나나의 표정과 목소리 톤이 상황에 따라 확 바뀌는 게 소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래에 학살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해도, 아직은 평범한 학생과 다름없는 이들을 등 뒤에서 찔러 죽이는 행위는 묘한 찝찝함을 남깁니다.  

 

이런 나나의 임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학생은 바로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진 쿄우야. 이 학교의 진짜 목적이나 인류의 적의 정체에 대해 제일 먼저 의심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여동생은 이 학교에 먼저 왔으나 실종되었고, 나나오 또한 소리없이 실종된 것을 보며 이 섬엔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합니다. 겉모습은 4차원이지만 나나만큼이나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으며, 둘이 원투펀치를 주고받으며 두뇌 싸움을 하는 것이 흥미진진합니다. 무능력자인 나나가 어떤 지략으로 쿄우야를 비롯한 다른 능력자들을 속이고 그들을 죽이는지가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1화 이후로도 매 에피소드마다 엔딩을 기가 막히게 뽑기 때문에 숨 쉴 틈도 없이 술술 보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이거 백합 맞는듯...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작품의 분위기가 크게 바뀝니다. 쿄우야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보다는 같은 반 친구 미치루와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나나는 미치루의 순수함, 진심어린 선의에 영향을 받아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냅니다. 그렇게 미치루는 나나가 처음으로 사귄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나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공격받는 미치루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되는데, 미치루는 본인의 치유 능력을 이용해 나나를 부활시키고 본인은 목숨을 잃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 

 

스토리가 끊긴 부분이 되게 어중간하게 느껴져서 원작 만화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당연하게도 원작은 아직 완결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애니는 원작에 충실하게 진행되었고, 오리지널 에피소드도 없었습니다. 나나에게 지령을 내리는 흑막 츠루오카나 위원회의 대한 떡밥은 수거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시이 살인사건은 정리를 해주고 끝내야지;; 특히 처참한 블루레이 판매량으로 인해 2기가 나오기 힘들어진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엔딩입니다. 미치루와 우정을 쌓는 부분은 나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지만,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땐 분량이 과했던 거 같습니다. 잘 유지해온 서스펜스물의 긴장감이 확 빠지고 너무 말랑말랑 신파물로 끝이 나버린... 그게 제작진이 의도했던 그림 같긴 한데, 개인적으론 아쉽습니다 원작 진행 상황을 보니 스토리가 꽤 재밌어 보이는데, 앞으로는 원작이라도 찾아봐야 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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