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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엣지러너'는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입니다. 2020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바로 그 게임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저도 데이원에 구입해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나네여... (이런저런 버그들이 있긴 했지만 플레이를 못할 수준은 아니라서 나름 재밌게 하긴 했습니다ㅋㅋ)

 

그 후로 2년이 지난 2022년에야 게임을 원작으로한 애니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 타이밍에 뒤늦게 무슨 애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게임 발매 전부터 애니는 22년도에 나오기로 계획되어있었다고 합니다. 2년 동안 패치를 통해 사펑은 나름 게임다운 게임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제야 완성된 게임...) 애니 엣지러너의 성공 이후 제작사 CDPR은 20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게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제작사에서 게임 패치 타이밍을 계산해서 2022년으로 정한 것 같기도 합니다. CDPR 게임은 발매 후 한 2년이 지나야 완성된다는 것을 전작인 위쳐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고수위 지리는 액션씬 ㄷㄷ

 

아무튼 원작 게임은 제껴두고, 애니에 집중해서 후기를 써보자면, 오랜만에 본 깔끔하고 강렬한 수작이었습니다. 게임 사이버펑크의 세계관과 트리거 특유의 작화 스타일이 만나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나이트시티의 화려하면서도 꿈도 희망도 없는 음침한 분위기를 매우 잘 살려냈습니다. 넷플릭스가 플랫폼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19금 딱지를 걸고 원작 게임의 수위를 가감 없이, 아니 그걸 능가하는 고수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등장한 장소나 인터페이스, 사운드 등이 애니에도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에 게이머분들에겐 많이 반갑게 느껴지실 겁니다. 저는 게임을 했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게임을 안 해보신 분들에겐 진행이 좀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설명충 요소라고는 1도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사이버펑크 장르에 익숙하면 빠르게 이해되겠지만, 이런 장르가 초면이라면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애니 배경은 게임으로부터 1년전 과거 시점이라서 게임의 주인공인 V나 조니는 등장하지 않고 데이비드라는 새로운 용병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데이비드는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의 희생으로 값비싼 아라사카 아카데미에 재학하며 나름 엘리트 학생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게 되고, 권력과 돈이 없다는 것이 나이트시티에선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뼈저리게 배우게 됩니다. 트라우마 팀은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눈앞에 있는 환자조차 외면하고 떠나고, 어머니는 의사에게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게 됩니다. 그 후엔 제대로 된 장례조차 없고, 화장 또한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는 것처럼 매우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됩니다. 편리함과 효율이 극단에 도달하면 사회가 이런 형태가 되는 건가 싶어서 살짝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들의 사회적 성공에 미친 듯이 집작 하던 어머니의 욕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데이비드도 이제야 인지하게 됩니다. 사회의 약자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호망조차 없는 곳이 바로 나이트시티이며, 이곳에서 힘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각성한 데이비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산데비스탄이라는 강력하지만 위험한 군용 임플란트를 이식하며 본격적으로 나이트시티 뒷골목의 삶을 시작합니다. 

 

10편 정도의 짧은 길이의 작품인데, 그 안에 임팩트가 정말 밀도있게 담겨 있습니다. 정이 좀 들만하면 등장인물들이 순식간에 끔살당해버리기 때문에; 이번엔 또 누가 죽을까 싶어서 계속 긴장하며 보게 됩니다. 단순히 많이 죽어나가서 밀도 있다는 말은 아니고, 미쳐 돌아가는 나이트시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의 고뇌를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후반에 데이비드가 완전한 성인이 되고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그 갈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임플란트의 부작용으로 이성과 광기를 오가는 주인공의 멘탈을 세련되고 강렬한 연출로 구현합니다.   

 

보통 요즘 애니들은 다음 시즌을 염두해두고 만드느라 일부러 떡밥을 흘려놓거나 제대로 정리 안 하고 어영부영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엣지러너의 엔딩은 깔끔하고 임팩트 있습니다. 마지막엔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로 감동이 있었습니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시즌1 등장인물들이 다 죽어나가서 스토리가 연결되진 않을 거 같습니다. 다른 주인공을 앞세워서 나이트시티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원작 게임도 시작 선택지가 3개나 있는 만큼 사펑의 세계관은 거대하기 때문에 이 세계관으로 게임 이상의 컨텐츠가 어디까지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위쳐 드라마가 나왔던 것처럼 사펑도 나중에 넷플 드라마나 영화로도 나오지 않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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