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블로그에는 처음으로 써보는 일본 드라마 리뷰네요. 2020년도에 나온 드라마로, 단순히 주연 중 한 명이 나카마 유키에라는 이유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꼬꼬마 시절 일드에 입문한 게 고쿠센, 트릭이었는데, 그 후로 쭉 나카마 유키에 필모 위주로만 일드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10의 비밀'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다시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전개되는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그들이 가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크고 작은 반전들이 이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만듭니다. 허술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본 목적인 나카마 유키에의 빌런 연기가 좋았고, 스타일링도 이뻤으므로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유키에 특유의 목소리와 휘날리는 긴 생머리는 이런 비밀스러운 마성의 여자(?)의 분위기에 딱 맞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이웃'도 재밌게 봤었는데요.  

 

주인공인 케이타(무카이 오사무)는 딸 히토미(야마다 안나)와 단둘이 살고있는 건축물 인증 심사관입니다. 어느 날 딸이 납치되고, 납치범은 딸을 돌려받고 싶다면 전처 유키코(나카마 유키에)를 찾으라는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유키코는 화려한 삶을 사는 잘나가는 변호사입니다. 어찌어찌 힘들게 찾은 유키코는 테이토 건설회사의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테이토 건설이 가진 부실공사 비리에 대해 알고 있으며, 회사는 그녀가 그 비밀을 폭로할 것을 두려워하여 히토미를 납치하고, 관련 정보가 담긴 USB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케이타는 유키코의 부탁대로 그 USB를 찾아서 넘기고, 유키코는 그 정보를 납치범에게 전해주고 딸을 데려옵니다.

 

 

눈은 즐거운 비줠 커플인데...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흥미진진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이 납치극의 범인은 건설회사가 아닌 바로 유키코였습니다. 테이토 건설의 고문 변호사였던 그녀는 비리 증거를 인멸해주는 대가로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받아 챙깁니다. USB를 얻기 위해 딸을 납치하고, 건축에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케이타를 이용한 것이죠.   

 

이 시점부터 흑화하는 케이타는 회사에 찾아가 자신이 가진 정보로 협박을 하기도 하고, 유키코의 통수를 쳐서 그녀의 돈을 빼앗기도 하는 등, 예전의 어수룩한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유키코 또한 돈을 되찾기 위해 딸 히토미를 다시 납치하려고 하거나, 스스로의 죽음을 위장하고 신분 세탁을 하려 하는 등 여러 시도로 응수합니다. 드라마의 후반부는 10년 전 일어났던 화재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사실 이 모든 비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10년 전 어느 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여성 한 명이 죽게 되었는데, 그 화재는 어린 히토미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유키코는 그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케이타는 딸 히토미를 위해 비밀로 지켜야 한다며 그녀를 설득합니다. 그때 유키코는 '숨겨내지 못하는 비밀이 제일 죄가 깊다'며, 이 비밀을 죽을 때까지 지킬 각오가 되었냐며 케이타에게 되묻습니다. 둘이 그렇게 침묵하기로 한 그 화재의 피해자 여성의 아들 '츠바사'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히토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단순히 사고를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 생각하는 츠바사는 그 범인이 케이타라고 생각하고 그를 공격하지만, 케이타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며 그와 협력하여 진범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진짜 범인은 바로 테이토 건설회사의 회장이었습니다. 츠바사의 어머니와 불륜 관계였던 그는 그날 별장에 찾아가 헤어지자는 통보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 피해자를 밀치게 됩니다. 계단에 머리를 부딪친 그녀는 의식을 잃었고, 회장은 그 순간 밖에서 번지는 불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를 피합니다. 그리고 현장을 달아나는 그를 목격한 사람이 바로 유키코. 

 

유키코는 당시 경찰에게 그 사실을 말할 계획이었으나, 화재에 대해 증언하지 말자는 케이타의 말에 침묵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비밀이 생긴 순간부터 유키코와 케이타의 사이는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전부터 야망 있는 유키코와 그냥 무난한 삶을 추구하는 케이타와는 이런저런 충돌이 있어왔는데, 이 시점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죠.

 

'숨겨내지 못하는 비밀이 제일 죄가 깊다'

 

이 말은 유키코가 케이타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결심을 다지면서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유키코는 이 비밀을 무기로 이용해서 회장을 협박하고, 테이토 건설회사의 고문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그 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르며 그녀의 욕망대로 '위'를 향해 질주했고, 지금 이 상황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케이타는 이 상황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가 10년 전 화재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유키코 또한 테이토 건설 회장의 비밀에 대해 침묵했고, 그로 인해 츠바사는 고통스럽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였고, 히토미는 자신이 살인자라고 자책하며 정신적 혼란을 겪습니다.

 

케이타는 유키코를 경찰에 넘기려 했지만 결국 막판에 변심하여 그녀를 놓아줍니다. 과거에 같이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자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유키코 또한 케이타와 있으면서 잠시 동안은 평범한 삶을 꿈꾸었다고 고백합니다. 유키코는 타고난 크리미널 마인드를 가진 욕망의 화신이지만; 그래도 케이타와 같이 있던 동안에는 그 욕망을 포기했을 만큼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화재에 대해 비밀로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리미터가 해제되면서;; 악당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케이타와 히토미는 다시 행복해졌고, 테이토 건설의 비리는 폭로되었고, 츠바사는 회장에게서 공개적인 사과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유키코도 케이타에게서 받은 위조 여권을 가지고 유유하게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드라마는 끝납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키코가 죗갚을 치르지 않는 게 좀 의외이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유키코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그 부하(?)분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유키코는 그의 가족을 위해 끝까지 변호해줬고, 그는 보답을 위해 유키코의 모든 범죄를 돕는 수족이 되었습니다. 유키코가 이렇게 흑화 하기 전에 인간적이었던 모습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듯합니다. 아니면 그도 유키코에게 이용당한 수많은 호구 중 한 명 일지....? 그렇다면 너무 가슴 아플 듯ㅠ 

 

 

짠내 원탑 히토미ㅠ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은 누가봐도 딸 히토미. 아빠랑 엄마, 심지어 남자 친구 츠바사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에, 어떻게든 히토미를 이용해 먹으려고 합니다; 여러 번의 통수를 맞다가 결국엔 자살 시도를 하기도 ㅠㅠ; 10년 전 화재 사건에 대해 알고 난 후 책임을 회피했던 아빠와는 달리 히토미는 죄책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싶어 합니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 아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비밀이 있는듯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그 이후에는 제일 솔직하고 성숙한 캐릭터입니다. 

 

몇몇 캐릭터의 서사는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나나코는 케이타 집 근처에 사는 보육사인데, 케이타가 모든 걸 털어놓으며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막판에 나나코는 테이토 건설의 우츠노미야에게 협박을 받고, 케이타가 유키코에게서 훔친 돈을 빼돌리며 그를 배신합니다. 나나코가 케이타에게서 숨기고 있던 비밀은 바로 그녀가 성매매를 한다는 점. 학생 때 좋아했던 선생님에게서 성폭행을 당하고, 그때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음.... 네....? 저는 나나코의 눈물 어린 고백을 들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사실을 꾹 참고 견뎌온 성폭행 피해자인 나나코가 불쌍하면서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옹호하는듯한 작품의 메시지에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그냥 돈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거거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원나잇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면 차라리 이해했을 텐데... 왜 하필 성폭행 피해자를 매춘부로 만들어 버리는지;;;

 

전처 유키코의 서사도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세상 사악하고 이기적인 소시오패스 성격을 다 때려 박은 빌런 캐릭터인데,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말버릇처럼 계속 돈만 벌면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새로운 시작'이란 게 뭔지도 의문스럽고. 말 그대로 그냥 소시오패스라서 이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본능적으로 주변인들을 짓밟아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존재할 수 있는 인물. 후반엔 그녀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어렸을 때 이 닦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녀의 어머니는 유키코를 완전히 방치했던 것 같습니다. 유키코와 케이타가 결혼하기 전, 케이타의 엄마는 유키코의 엄마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유키코의 엄마는 이기적인 성격에, 돈만 밝히고, 딸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는 인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순간 돌변하여 유키코는 자신과는 다르다며, 유키코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키코는 그녀의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지만, 어머니와 똑같은 말을 딸 히토미에 대해서 합니다. 히토미는 나와 다르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음... 딸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니, 이건 뭔 개소리죠... 제가 아직 식견이 좁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여하튼, 유키코는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학대와 무관심만 받았기 때문에, 딸 히토미와도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이걸 보니 저는 이 드라마를 매우 재미있게 본거 같습니다ㅋㅋㅋ 일드 특유의 아마추어스러움(?)에 거부감 없으시다면 나름 추천합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