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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친구로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휴가 내내 시즌 4까지 다 뿌셔버린 존잼 시트콤 굿 플레이스! 작품 소개만 봤을 땐 철학, 도덕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뭔가 흥미로우면서도 어렵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코미디는 너무 가벼우면 우습고 유치해지고, 때로는 불쾌해질 수도 있는 어려운 장르입니다. 그래서 딱 취향에 맞는 시트콤을 찾기가 참 어려운데 굿 플레이스는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너무나 소중한 시트콤이었습니다ㅠㅠ 

 

평생 이기적으로 살았던 주인공 엘리너가 실수로 착한 사람들만 간다는 굿 플레이스, 소위 천국에 가게되고, 굿 플레이스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시즌1의 기승전결이 워낙 완벽해서 이 후로 어떻게 스토리를 끌고 갈까 싶었는데 그 후로도 계속 재밌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근데 갈수록 인간들이 아니라 악마인 마이클이 진주인공처럼 돼버리는 게 골 때리더군요ㅋㅋㅋ 굿 플레이스, 배드 플레이스, 중립 플레이스, 그러다가 지구까지 찍고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결국 마지막에 천국에 도달한 주인공 일행이 각자 스스로 진정한 죽음의 시기를 선택하고 굿플레이스를 떠나는 엔딩은 눈물 나게 좋았습니다. 그 와중에 마이클은 지상으로 내려가서 진짜 인간이 되어버린 것도ㅋㅋㅋ 사람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영생을 누리는 그런 존재이지만 오히려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을 동경해서 인간처럼 살다가 죽기를 바라고 지구로 내려온 악마... 굿 플레이스가 그 '영원함' 때문에 오히려 무기력하고 생기 없는 동네가 돼버린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이 정말 소중하구나, 하루하루 허투루 살면 안 되겠구나,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가 다시 한번 생각납니다. 엘리너뿐만 아니라 치디, 타하니, 제이슨, 재닛, 한 명 한 명 다 정들어서 마지막에 떠날 때 정말 찡하더라고요... 완전 꽉 닫힌 엔딩이라 더 이상 시즌이 나올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ㅠㅠ 나중에 기억 흐릿해지면 재탕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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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2023.01.10 - [드라마 리뷰] - [리뷰/후기]더 글로리-어줍잖은 용서 따위 없다! 학폭 가해자 피눈물 나는 복수극

 

두 달 동안 목 빠져라 기다린 끝에 드디어 공개된 더글로리 파트 2! 사실 2달 동안 기다리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다들 어마어마해지는 바람에 김은숙 작가님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우셨을 거 같습니다ㅋㅋ 특히 요즘엔 초반 기세는 좋다가 엔딩에서 말아먹고 욕먹는 작품들이 많아서ㅠ 더 글로리 엔딩 정도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동은이도 행복해지지 못할 거 같았는데 (시즌 1 포스터에 나오는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라는 멘트 때문에...) 작가님께서는 피해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판타지스러운 권선징악을 그려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언급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이런 권선징악, 인과응보는 보기 쉽지 않습니다... 현실은 그저 시궁창^.ㅠ...

 

연진아...넌 더 아파봐야 하는건데 아쉽다ㅠ

솔직히 학폭 가해자들이 당하는 씬은 생각보다 그렇게 사이다는 아니였습니다. 저는 다 처참하게 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죽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마지막에 연진이가 그냥 감옥 가는 걸로 끝나는 건 형벌이 약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감옥 가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동은이처럼 불에 지져지던가, 똑같이 당해봤어야 하는 건데ㅠㅠ  그래도 엄마, 남편, 그리고 제일 사랑하던 딸한테까지 외면당한 걸로 정신적 대미지는 클 것 같습니다. 동은이가 판을 깔긴 했지만 결국엔 지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고 개같이 싸우다가 자멸해 버립니다. 연진이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린 결정적 학폭 증거 영상은 사라가 복수심에 퍼트린 것이었고, 사라를 매장시킨 동영상은 혜정이 유포했고, 그런 혜정의 목에 연필을 꽂아버린 건 사라였고, 목소리를 잃고 재진에게 버림받자 빡친 혜정이 재진의 눈을 멀게 했고, 눈이 먼 재진은 하도영에 의해 건물에서 추락사... 완전 개판이구만...ㅎ.... 

 

파트2에서도 인상적인 송혜교의 연기

파트 2에는 기존 학폭 5인방의 존재감을 가릴만큼 어마어마한 빌런들이 등장해서 뒷목을 잡게 합니다. 파트 2의 최강 빌런은 당연 동은이의 엄마!! 오래전 연진의 엄마에게서 합의금을 받고 동은이를 버리고 나 몰라라 도망가버린 후 알콜중독 폐인으로 살고 있었으나 연진이의 사주로 동은이를 찾아와 괴롭힙니다. 과거에 딸을 괴롭혔던 가해자에게서 다시 돈을 받고 신나게 딸을 괴롭히는 미친 엄마 ㅅㅂ...동은이를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해 학교에서 행패를 부리고 심지어 동은이의 반 엄마들에게서 촌지를 뜯어냅니다. 엄마에게 '변하지 않아서 고맙다'면서 웃으면서 울부짖는 송혜교의 연기는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변함없이 이기적인 엄마에게 느끼는 환멸과 분노,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비참함.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토해내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폭발적인 연기를 하는 송혜교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듯...? 아무튼 몇 년 전에 본 스카이캐슬 이후로 연기 때문에 소름 돋은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ㅋㅋ  시즌2를 하드캐리한 또 다른 빌런은 현남(aka 이모님)의 가정폭력범 남편... 여기도 진짜 악랄하긴 한데, 워낙 전형적인 가정폭력범이라서 그런가 동은이 엄마보단 좀 어그로력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여긴 그래도 잘 죽어서 없어졌으니 다행. 아 그리고 주여정의 복수 대상인 강영천... 여긴 진심 싸패 그 자체. 위에서 언급한 두 빌런들은 동네에서 은근 볼법한 인간군상인데 강영천은 진짜... 그알 사이코패스 특집 때나 나올법한 인물입니다. 

 

드라마에 나온 이런저런 자극적인 장면들보다도 머릿속에 끝까지 남던건 피해자들이 연대를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는 그런 씬들이었습니다. 동은이가 살던 그 집주인아주머니가 옛날에 어린 동은이와 만난 적이 있고 자살하려다가 서로를 구한 사이었다는 것, 동은이는 스스로가 항상 혼자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손명오를 죽인 게 사실은 연진이 아니라 또 다른 학폭 피해자인 경란이었다는 반전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동은은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고 자살(ㅠㅠ)을 하려고 하지만, 여정의 엄마의 만류에 멈추게 됩니다. 복수의 끝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지옥에서 살고 있는 아들을 살려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다시 여정에게로 돌아온 동은은 복수 선배(?)로서 여정과 같이 복수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은숙표 로코 불호였던 사람인데 더글로리는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술술 다 본 드라마 정말 오랜만인데 흑화한 은숙쓰 앞으로도 이런 다크다크한 작품 더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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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은숙+배우 송혜교 조합에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로 제작 발표 때부터 주목받았던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하지만 개인적으론 작가나 배우의 스타일이 제 취향은 아니라서 별생각 없었는데, 회사 동료가 제발 보라고 계속 영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ㅋㅋ 영업당해서 다행이지 안 봤으면 커뮤에서 도는 더글로리 밈들 이해 못 할 뻔ㅠㅠ 

 

사실 줄거리만 봤을땐 막장드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사이다 복수극 같은 거라 크게 특별해 보이진 않습니다.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주인공 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나 캐릭터들을 참 입체적으로 재밌게 그려냈구나 싶었습니다. 수많은 대사들이 패러디되고 유행어로 도는 걸 보면 역시 은숙쓰 글빨 죽지 않았구나 싶고.... 특히 학폭 가해자들의 천박함이 참 다채롭게 표현되었습니다. 돈으로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갑질하는 사람, 하느님에게 다 용서받았으니 피해자에겐 사과할 필요 없다는 사람, 처벌을 피하기에 급급하여 진심 없는 사과를 늘어놓는 사람...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입니다. 여러 유형의 가해자들이 늘어놓는 핑계는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그런 악랄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는 주인공 동은이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복수극에선 흔히 마지막에 복수의 끝은 허무하다는 둥, 상대와 같은 류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둥 하면서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더글로리는 그런 어쭙잖은 용서나 동정 따위 없이 철저하게 가해자들을 무너뜨릴 것 같아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동은이에게 책임전가하며 뺨까지 때리던 그 담임쌤이 순식간에 죽어서 퇴장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등장인물들이 가차 없이 죽어나갈 것 같아서 설렙니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점은 김은숙 작가 본인은 사적 제재를 옹호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것. 동은의 복수는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듯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수입니다.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가해자들을 직접 벌한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더욱 사이다를 느끼고 응원하게 되는 건데 정작 작가님 본인은 반대의 입장이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왠지 이 사실로 유추해 본다면 이 작품의 엔딩은 우리가 바라는 단순한 사이다+동은이 꽃길 인생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결국엔 다 같이 파멸하는 엔딩이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스터에 대놓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라는 문구가 나오는 걸 보면ㅠ  

 

현재 8화까지 파트1이 공개되었고, 3월쯤 파트 2가 나온다고 합니다. 다음 파트에서 가해자들 다 죽어나갈생각하니 벌써  떨리네요 후.... 3월까지 어떻게 기다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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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에는 오랜만에 넷플 드라마를 몰아봤습니다. 요즘 화제작인 소년심판. 사실 저는 너무 오락적인 작품보단 몰입감 있는 묵직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에 딱 부합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깊이 있는 스토리로 쭉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소년법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말을 들었을 땐 소년범죄의 자극적인 면만 부각하는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했는데 (넷플엔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다 보니ㅠ), 이 작품은 차분한 톤으로 여러 종류의 사건을 다각도로 해석하며 피해자나 가해자 양쪽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 심은석 판사 (김혜수)와 차태주 판사(김무열)는 각각 '이성'과 '감성'이라는 정반대의 태도로 소년범들을 바라보지만, 둘 다 최대한 공정하고, 아이들에게 최선인 판결을 내리고 싶다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 판사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강렬한 멘트로 드라마의 시작을 장식하는데, 이것만 보면 '정말 얄짤없이 소년범들에게 강력한 형량을 내리는 판사구나!! 사이다!!'를 외치게 됩니다. 우리가 주로 소년법을 접하는 순간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놈들이 나이가 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는 속 터지는 기사를 읽을 때입니다. 그래서 1화부터 법원 앞에서 소년법 폐지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이 나오죠. 그것이 아마 대부분 대중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심 판사는 가해자들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리지만 그것은 증오나 복수와 같은 뜨거운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의 결과물입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해자에게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립니다. 사건을 대할 때 심 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입니다. 항상 그 사건의 피해자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심 판사 자신 또한 과거에 소년범죄로 아이를 잃은 피해자 유가족이기 때문이죠. 항상 딱딱한 태도의 심 판사와는 반대되는 따뜻한 캐릭터인 차 판사는 소년범들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고 품어주는 판사입니다. 차 판사는 과거에 소년원 출신이었지만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를 통해 판사가 된 인물입니다. 심 판사는 피해자, 차 판사는 가해자 소년범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초반에는 태도의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나중엔 서로를 이해하면서 손발을 맞춰나갑니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이 단순하지 않고, 여러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이 나오기 때문에 (아 물론 답 없는 개객끼 가해자들도 등장합니다),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위 '고구마'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묵직한 법정 장르물 치고는 넷플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시즌2도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혜수 님 제발 혼자 수사하러 돌아다니지 마세요...ㅠㅠ 시그널 때도 그렇고 혼자 현장에 나갈 때마다 너무 쫄려요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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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의 찰진 1인2역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원 더 우먼'은 제가 오랜만에 끝까지 챙겨본 드라마입니다. 전 원래 너무 가벼운 B급 장르 안 좋아하는데, 원더우먼은 주인공의 촌철살인 멘트와 유쾌 통쾌한 행동력이 시원한 대리 만족감을 선사해줘서 좋았던 거 같습니다. 

 

원더우먼은 주인공 이하늬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원이 아닐 정도로 주인공의 비중이 굉장히 큰 작품입니다. 조연주(이하늬)는 실력은 있지만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비리 검사입니다. 자신과 도플갱어처럼 닮은 강미나를 노린 사고를 대신 당하면서 기억 상실증에 걸리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스스로를 '한주 그룹의 며느리 강미나'로 인지하고 얼떨결에 재벌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출생의 비밀로 엮인 쌍둥이인가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고 정말 우연한 확률로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도플갱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연주는 참지않긔

겉으로는 재벌가 며느리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강미나는 한주 그룹에서 천대받던 존재였습니다.  시댁 식구들에겐 매일같이 구박을 받고, 남편은 대놓고 바람을 피우며 무시하는데, 강미나는 이런 대우를 조용히 견디면서 속으로 칼날을 가는 스타일이었다면, 조연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터트리는 성격입니다. 기억만 없어졌을 뿐 쌈닭 같은 검사 시절 성격은 그대로라서 시댁 식구들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돌직구를 날립니다ㅋㅋ 베트남 가정부와 베트남어로 시댁 험담을 하고, 미나가 알아듣지 못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시댁 식구들에게 똑같이 영어로 받아치는 등, 시댁 식구들이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엿을 날리면서 뒷목을 잡게 합니다ㅋㅋ  하이라이트는 추모식에서 시댁 시구들 한 명 한 명을 저격하며 난동을 부릴 때ㅋㅋ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연주는 '기억 상실'이라는 무적 방패가 있기 때문에 한주 사람들은 딴 사람처럼 변해버린 연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다들 혼란스러워합니다.  

 

기억을 잃은 연주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조폭들을 때려잡는 스스로의 싸움 실력에 놀라기도 하고 (연주가 사실 조폭 후계자라서...), 갑자기 유민 그룹의 총수가 된 후에도 능숙하게 회사 사람들을 휘어잡고 운영에 참여하는데, 스스로도 왜 이렇게 똑똑하고 언변이 좋은 건지 의문을 가집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는 강미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자신의 정체가 바로 '검사를 사칭하며 조폭과 연루된 사기꾼(...)'이라는 것. 연주는 머리가 좋긴 좋은데 좀 과하게 상상력이 좋고 폭주하는 경향이 있어섴ㅋㅋ 그렇게 생긴 오해로 또 사고 치는 과정이 존잼ㅋㅋ

 

똑같지만 너무나 다른 강미나 vs 조연주

어찌어찌해서 연주가 기억을 되찾게 된 후, 드라마의 분위기는 유쾌한 코믹물에서 좀 더 진지한 수사극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실 연주는 사고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서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비리 검사인척 하고 있었고, 연주는 한주 그룹이 연주의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연주 아버지가 저질렀다고 알려진 방화 사건에도 책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솔직히 이 시점부터 작품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노빠꾸 연주가 우당탕탕 사고를 치고 다니며 생기는 돌발상황, 그 위기를 돌파하며 사이다를 터트리는 그 맛에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연주가 제정신을 차린 후로는 그런 상황이 잘 나오지 않는지라...ㅠㅠ 초반은 재밌게 보는 코믹물이었다면 중반부터는 과거 사건과 한주 그룹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조사하는 진지한 수사극/복수극이 됩니다. 그러다가 모두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진짜 강미나가 드디어 스스로 등장을 하는데, 그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이 살짝 김이 빠집니다. 연주가 사고를 당한 후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나왔던 강미나는 전신 성형을 하고 한주 그룹 한성혜의 비서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성혜가 저지른 범죄들을 증명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들어갔으나 수상한 행동들로 인해 꼬리가 잡히고, 한성혜의 요구로 알레르기가 있는 땅콩을 먹고 큰 위기에 빠집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땅콩을 직접 드시는데요....;; 그냥 안먹고 튀었어야지 다 들켜놓고 땅콩을 먹는건;; 강미나는 땅콩에 굉장히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설정인데, 드라마에선 그냥 기침 좀 하고 증상 없어집니다ㅋㅋ 연주와 승욱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나 싶었는데 바로 깡패한테 통수 맞고 의식 불명... 그리고 사건 다 해결될 때까지 그냥 병원에서 기절해 있었던;; 큰 한방이 있을 것 같았던 강미나의 롤이 살짝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미나의 롤은 그냥 연주와 승욱의 관계를 잘 마무리해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게 전부였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엔 깔끔한 권선징악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아무래도 장르가 코믹 수사물인지라 예상 가능한 엔딩이었습니다. '이중 스파이였던 우리 아군 아저씨가 막판에 배신 때리고 상대편으로 넘어갔는데 실은 그게 추진력을 위한 페이크였다!!' 라는 반전으로 통쾌하게 최종 보스 한성혜를 때려눕힙니다. 한성혜는 자살한 척 위장하고 비겁하게 해외로 도주를 계획하지만 결국 다시 연주에게 잡히면서 감옥행... 연주는 승욱과 같이 미국에 가서 생활하다가 미국 변호사가 되어 다시 한국에 방문하는데, 그때 공항에서 스치듯 지나간 또 다른 도플갱어를 발견하고 씩 웃으면서 마지막 회가 끝이 납니다. '저 사람은 뭐지??? 시즌2 떡밥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도플갱어 전설을 보면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이 세상에 3명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어서, 아마 그것과 연관된 떡밥인 거 같습니다.   

 

작품 초반의 그 황당무계하면서 통쾌한 매력이 뒤로 가면서 덜해져서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잘 마무리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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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함과 기묘함이 느껴지는 강렬한 포스터

원래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오징어 게임은 안 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뒤늦게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에피소드가 9개밖에 없어서 주말에 후루룩 몰아보기 적당한 길이더군요. 전 길고 지루한 거 정말 못 견디는 성격인데 (무조건 길이가 짧고 기승전결 뚜렷해야 함ㅋㅋ) 오징어 게임은 몰입감이 좋고 재밌어서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 땐 기존에 있었던 여러 데스 게임 장르의 작품과 비교되며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었는데,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나니 이젠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어진 듯합니다ㅋㅋ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는 큰 빚을 지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소재 자체는 카이지 같은 다른 작품에서 본듯한 진부한 느낌이죠. 하지만 이런 데스 게임 장르로서 제일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은 파스텔톤의 밝은 색감, 이쁘고 아기자기한 아트워크였습니다. 등장하는 게임들이 모두 한국에서 어렸을 때 즐기던 추억의 놀이들이 모티브이기 때문에, 세트장의 디자인이 꼭 유치원이나 놀이동산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런 동심을 담은 공간에서 학살이 일어나고 인간의 추악함이 인정사정없이 드러난다는 그 아이러니함이 이 드라마의 큰 차별점이 됩니다. 드라마 로고나 포스터만 봐도 이 작품의 기묘한 분위기가 확 느껴 저서 이 독특한 아트워크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세트장

초반에 다른 데스 게임 작품과 비교당하며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게임의 단순함이었습니다. 게임의 허점을 분석하고, 등장인물들끼리 두뇌 싸움을 하고, 주인공이 재치 있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하는 것이 이런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흐름인데,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 주인공의 능력치는 매우 평범하며, 게임은 옛날에 어린이들이 즐기던 매우 단순한 것들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 ) 오히려 게임의 룰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에 시간을 크게 소비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대중적인 접근성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유명한 정종연표 예능 '더 지니어스'가 마니아층은 단단해도 시청률은 낮았다는 점이 이런 데스 게임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더 지니어스는 목숨을 거는 건 아니지만,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넷을 걸고 두뇌 싸움을 하고, 위기의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나오고, 마지막까지 생존한 사람이 모든 걸 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복잡하기 때문에 게임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오징어 게임은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참가자들의 심리와 관계성, 게임을 진행하는 흑막의 정체 등 드라마적인 요소에 집중합니다. 오징어 게임 전에 제일 세계적으로 히트한 데스 게임 작품이라 하면 '헝거 게임'이 생각나는데, 헝거 게임도 룰 자체는 상당히 단순했죠. 인위적으로 꾸며진 세트장에 떨어진 아이들이 서로를 죽이며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게임을 하는 것. 하지만 이 작품도 게임 자체의 난이도보다는 아이들이 가진 배경과 그들이 쌓아가는 관계성, 그리고 그들의 경기를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 등으로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성'에 집중해야 제일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찐 광기의 상징이 되어버린 영희...

또 다른 평가로는 데스 게임 장르의 큰 특징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배경이라는 건데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극단적 상황),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 있을 법한 이유로 게임에 참가해서 인간 사회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상당히 현실적인 계급 우화 같아서 몰입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지배층 VIP들은 연출이나 연기가 너무 작위적이라 오히려 몰입감이 깨지던데...ㅋㅋㅋ 그래도 마지막화에서 드러나는 게임 호스트의 정체와 오징어 게임의 존재 이유는 충격적이면서도 나름 설득력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그 외국인 VIP들보단 훨씬 설득력 있게 느껴지던;;)

 

엔딩에서도 결국 오징어 게임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며, 시즌2를 암시하며 끝이 납니다. 아직 안 풀린 떡밥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즌2는 무조건 나올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론칭한 드라마를 그냥 놔둘 리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사골처럼 우려먹을 듯ㅋㅋㅋ) 프론트맨이나 딱지맨, 게임 진행 요원들의 배경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고,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다시 오징어 게임이 참여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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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는 처음으로 써보는 일본 드라마 리뷰네요. 2020년도에 나온 드라마로, 단순히 주연 중 한 명이 나카마 유키에라는 이유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꼬꼬마 시절 일드에 입문한 게 고쿠센, 트릭이었는데, 그 후로 쭉 나카마 유키에 필모 위주로만 일드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10의 비밀'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다시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전개되는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그들이 가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크고 작은 반전들이 이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만듭니다. 허술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본 목적인 나카마 유키에의 빌런 연기가 좋았고, 스타일링도 이뻤으므로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유키에 특유의 목소리와 휘날리는 긴 생머리는 이런 비밀스러운 마성의 여자(?)의 분위기에 딱 맞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이웃'도 재밌게 봤었는데요.  

 

주인공인 케이타(무카이 오사무)는 딸 히토미(야마다 안나)와 단둘이 살고있는 건축물 인증 심사관입니다. 어느 날 딸이 납치되고, 납치범은 딸을 돌려받고 싶다면 전처 유키코(나카마 유키에)를 찾으라는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유키코는 화려한 삶을 사는 잘나가는 변호사입니다. 어찌어찌 힘들게 찾은 유키코는 테이토 건설회사의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테이토 건설이 가진 부실공사 비리에 대해 알고 있으며, 회사는 그녀가 그 비밀을 폭로할 것을 두려워하여 히토미를 납치하고, 관련 정보가 담긴 USB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케이타는 유키코의 부탁대로 그 USB를 찾아서 넘기고, 유키코는 그 정보를 납치범에게 전해주고 딸을 데려옵니다.

 

 

눈은 즐거운 비줠 커플인데...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흥미진진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이 납치극의 범인은 건설회사가 아닌 바로 유키코였습니다. 테이토 건설의 고문 변호사였던 그녀는 비리 증거를 인멸해주는 대가로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받아 챙깁니다. USB를 얻기 위해 딸을 납치하고, 건축에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케이타를 이용한 것이죠.   

 

이 시점부터 흑화하는 케이타는 회사에 찾아가 자신이 가진 정보로 협박을 하기도 하고, 유키코의 통수를 쳐서 그녀의 돈을 빼앗기도 하는 등, 예전의 어수룩한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유키코 또한 돈을 되찾기 위해 딸 히토미를 다시 납치하려고 하거나, 스스로의 죽음을 위장하고 신분 세탁을 하려 하는 등 여러 시도로 응수합니다. 드라마의 후반부는 10년 전 일어났던 화재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사실 이 모든 비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10년 전 어느 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여성 한 명이 죽게 되었는데, 그 화재는 어린 히토미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유키코는 그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케이타는 딸 히토미를 위해 비밀로 지켜야 한다며 그녀를 설득합니다. 그때 유키코는 '숨겨내지 못하는 비밀이 제일 죄가 깊다'며, 이 비밀을 죽을 때까지 지킬 각오가 되었냐며 케이타에게 되묻습니다. 둘이 그렇게 침묵하기로 한 그 화재의 피해자 여성의 아들 '츠바사'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히토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단순히 사고를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 생각하는 츠바사는 그 범인이 케이타라고 생각하고 그를 공격하지만, 케이타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며 그와 협력하여 진범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진짜 범인은 바로 테이토 건설회사의 회장이었습니다. 츠바사의 어머니와 불륜 관계였던 그는 그날 별장에 찾아가 헤어지자는 통보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 피해자를 밀치게 됩니다. 계단에 머리를 부딪친 그녀는 의식을 잃었고, 회장은 그 순간 밖에서 번지는 불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를 피합니다. 그리고 현장을 달아나는 그를 목격한 사람이 바로 유키코. 

 

유키코는 당시 경찰에게 그 사실을 말할 계획이었으나, 화재에 대해 증언하지 말자는 케이타의 말에 침묵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비밀이 생긴 순간부터 유키코와 케이타의 사이는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전부터 야망 있는 유키코와 그냥 무난한 삶을 추구하는 케이타와는 이런저런 충돌이 있어왔는데, 이 시점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죠.

 

'숨겨내지 못하는 비밀이 제일 죄가 깊다'

 

이 말은 유키코가 케이타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결심을 다지면서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유키코는 이 비밀을 무기로 이용해서 회장을 협박하고, 테이토 건설회사의 고문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그 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르며 그녀의 욕망대로 '위'를 향해 질주했고, 지금 이 상황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케이타는 이 상황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가 10년 전 화재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유키코 또한 테이토 건설 회장의 비밀에 대해 침묵했고, 그로 인해 츠바사는 고통스럽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였고, 히토미는 자신이 살인자라고 자책하며 정신적 혼란을 겪습니다.

 

케이타는 유키코를 경찰에 넘기려 했지만 결국 막판에 변심하여 그녀를 놓아줍니다. 과거에 같이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자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유키코 또한 케이타와 있으면서 잠시 동안은 평범한 삶을 꿈꾸었다고 고백합니다. 유키코는 타고난 크리미널 마인드를 가진 욕망의 화신이지만; 그래도 케이타와 같이 있던 동안에는 그 욕망을 포기했을 만큼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화재에 대해 비밀로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리미터가 해제되면서;; 악당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케이타와 히토미는 다시 행복해졌고, 테이토 건설의 비리는 폭로되었고, 츠바사는 회장에게서 공개적인 사과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유키코도 케이타에게서 받은 위조 여권을 가지고 유유하게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드라마는 끝납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키코가 죗갚을 치르지 않는 게 좀 의외이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유키코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그 부하(?)분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유키코는 그의 가족을 위해 끝까지 변호해줬고, 그는 보답을 위해 유키코의 모든 범죄를 돕는 수족이 되었습니다. 유키코가 이렇게 흑화 하기 전에 인간적이었던 모습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듯합니다. 아니면 그도 유키코에게 이용당한 수많은 호구 중 한 명 일지....? 그렇다면 너무 가슴 아플 듯ㅠ 

 

 

짠내 원탑 히토미ㅠ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은 누가봐도 딸 히토미. 아빠랑 엄마, 심지어 남자 친구 츠바사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에, 어떻게든 히토미를 이용해 먹으려고 합니다; 여러 번의 통수를 맞다가 결국엔 자살 시도를 하기도 ㅠㅠ; 10년 전 화재 사건에 대해 알고 난 후 책임을 회피했던 아빠와는 달리 히토미는 죄책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싶어 합니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 아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비밀이 있는듯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그 이후에는 제일 솔직하고 성숙한 캐릭터입니다. 

 

몇몇 캐릭터의 서사는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나나코는 케이타 집 근처에 사는 보육사인데, 케이타가 모든 걸 털어놓으며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막판에 나나코는 테이토 건설의 우츠노미야에게 협박을 받고, 케이타가 유키코에게서 훔친 돈을 빼돌리며 그를 배신합니다. 나나코가 케이타에게서 숨기고 있던 비밀은 바로 그녀가 성매매를 한다는 점. 학생 때 좋아했던 선생님에게서 성폭행을 당하고, 그때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음.... 네....? 저는 나나코의 눈물 어린 고백을 들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사실을 꾹 참고 견뎌온 성폭행 피해자인 나나코가 불쌍하면서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옹호하는듯한 작품의 메시지에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그냥 돈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거거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원나잇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면 차라리 이해했을 텐데... 왜 하필 성폭행 피해자를 매춘부로 만들어 버리는지;;;

 

전처 유키코의 서사도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세상 사악하고 이기적인 소시오패스 성격을 다 때려 박은 빌런 캐릭터인데,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말버릇처럼 계속 돈만 벌면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새로운 시작'이란 게 뭔지도 의문스럽고. 말 그대로 그냥 소시오패스라서 이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본능적으로 주변인들을 짓밟아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존재할 수 있는 인물. 후반엔 그녀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어렸을 때 이 닦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녀의 어머니는 유키코를 완전히 방치했던 것 같습니다. 유키코와 케이타가 결혼하기 전, 케이타의 엄마는 유키코의 엄마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유키코의 엄마는 이기적인 성격에, 돈만 밝히고, 딸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는 인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순간 돌변하여 유키코는 자신과는 다르다며, 유키코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키코는 그녀의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지만, 어머니와 똑같은 말을 딸 히토미에 대해서 합니다. 히토미는 나와 다르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음... 딸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니, 이건 뭔 개소리죠... 제가 아직 식견이 좁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여하튼, 유키코는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학대와 무관심만 받았기 때문에, 딸 히토미와도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이걸 보니 저는 이 드라마를 매우 재미있게 본거 같습니다ㅋㅋㅋ 일드 특유의 아마추어스러움(?)에 거부감 없으시다면 나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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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미 넘치는 존예 염정아를 50화 내내 볼 수 있다!!!

2012-2013년에 걸쳐 방송된 주말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그렇게 유명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염정아 배우님의 필모 하나를 깼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오래된 필모는 영상을 찾기가 힘든데, 이 드라마는 유튜브에 대부분이 다 올라와 있어서 보기 편했습니다. 솔직히 주말 드라마라서 별 기대 안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ㅋㅋ 남나비 진짜 매력적인 듯.   

 

탑스타에서 몰락하고 온갖 수모를 겪는 남나비

싸가지도 없고 개념도 없지만 화제성으로 먹고살던 탑스타 남나비(염정아). 결국 음주운전으로 사고 치고 은퇴를 하게 되지만, 잘 나가는 사업가 로이킴(김성수)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깁니다.  행복도 잠시, 로이킴은 사업 파트너가 투자금을 들고 튀는 바람에 사기 혐의로 쫓기게 되고, 사업 파트너를 쫓아 홍콩으로 떠납니다. 남나비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고 투자자들에게 온갖 수모를 겪습니다. 그렇지만 남편 로이킴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으며, 시골에 있는 남편의 시댁 '메지콩 식당'에 들어가 시댁 살이를 시작합니다. 

 

5년 후 스카이 캐슬에서 재회하는 두사람

이 드라마를 이끄는 제일 큰 주제는 '복수'입니다. 이 드라마의 메인 악역인 윤설아(윤세아)는 남나비의 하나밖에 없는 절친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오빠의 복수를 위해 남나비에게 접근한 것이며, 남나비의 인생을 최대한 비참하게 망가트리려 합니다. 남나비가 종교처럼 믿고 따르는 남편 로이킴은 윤설아의 사주를 받고 남나비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합니다. 로이킴에게 사기꾼 사업 파트너를 소개해준 것도 윤설아이며, 그가 돈을 들고 튀게 도운 것도, 남나비의 재산을 거덜 낸 것도 다 윤설아가 그린 빅픽쳐입니다. 

 

초반의 화려하고 철없는 모습의 남나비

로이킴은 윤설아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하고, '제프 강'이라는 새 이름으로 신분 세탁을 해서 한국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 후 사기 결혼의 진실을 알게 된 남나비는 큰 충격에 빠지는데, 그 순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로이킴과 윤설아의 관계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또한 페이크. 복수를 위해 기억상실증을 연기한 것이었습니다 (평생 발연기로 까이던 남나비의 인생 연기;;;).

 

병원 옥상에서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곧 복수를 결심

로이킴과 윤설아는 위기에 몰리지만 이때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 실비아 최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실비아 최는 월드 백화점에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로이킴과 윤설아와 손을 잡고 남나비와 그녀의 연인이자 월드 백화점 회장의 손자, 이우재(박용우)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또 반전이 존재하니, 실비아 최가 복수하려고 했던 이우재는 알고 보니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친아들이었고, 그 사실을 안 실비아 최는 복수를 멈추고 홍콩으로 떠납니다. 결국 마지막에 궁지에 몰린 윤설아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남나비에 의해 살게 되고, 그녀의 말대로 자수를 합니다. 몇 년 후 출소한 윤설아와 남나비의 시댁은 모두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주말 드라마다운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복수를 위해 행동하며, 그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입니다. 사기 결혼, 신분 세탁, 교통사고, 기억 상실증, 출생의 비밀 등 막장드의 단골 요소들을 다 때려 넣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윤설아 오빠의 죽음 때문이죠. 윤설아의 오빠는 옛날에 남나비와 연인 관계였지만, 남나비에게 차인 후에 절망해서 욱하고 자살을 해버립니다. 윤설아는 남나비 때문에 오빠가 죽었다며 복수를 맹세하는데, 솔직히 이건 남나비 잘못도 아니고, 이렇게 복수심을 태울 만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주변 사람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행동은 정말 찌질하다고 생각... 아무튼 윤설아 오빠의 잘못된 선택 하나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인생은 물론 그렇게 사랑했다던 남나비 인생도 망가트리게 됩니다.  

 

차분하고 진중하게 변하는 남나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변해가는 남나비의 캐릭터를 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제일 큰 재미였습니다.  캐릭터가 점점 흑화 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염정아의 또 다른 대표작 '로열패밀리'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처음엔 정말 철딱서니 없는 남나비의 코믹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메지콩 식당의 식구가 되면서부터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일을 찾아 나서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온몸을 던져 오열하고, 윤설아와 로이킴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땐 절망하면서 복수를 칼날을 갈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남나비라는 캐릭터는 한없이 밝고 철없는 캐릭터에서 무게감과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염정아 특유의 다채로운 연기는 여기에서도 여지없이 빛나며, 염정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나비 x 우재...내가 아낀다...ㅠㅠ

어쩌다 보니 위에 줄거리에는 등장을 안 했는데,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은 월드 백화점의 마케팅 본부장이자 월드 백화점 회장의 손자인 이우재입니다.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장에서 퍼질러자던(;;) 남나비와 우연히 같이 사진이 찍히게 되고 스캔들이 나면서 인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무개념에 예의 없는 남나비를 보며 질색하지만, 그 후 벌어지는 여러 사건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며 연민과 동시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필요하면 언제나 달려오는 우재

개인적으로 힘이 잔뜩 들어간 로이킴의 연기 스타일은 부담스럽고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우재는 대사 치는 것도 자연스럽고, 나비와 잘 어울렸습니다. 로이킴처럼 과하게 폼 잡는 캐릭터가 아니라, 적당히 유쾌하면서도 선은 지키는, 드라마에서도 나오듯 '아씨를 모시는 머슴'처럼 편안하면서 믿음직한 모습이 좋았습니다. 

 

50화가 넘는 주말 드라마인 만큼 상당히 재미없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만; 주요 캐릭터들 위주로만 빨리 넘겨보면 나름 존잼으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남나비가 그리워서라도 저는 나중에 다시 볼 것 같습니다ㅋㅋ 

 

결론: 남나비 개이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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