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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해외 작가가 아닐까 싶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 제대로 읽어 봤습니다ㅋㅋ 예전에 '개미'를 한번 읽어보려 시도했지만 재미없어서 포기했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책중에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이 재밌어 보여서 읽고 싶었는데 전작인 '기억'과 스토리가 이어진다길래 '기억'부터 읽기 시작! 

 

 주인공인 '르네'는 친구 엘로디와 최면쇼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퇴행 최면을 경험합니다. 그는 자신의 전생 (세계 대전에 참전한 병사 이폴리트)을 경험하고 그 트라우마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 이후 완전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트라우마를 되돌리기 위해 최면술사인 오팔을 찾아가 퇴행 최면을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과 영혼을 공유하는 여러 전생들을 마주하며 (르네가 112번째 삶이기 때문에 전에 무려 111번의 전생이 존재함ㄷㄷ)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르네는 자신의 첫 번째 삶인 '게브'를 통해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가 실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홍수로 없어지는 아틀란티스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윤회나 전생, 이런 개념은 동양 사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작가가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최면으로 전생 경험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는데...이 책에서 다루는 최면은 그런 경험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전생의 삶을 경험하는 걸 넘어서 그 전생의 인물들과 소통을 하며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고, 그들의 능력을 빌려서 현실에 적용하기도 하고 (예:사무라이 빙의해서 감옥 탈출), 아예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줘서 과거의 일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말이 최면이지 르네가 가진 능력은 일반적인 최면이 아니라 과거로 이동하는 초능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르네가 하는 행동만 보면 다중인격? 망상? 조현병? 여러 정신 질환들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친구인 엘로디가 르네를 정신 병원에 처넣는 것도 이해가 가는 행동입니다ㅋㅋㅠㅠ 정신 병원 탈출, 감옥 탈출 등등 온갖 난리를 치다가 결국 르네는 오팔, 엘로디 등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같이 온라인 채널은 만들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노력을 합니다. 근데 말이 진실을 알리는 거지 제삼자가 보기엔 흔한 음모론 채널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그 "진실된 역사"를 알게 된 방법이 퇴행 최면을 통한 전생 경험이라면... 음 네....;; 

 

판타지로서 스토리는 정말 흥미로웠고 재밌었지만 최면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얼토당토않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집트로 탈출하는 후반부턴 전개가 정말 저 세상으로 가버리는 듯;; 그래도 재밌긴 했지만ㅋㅋ 작가의 말을 보면 퇴행 최면을 통해 작가가 직접 전생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모티브로 작품을 쓴 것 같더군요. 저 같은 사람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것 같아서 최면이란 게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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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다작하는 작가다 보니 뭘 먼저 읽어야 할지 항상 고민되는데, '신참자'라는 책 표지에 아베 히로시 얼굴이 있길래 '영상화될 정도면 재밌는 책이겠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었는데, 역시 재밌네요!!ㅋㅋ 특히 구성이 독특해서 리뷰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니혼바시에 새로 부임해온 가가 형사가 고덴마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여러 미스터리들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이름인 '신참자'는 이 동네에 새로 온 가가 형사를 뜻하기도 하고, 고덴마초에 최근 이사를 오고 살해당한 피해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피해자 주변 용의자들을 조사하면서 범인을 찾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가 되는게 일반적인 추리물인데, 이 작품은 상당히 다릅니다. 각 챕터마다 주인공이 다른데 (센베이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등등) 얼핏 보면 살인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센베이 가게는 피해자와 만났던 보험 회사 직원이 센베이 가게의 할머니와 같은 날 만났기 때문에 그 직원의 알리바이 확인을 위해 형사들의 조사를 받습니다. 보험 회사 직원은 센베이 가게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숨기기 위해서 할머니에겐 가짜 진단서를, 의사에겐 진짜 진단서를 따로 받아옵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 보니 알리바이가 꼬이게 되었는데 가가 형사는 그 비밀을 알아내곤 보험 회사 직원을 용의자에서 제외합니다. 고덴마초 살인 사건과는 큰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나 마찬가지죠. 요릿집 수련생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집에서 발견된 간식에 얽힌 미스터리인데, 어떤 요릿집의 주인아저씨가 좋아하는 호스티스에게 간식을 줬는데, 그 호스티스는 그걸 이웃이던 피해자에게 줘버려서 살해 현장에서 발견이 된 거였죠. 그 안에 고추냉이가 들어있는 게 미스터리였는데, 그건 불륜을 의심한 와이프가 일부러 넣었던 거였습니다; 결국 이것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가 형사는 이런 독립적으로 보이는 미스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서서히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케이크 가게 점원 에피소드가 제일 짠하더군요. 피해자가 왜 고덴마초에 오게되었고, 왜 그 동네 케이크 가게에 단골이 되었는지 이유가...ㅠㅠ 피해자의 아들과 전남편도 각각 사연이 있는데, 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양파 껍질을 까듯 겉에서부터 한 꺼풀 한 꺼풀 파고드는데 그 과정은 이 사건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민예품점에서 판매하는 전통 팽이 이야기가 살인 도구와 범인의 정체로 연결되는 부분에선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찾아서 맞추다 보니 어느샌가 큰 그림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범인에게까지 너무 과한 서사를 주는 거 같아서 그건 별로였습니다. 결국 돈 때문에 친했던 지인을 죽인 건데 (본인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들킬까 두려워서) 그 돈을 뭐 대단한 곳에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철없는 자식 부부의 호화로운 삶을 유지해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게 너무 한심하고 그냥 피해자만 불쌍...ㅠㅠ 

 

아 그리고 이건 작품 주제하곤 상관 없는 거긴 한데... 왜 이 작품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부분 클럽의 호스티스 출신인 걸까요?;; 호스티스랑 결혼하는 건 뭐 그렇다 치는데, 호스티스랑 유부남이 바람피우는 것도 그냥 흔한 일탈처럼 가볍게 다뤄지고, 호스티스와 혼외자식이 있는 것도 무슨 젊은 시절 순수한 사랑의 결실인 것처럼 그려집니다... 심지어 그 혼외자식인 딸도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만났다는 게;; 작가의 다른 작품인 '용의자 X의 헌신'에도 클럽 호스티스 출신 여성이 유부남과 썸 타고 그러는 게 로맨틱하게 나와서 읽으면서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그냥 이 작가가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일본에선 정말로 이런 게 흔한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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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설 '천 개의 파랑'은 제가 요즘 SF에 꽂혀있어서 읽은 책인데, 제가 찾던 하드 SF는 아니고 완전 소프트 SF여서 살짝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읽기 좋은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보통 SF 장르라 하면 미래의 기술력을 전시하거나 예언하는 게 스토리의 큰 부분인데, '천 개의 파랑'은 과학 기술로 인해 영향받은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사람들을 대체한 미래가 배경으로, 우연히 인지 능력 칩이 들어간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연골이 무너지는 말 '투데이'를 위해 스스로 낙마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로봇을 수리하는 재능이 있는 공순이 '연재'는 경마장에서 우연히 하반신이 박살 난 콜리를 만나게 되는데,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눈치채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렇게 콜리는 연재의 가족인 엄마 보경, 언니 은혜, 그리고 친구 지수와 만나며 그들을 변화시킵니다. 보통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로봇이 인간적으로 변하는 게 클리셰인데, 여기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존재가 콜리입니다. 보경과 은혜, 연재 이 세 가족은 서로에게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상처를 주면서 마음을 닫은 상태였는데, 콜리를 통해 천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콜리는 사람들의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고 솔직하게 반응해 주면서 누구나 맘을 터놓을 수 있는 상담사 같은 존재가 됩니다. 삶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 많은 콜리이지만 그런 콜리가 목숨을 걸 정도로 아끼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파트너 말 '투데이'입니다. 연골이 망가진 투데이에게 본인의 몸무게가 무리가 될까 스스로 낙마까지 했지만 투데이는 결국 경주마로서 쓸모가 없어져 안락사를 앞두게 됩니다. 투데이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진 은혜와 투데이를 살려달라는 콜리의 부탁을 받은 연재는 투데이가 콜리와 경기에 다시 한번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렇게 힘겹게 참가한 경기에서 콜리는 투데이가 더 빠르게 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한번 스스로 몸을 던져 낙마를 합니다ㅠㅠ... 이번에 콜리는 수리 불가할 정도로 망가지고 소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후 경마장의 동물 학대가 이슈가 되어 다행히도 투데이는 제주도에 가서 지내게 됩니다. 연재는 가족들과 가까워지고, 몸이 불편한 은혜는 연재가 발명한 휠체어로 조금 더 나아진 생활을 하게 되고, 보경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서서히 이겨내고, 투데이도 제주도에서 새 삶을 사는데, 콜리만 그 그림에서 빠진 게 안타까우면서도 콜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기분도 듭니다.    

 

이 책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동물 학대 등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할 수록 사람들이 손쉽게 외면하게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SF 소설치곤 과학적 이야기가 많이 없다 보니 그런 걸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수 도 있습니다. 3인칭이던 내레이션이 마지막에만 콜리의 1인칭 시점으로 바뀌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등장합니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모두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하늘이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콜리를 매료시켰듯, 이 세상의 모든 단어, 사람들이 가진 모든 감정이 콜리에겐 그만큼 신비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살아있다고 표현하긴 힘든 휴머노이드 로봇이지만 사실 콜리는 그 누구보다 삶의 귀중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 선명한 삶을 살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정작 사람들에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라 그 소중함을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거 같습니다. 콜리처럼 소소한 것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참 행복할 텐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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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화 된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오랜만에 술술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배경은 1950년대 미국, 여성 화학자인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는 그 시절 만연했던 각종 성차별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본인의 연구를 하는 열정 넘치는 과학자입니다. 대학원 시절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쫓겨나고, 어렵게 일하게 된 연구소에서도 제대로 된 존중을 받지 못합니다. 캘빈이라는 소울메이트를 만나 행복을 잠깐 만끽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하고, 설상가상으로 엘리자베스는 딸 매들린을 임신한 상태라서 미혼모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연구소에서 해고당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직장도 잃고, 그와중에 혼자서 어린 아이까지 키워야하는 힘든 상황속에서도 엘리자베스는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집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해서 연구를 계속 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TV 요리 방송의 호스트가 되어서 어마어마한 인기의 티비 셀러브리티가 됩니다. 화학자가 갑자기 요리쇼 호스트가 된다는게 쌩뚱맞게 느껴지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요리란 그저 화학입니다. 여러 재료들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요리라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것은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리방송이 아니라 화학 수업을 하듯 진행합니다. 소금을 소듐 클로라이드라고 부르고, 물을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라고 부르며, 물이 끓는걸 보며 수소 결합, 공유 결합등에 대해 설명하는... 사실상 요리를 소재로 한 화학수업이나 다름 없습니다. 방송국에선 당연히 망할거라고 생각하고 피디는 뒷목을 잡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인기 방송이 되어버립니다. 집에서 가정주부들이 하는 "요리"라는 일이 절대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복잡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방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것이 삶의 전부였던 가정 주부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주고 더 나아가 더 큰 꿈을 가질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에 엘리자베스는 방송을 그만두고 원하던대로 연구소에 돌아가서 원하던 연구를 계속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딸의 할머니 (캘빈의 생모)가 어마어마한 갑부여서 연구소를 인수해서 엘리자베스에게 빵빵하게 지원해준다는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엔딩이긴 한데 그래도 해피 엔딩이여서 좋았습니다ㅋㅋ 

 

  초반 스토리는 너무나 고구마의 연속이다보니 읽기가 괴로울 정도였는데 2권으로 넘어가면 엘리자베스 특유의 말투와 유머 코드도 재밌고 (그런 엘리자베스를 보며 뒷목 잡는 방송 피디 반응도 존잼ㅋㅋ), 매들린이 엘리자베스랑 똑같이 자라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요리 방송이지만 그 방송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로운 영감을 받고 조금씩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는것도 쾌감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를 놓지 않고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엘리자베스를 보면 짠하면서도 벅찬 감정이 듭니다. 성별 뿐만 아니라, 나이, 외모, 출신, 혼인 여부 등 여러 요소로 인한 차별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차별에 굴하지 않고 엘리자베스처럼 꿋꿋하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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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션이랑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엄청 재밌게 읽고 제 취향이 하드 SF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찾게 된 국내 하드 SF 소설인 "두 번째 달". 이 작품은 무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AI입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고 우주에 남겨진 AI가 인류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혼자 남겨진 재난물은 많이 본 거 같은데 사람도 아닌 AI만 남겨졌다는 게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상 기후로 빙하가 다 녹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인류가 멸망하는 흐름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 저서 무섭더군요... 과거에 이런 이야기는 SF 설정일 뿐 확 와닿진 않았던 거 같은데, 이젠 소설이 아니라 다큐 같네요 하...ㅠㅠ... 또한 요즘 AI의 무시무시한 발전이 뉴스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걸 보며 이 소설의 내용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이상 기후와 AI를 버무려서 쓴 소설이라니, 이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조합...

 

주인공 AI "아에록" 의 역할은 "기록 보관소"이며 말 그대로 정보를 수집, 기록, 분석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학습한 AI라서 극 F 성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에록 외에도 인간이 남겨둔 AI는 더 있는데, AuTX-3463는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능가하는 만능 AI입니다. 아에록이 지구 근처에서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면 AuTX-3463가 그 정보를 이용해서 지구를 다시 사람이 살수있는 행성으로 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아에록과는 성격적으로 정 반대인 극 T이며 인류 재생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에록이 감성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AuTX-3463는 아예 아에록과 계획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에록이 무슨 질문을 해도 "바쁘니까 말 걸지 마셈"으로 시크하게 일축해 버립니다 ㅋㅋㅋ 생명이 살수 없는 행성이 되어버린 지구를 AI들이 힘을 합쳐 몇만 년에 걸쳐 천천히 테라포밍 하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트살과 나무흐라는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처럼 새로운 인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아이들이 자손을 남겨서 그들이 인류를 재생시킬 줄 알았는데 그런 뻔한 전개는 아니더군요ㅋㅋ 수명이 수십 년밖에 안 되는 아이들은 당연히 지구의 재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들과의 기억은 아에록이 수만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 그 자체입니다. 실제로 아에록이 보관하고 있던 트살의 머리카락 DNA를 이용해서 신인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유전자적으로 신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 인간들은 다양한 손가락 개수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인해 극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신인류는 모두 손가락 10개를 가지게 됩니다. 바로 열손가락을 가진 트살의 후손들이기 때문...! 정말 길고 긴 시간 끝에 인류 재생에 성공하고 임무를 완료한 아에록이 루오에스와 트살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고 행복하게 시스템을 종료하고 대기권에서 산화되는데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아에록은 그래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눈을 감았는데,  AuTX-3463는 시크하게 지구 포기하고 따른 임무 하러 떠나버린ㅋㅋ 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이 AuTX-3463이 등장하는 속편을 예고하는데 나오게 되면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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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션이나 프로젝트 헤일메리 같은 SF 소설을 재밌게 읽고 또 재밌는 SF책 없나 해서 찾아보게 된 소설입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등장하는 용어가 어렵거나, 다루는 주제가 무겁고 디스토피아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따듯하고 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소재는 SF이지만 던지는 질문들을 보면 뭔가 철학책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짧은 단편들을 모아둔 소설집이라 출퇴근길에 짬내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제 기억에 가장 남는건 첫 작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입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아 역시 디스토피아 SF구나!'라고 착각을 했습니다ㅋㅋ 아이들만 남겨진 고립된 마을, 성인식에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 무슨 영화 미드소마에 나오는 마을처럼 뭔가 기괴한 전통을 가지고 있어서 순례자들을 희생시키는 건 줄 알았죠... 애니 약속의 네버랜드처럼 다 큰 애들을 괴물들 먹이로 보내버린다던지ㅋㅋ;; 하지만 알고 보니 그렇게 극악무도한 건 아니었고 말 그대로 밖으로 나가서 현실을 마주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을은 차별이나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곳이지만 순례자들은 나이가 차면 마을 밖으로 나가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현실을 견디지 못하겠다 싶으면 마을로 돌아오는 것이고, 괴롭지만 그래도 이 현실을 마주하고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게 된 것입니다. 화자 데이지가 이 순례의 이유, 마을의 역사와 비밀에 대해 조사하면서 시간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내레이션 스타일이 되게 독특했습니다. 마을의 설립자인 릴리, 릴리의 과거를 조사하는 그녀의 딸 올리브, 그런 릴리와 올리브를 조사하는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가 편지를 남기는 친구 소피까지... 누군가가 남긴 영향력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전달되어 내려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아서 이 편지를 읽게 된 소피 또한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바이오해커였던 릴리는 자신이 가진 흉터로 인해 차별을 당하며 살았고, 그런 '결함'이 없는 완벽한 사람들은 탄생시킨다면 차별이 없어질거라고 생각하고 인간 배아 디자인을 통해 건강하고, 외적으로도 완벽한 '신인류'를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이 신인류의 탄생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의 차별이 더 강화된 것을 보고 환멸을 느낀 릴리는 잠수를 타고 새로운 마을을 설립합니다.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곳,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다양함으로 인정받는 곳, 결함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그 어떤 곳보다 완벽한 파라다이스입니다. 하지만 많은 순례자들은 아무리 현실이 차갑고 잔인해도 그곳에서 남아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것을 선택합니다. 데이지가 마을에서 만난 순례자는 연인이 죽어서 마을로 돌아온 사람이었죠. 저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그 어떤 파라다이스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게 더 행복하다'라는 희망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를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질병을 없애고, 수명을 늘리고, 우수한 사람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거라서 '신인류'의 세상이 가진 문제점이 와닿았습니다. 그냥 발전된 기술력으로 건강하게 태어나면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사회가 더 분열될 수도 있다는 생각 못했던 문제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다른 단편들도 따뜻하고 희망적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저줍니다. SF적인 소재가 등장하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SF 입문작으로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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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줄여서 눈마새) - 제목은 참 많이 들어본 소설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아직까지도 왜 사랑받는지 알겠더군요. 고전 작품들을 현대 시점에서 보면 진부하고 클리셰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눈마새는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그 누구도 이런 세계관과 이런 주제를 함부로 따라 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요즘 독자들이 익숙한 한국식 판타지, 소위 양판소를 보면 반지의 제왕 톨킨 세계관을 베이스로 해서 시기를 명확히 알수 없는 중세 서양 문화를 섞어 넣고, 마나니 소드 마스터니 이런 K판타지 요소들을 때려 넣은 세계관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요즘 웹소설 판타지는 10년 전 양판소 판타지하고는 또 다르다고 하지만 베이스는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하지만 눈마새는 다른 판소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냅니다. 인간, 레콘, 나가, 도깨비 4 종족이 등장하는데 작품의 스토리를 떠나서 이 종족들의 문화에 대해 읽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세계관이 초반에는 진입장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불친절한 스탈이시라 설명 없이 그냥 냅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나가들이 니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니른다"는게 나가들이 텔레파시처럼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며 나가들은 청력이 약해서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어느 정도 읽을 후에야 서서히 알게 됩니다. 설명충을 극혐 하시는 분들에겐 이렇게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이 좋겠지만, 어떤 분들에겐 이게 불친절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눈마새는 총 4권인데 초반 1,2권과 후반 3,4권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초반은 주인공 일행이 여행을 하며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파헤치는, 익숙한 판타지 소설의 전개인데, 3,4권은 본격적인 전쟁 파트이며, 매우 잔혹하고 어둡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좀 더 철학적이고 난해한 내용이 강해집니다. 엔딩도 좀 열린 결말로 끝나다보니 막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진 않고 그냥 '뭐지? 이게 끝? 케이건은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어리둥절하게 되더군요;;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번 더 읽어보고 인터넷에서 작품 해석을 좀 찾아봐야 할 듯;;; 출근길에 가볍게 읽기엔 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ㅠㅠ 그래도 흥미로운 설정과 좋은 필력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명작 판타지 소설입니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로도 수출이 많이 되었고, 특히 게임으로 개발이 되는 중이라는 뉴스가 있는데, 이 독특한 세계관을 어떻게 살릴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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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SF 우주 3부작 중 2번째 작품인 아르테미스는 나머지 두 작품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하곤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두 작품은 '우주에 혼자 남겨진 과학자의 고군분투 생존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르테미스는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불법 밀수를 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짐꾼(aka 포터)입니다. 재즈가 불법적의 의뢰를 하던 중 계획이 일그러지고, 범죄 조직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앤디 위어 특유의 유머러스한 톤 때문에 스릴러라기보단 코믹 활극 느낌이 나는데 줄거리만 보면 재즈는 살인청부업자에게 몇 번씩 목숨을 위협당하기도 하고 위기일발 범죄물이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위기 순간에서도 드립 치는 걸 잊지 않는ㅋㅋㅋㅠㅠ... 주인공이 포터이긴 하지만 굉장히 똑똑하다는 설정이라 앤디 위어의 과학적인 고증 + 설명충 내레이션은 여전합니다.

 

신기술로 만들어진 광케이블 생산을 위해 알루미늄 공장에서 나오는 규소가 필요한데 그걸 위해서 재즈의 의뢰인 트론은 재즈에게 산체스 알루미늄사의 광물채취트럭을 모조리 파괴시켜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하고 그 산체스 알루미늄사의 뒷배에 있던 폭력단은 트론을 살해하고 재즈 또한 죽이기 위해 사람을 보냅니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된 재즈는 적들을 달에서 쫓아내기 위해 동료들과 같이 알루미늄 공장에 침투해서 용광로를 폭파시키는데, 그 폭발의 여파로 발생된 클로로포름이 산소관을 타고 아르테미스를 덮쳐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곧 전멸할 위기에 놓입니다. 재즈는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산소관을 열어서 도시를 살리게 됩니다. 죽은 줄 알았던 재즈도 다행히 목숨을 구합니다. 클로로포름 사고의 책임으로 달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지만 재즈는 자신이 없어진다면 달에는 더욱 위험한 물건들을 밀수하는 사람들이 늘게 될 것이고, 자신처럼 선을 지키는 착한 밀수업자(?)가 있어야 달의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행정관에게 항변하는데, 그 항변이 먹혀들어서 결국 달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됩니다. 

 

스토리의 끝에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쪼는 작가의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마션이나 헤일메리 같은 경우는 마지막 엔딩에서 카타르시스에 가까운 감동이 몰려오는데 아르테미스 같은 경우는 감동보단 황당+당황스러움이ㅋㅋㅋ 애초에 목적이 공장 인수였는데 공장을 아예 폭파 시킨다는 발상부터 약간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 폭발로 인해 클로로포름으로 모든 도시 사람들이 다 전멸 직전까지 가는 어마어마한 트롤링은 정말 예상도 못했던 전개라 당황스럽더군요ㅋㅋㅋ 재즈가 자신의 슈트를 찢으면서 목숨을 걸고 산소관을 열 때는 짠한 감정이 사알짝 들긴 했는데 사실 자기가 싼 똥을 자기가 치우는 상황이라 당연한 행동이라 느껴졌습니다. 거기서 산소관 못 열고 도시 사람들 다 죽으면 재즈는 진짜 인류 역사에 남을 살인마 개객끼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니ㅠㅠ 마지막에 다들 큰 변화 없이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스케일 큰 범죄에 휘말렸던 것치곤 소소한 일상 사건처럼 넘어가지는 게 뭔가 김 빠지면서도 웃기네요. 스트레스 안 받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범죄 어드벤처물이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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