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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었던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 (레알세)를 굉장히 재밌게 한 저는 스칼렛 바이올렛 티저가 떴을 때부터 큰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소드 실드 전까진 제대로 포켓몬을 해본 적도 없는 제가 예구까지 해본 최초의 포켓몬이 바로 이번에 나온 스바... '레알세 엔진과 배틀 시스템이면 재미는 보장이지'라는 생각으로 질렀습니다. 레알세는 본가에서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확신을 했는지 모르겠네요ㅋㅋㅠ

 

그리고 메타 스코어가 뜨면서 쎄해지는 이 기분... 예전에 사이버펑크 예구했을때와 비슷한 느낌이...^.ㅠ... 최소 메타스코어 80은 찍는 포켓몬인데 스바는 72점을 찍으면서 본가 시리즈 역사상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버그의 향연으로 넷상에서 밈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사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ㅠㅠ 아니 왜 내가 예구하는 게임들은 다 이러냐고... 아무튼 게임은 이미 도착했으니 일단 해보기로 합니다. 

 

결과적으론 레알세보다 더 오래 즐긴 게임이 되었습니다. 레알세를 한 40시간 플레이하고 엔딩보면서 나름 오래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스바는 50시간 넘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체감상으론 20-30시간 정도 한 거 같았는데 뭐지 이 당황스러운 갓겜은...;; 엄청난 망겜인줄 알고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의외로 갓겜이었습니다ㅋㅋ 메타보고 쫄지 마시고 츄라이 츄라이... 온갖 엉망진창 버그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솔직히 저는 게임을 하는 동안 큰 문제는 겪지 못했습니다. 뭐 종종 날지 못하는 포켓몬이 날아다니거나, 배틀장 한가운데 포켓몬 대신 트레이너가 서있거나, 마을 사람들이 다 로봇처럼 걸어 다니거나... 이런 소소한(?) 문제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래도 플레이하는데 지장 있을 정도의 큰 버그는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포켓몬은 메인 스토리를 쭉 따라가는 일자형 스타일인데 (레알세도 메인+서브퀘 구성) 스바는 포켓몬 최초 오픈월드 게임을 자처하며 정해진 순서없이 진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메인을 구성하는 3가지 루트가 있는데 각 루트를 담당하는 세명의 라이벌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 루트들을 다 완료해야만 메인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메인 스토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게 -포켓몬치곤- 흥미롭긴 했지만, 솔직히 오픈 월드라고 하기엔 자유도나 컨텐츠가 많이 떨어집니다. 마을에 있는 npc들과 상호작용도 없고, 마을에 있는 건물들도 체육관이나 학교 정도 제외하면 들어갈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체육관 관장들의 레벨도 고정이라서, 체육관 설명글에 나오는 난이도에 따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순서가 그렇게 자유롭진 않습니다. 그래도 발전된 편의성, 화려한 이펙트를 갖춘 도감의 퀄리티, 학교 수업을 통해 제공하는 상세한 정보 등 발전된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스토리!! 그리고 엔딩!!! 세명의 라이벌들이 다 개성있게 매력이 있고, 다들 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네모는 짠하다기 보단 배틀에 미친 순수한 광기 인간 같다는 느낌이지만ㅋㅋ 페퍼와 모란은 라이벌이라기보단 동료에 가깝습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이 여행을 통해서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페퍼...ㅠㅠ 엔딩을 위해 에리어 제로에 진입하면서부터 레전드 포켓몬, 그리고 페퍼의 아버지인 투로박사 (이건 바이올렛. 스칼렛은 올림박사)에 관련된 스토리가 풀리는데 상당한 반전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 전개를 보여줍니다. 제가 기억하는 포켓몬은 너무 전개가 단순해서 심심하거나, 아니면 억지스럽게 반전을 넣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SF물의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여기부터 스포))) 페퍼가 원망하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이고, 줄곧 주인공과 페퍼에게 말을 걸던 인물은 바로 투로박사의 기억을 가진 AI입니다. 투로 박사는 신세계를 꿈꾸며 미래(바이올렛)/과거(스칼렛)의 포켓몬을 현재로 가져오는 타임머신을 발명했지만 오히려 현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고, AI박사는 주인공 일행에게 타임머신을 멈춰주길 부탁합니다. 하지만 AI박사는 타임머신 방어 시스템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ㅠㅠ 본인의 파멸을 부탁하며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 타임머신을 중지시키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게 됩니다. 떠나기 전에 페퍼에게 무신경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사랑했다는 말을 남깁니다. 하 있을 때 잘하지 다 죽고 AI 된 후에야 말하면 어쩌냐고ㅠㅠ...

 

이렇게 엔딩을 보고나면 체육관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되고, 학교에서 토너먼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모, 페퍼, 모란의 후일담이 풀립니다. 그 외로 할 수 있는 서브퀘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선호도를 맥스로 쌓고 할 수 있는 레전드 포켓몬 잡기, 비전 달콤 스파이스 구하기, 도감 완성하기 정도가 있습니다. 제가 해본 포켓몬 게임이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 게임 중엔 제일 기억에 남고 깔끔한 스토리였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좋다고 해서 다음에도 이렇게 게임 내놓으면 죽는다 겜프릭아...^^... 개인적으론 레알세 배틀 시스템 다시 체험해보고 싶은데... 제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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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리아는 제가 2번째로 접해본 테일즈 시리즈입니다. 첫번째는 몇 년 전 플스로 했던 베르세리아... 나름 최신작(?)인 베르세리아도 옛날 게임처럼 조작이나 진행이 불편했는데, 베스페리아는 더 오래된 08년도 게임을 리마스터한 거라길래 큰 기대 안 하고 그냥 저렴한 맛에 사봤습니다. 오래전 게임이지만 아직도 베스페리아는 테일즈 시리즈 중에서 명작이라 꼽히며 인기가 많더라고요. 겉표지만 봤을 땐 그다지 안 끌렸는데, 시작하고 보니 웬걸...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습니다. 아기자기하면서 깔끔한 그래픽, 유포터블이 참여한 준수한 퀄의 애니메이션, 손맛이 느껴지는 찰진 전투, 방대한 메인 스토리와 서브퀘... 숨어있는 파고들기 요소가 매우 매우 많은 게임이라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플탐 100시간 정도는 쉽게 넘길 듯합니다. 저는 공략 보면서 메인만 달렸는데 엔딩 보는데 43시간이 걸렸습니다...;;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JRPG를 찾으시는 분들에겐 강추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고전 JRPG 답게 불편한 요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던전 안에 제대로 된 맵이 없는 점 (필드에서도 맵 조작 개불편), 저장도 오로지 정해진 저장 포인트에서만 가능하단 점, 카메라 조작이 불가능해서 답답한 시아, 서브 퀘스트를 정리해주는 정보창의 부재... 메인 퀘도 찾아가는 게 쉽지 않고, 서브퀘는 공략법 없이는 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 솔직히 메인 퀘에서 나오는 던전들도 진짜... 저는 공략 없이 이런 거 푸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즐도 퍼즐이지만 길찾기 정말 힘듭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전 절대 이 게임의 엔딩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몇 걸음 갈 때마다 몬스터랑 만나서 전투하는 것도 막판 가선 진짜 토 나올 거 같았... 그러고 보니 이거 예전에 페르소나 5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ㅠ 그때도 던전 너무 길어서 빡친다는 후기를 썼었는데ㅋ큐ㅠㅠ....

 

전투는 테일즈 특유의 화려한 콤보가 관건인데, 솔직히 저에게 테일즈 전투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한 것... 이런 거 잘하시는 분들이라면 캐릭터랑 무기도 막 교체해가면서 화려한 합동 공격을 하실 테지만 전 엔딩 다 볼 때까지 비오의 인지 뭔지 써본 적이 없음^^... 버스트 아츠는 몇 번 썼는데 비오의는 뭐냐고요... 게임 내에 설명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공략 찾아봐도 복잡하더라고요ㅠㅠ

 

스토리 같은 경우, 후반부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큰 메인 스토리 사이사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개인 스토리들도 잘 엮어냈습니다. 솔직히 뒤로 갈수록 에아르 어쩌고 마나 저쩌고 하는 설정들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는 걸 포기해버렸지만...ㅠ 떡밥을 마구마구 뿌려대기만 하는 초반의 고구마 구간을 지나고 나면 중반에는 나름 반전도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러다 후반부 스토리에서 흐름이 좀 미묘해집니다. 최악의 빌런, 마지막 보스로 보였던 알렉세이가 사실은 상황 파악 제대로 안 된 븅신 트롤러였다는 반전. 봉인되어있던 재앙 '별먹기'를 자기 손으로 풀어놓고 스스로의 븅신 짓을 자책하며 퇴장합니다 (이 와중에 소디아라는 개노답 민폐 캐까지 끼어들어서 레알 뒷목 잡게 하는^^....) 결국 마지막 최종 보스로는 조력자/중립자 위치였던 듀크가 등장합니다. 뭔가 빌런 같지 않은 느낌이라 맥이 빠지는...

 

사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 스토리에는 절대적인 빌런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알렉세이가 빌런이긴 한데, 재앙'별 먹기'는 결국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고도로 발달된 문명/기술력으로 인해 인류는 자멸하게 되며, 그 재앙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편리함을 포기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는 현재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완벽하게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게임에선 다들 블라스티아를 포기하고 과거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현실에 대입해서 상상해보면.... 우리는 그냥 별먹기 때문에 다 죽을 듯^^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다들 말은 하지만 자신의 삶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죠. 게임 내에서도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말 그대로 재앙이 코앞에 들어닥친 상황이라 주인공 일행은 그냥 앞뒤 안 보고 블라스티아를 증발시켜 버렸죠ㅋㅋ별먹기가 눈에 안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블라스티아를 없애서 에아르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무도 관심 안 주고 개무시했을 듯ㅋ큐ㅠㅠ...

 

제가 이번에도 단점만 많이 쓴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JRPG에 거부감이 없고, 느긋하게 플탐 긴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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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aka 삼각전략)는 파엠 풍화설월과 더불어서 스위치에서 꼭 플레이해봐야 할 SRPG입니다. 처음엔 브레이블리 시리즈와 옥토패스 트래블러 개발팀이라길래 좀 머뭇거렸는데 (둘 다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ㅠ) 이번엔 JRPG가 아닌 전략 SRPG라는 말에 관심이 급상승. 같은 장르인 파엠과 비교하자면, 파엠은 좀 더 다양한 캐릭터 육성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삼각전략의 육성법은 파엠에 비해 좀 단순하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통한 깊은 스토리가 특징입니다. 사실 두 게임 다 재밌는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굳이 비교를 하면 게임성은 파엠, 스토리는 삼각전략이 더 좋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 

 

삼각전략의 초반은 솔직히 매우 지루합니다. 대화 텍스트 양이 어마어마하고, 게임 내 자유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움직이는 그래픽을 가진 비주얼 노벨 느낌입니다. 멋있는 컷씬이 있는 것도 아니고, 2D 캐릭터들이 서서 계속 떠드는 거라 졸음이...ㅠ 풀 더빙이라서 그나마 깨어있었지, 더빙도 없었으면 진짜 지루했을 듯;; 

 

하지만!! 초반이 그렇다는거지,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토리는 점점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세레노아는 가면 갈수록 더욱 어렵고 힘든 선택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이 게임의 제일 큰 재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게임은 주인공 세레노아가 선택을 한다기보단 동료들이 '신념의 저울'에 투표를 해서 선택지를 고르게 됩니다. 세레노아는 투표 전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데, 동료들의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 그런가? 내가 이게 맞나?'하고 엄청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게 되는ㅋㅋㅠㅠ 처음엔 그냥 무난무난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나라 간 갈등이 심해질수록 선과 악이 불분명해지면서 선택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동료들을 설득할땐 세레노아의 '신념 패러미터'에 따라, 그리고 그 동료의 성격에 따라 설득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신념 페러미터는 세레노아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선택에 따라 가지게 되는 3가지 신념을 표시합니다. Moral(도덕), Benefit(실리), 그리고 freedom(자유) 3가지 신념이 존재하는데, 1회 차에선 어떤 선택이 어떤 신념을 뜻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략 같은 거 보시기 보단 정말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선택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신념의 저울' 투표 결과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고 당연히 엔딩도 멀티엔딩입니다. 각 신념에 해당되는 엔딩이 있고, (롤랜드의 도덕 엔딩, 베네딕트의 실리 엔딩, 그리고 프레데리카의 자유 엔딩), 스토리 중간에 특정 선택지를 골랐을 때만 볼 수 있는 세레노아의 진엔딩까지 4가지 엔딩이 존재합니다. 사실 엔딩을 좌우하는 선택지는 마지막에 딱 하나가 존재하고, 그 전엔 어떤 선택지를 택하던 별 차이는 없습니다. 중간 과정의 선택지가 중요한 건 진엔딩을 볼 때만인데, 그때만 공략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각 캐릭터에 해당되는 3가지 엔딩에는 다 묘하게 찝찝함이 남는데, 신념의 저울이 제시하는 선택지를 거부하는 4번째 선택지,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가 바로 세레노아의 신념, 진엔딩 루트입니다.  

 

저는 일단 프레데리카와 베네딕트 엔딩은 봤는데, 롤랜드 엔딩은 진짜...선택지가 너무 제 취향이 아니라서 끝까지 플레이 못하고 그냥 유툽으로 엔딩 봤습니다. 그리고 진엔딩도 유툽으로...ㅠ 진엔딩은 동료들을 3 그룹으로 나눠서 3가지 루트를 다 공략하는 건데, 그러려면 동료들을 다 골고루 육성시켜야 하는데 저는 너무 귀찮아서 저는 그렇게 못해요ㅋㅋㅠㅠ

 

텍스트의 압박과 초반 스토리의 지루함만 견딜수 있으시다면 정말 갓갓 게임이니 SRPG를 좋아하신다면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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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레알세)는 많은 방면에서 '최초'의 시도를 많이 한 포켓몬 게임입니다.  사실 포켓몬은 굉장히 오래된 프렌차이즈이지만 그 세월에 비해 변화가 미미한 게임으로 유명하죠.  옛날 옛적 레드 블루 시절부터 최근 소드 실드까지 그래픽이나 편의성만 발전할 뿐, 게임 방식은 동일합니다. 웬만한 게임들은 콘솔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큰 변화를 주는데 포켓몬은 항상 똑같은데도 잘 팔리는 걸 보면 정말 날로 먹는(?) 게임인 듯합니다.

 

이렇게 큰 변화 없이 지속되어온 느슨한 포켓몬 씬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레알세는 일단 포켓몬 최초의 오픈월드 게임입니다. 포켓몬 소드 실드에 젤다 야생의 숨결이 섞인듯한 느낌이라 커뮤에선 포켓몬의 숨결, 포숨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거점이 되는 마을에서 사냥터로 이동하는 구간 때문에 완전한 오픈월드는 아니고 반픈월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완전한 오픈월드였다면 사냥터로 이동할 때 소비되는 시간이 많았을 텐데, 그런 것 없이 바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해서 좋았습니다. 

 

액션 게임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도 큰 차별점입니다. 이전엔 필드에서 랜덤 인카운터-> 포켓몬 배틀 -> 배틀 승리/포획의 패턴이었다면, 레알세에선 더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포켓몬들은 플레이어의 인기척에 반응하며,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하기도 합니다. 웅크린 자세로 몰래 접근해서 포켓볼을 던지면 전투 없이 포획이 가능합니다. 여러 아이템들을 사용해서 포켓몬의 시아를 방해하거나 움직임을 느리게 해서 포획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고렙의 우두머리 포켓몬들이 있는 필드를 조심스럽게 기어갈 때면 어크같은 잠입 액션 게임이 부럽지 않은 긴장감을 자랑합니다. 만일 들키게 되었을 땐 냅다 튀거나, 열심히 구르면서 회피를 한 후 포켓볼을 던져서 바로 전투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잠입 액션처럼 즐기는 것도 가능하고, 예전의 클래식한 포켓몬 게임처럼 배틀을 즐길 수도 있어서 반복적인 배틀에서 오는 지루함이 훨씬 덜해졌습니다. 보스전 같은 경우는 본격 액션 게임이 되어버리는데, 난이도가 꽤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1트에 성공한 적 단 한 번도 없었고 최소 5트는 했던 걸로...ㅠ 소울 게임하듯이 패턴을 외우고 회피하면서 빈틈을 노려야 합니다.  

 

이번 작은 포켓몬 최초의 이세계 물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있던 주인공이 아르세우스의 힘으로 먼 옛날의 히스이 지방으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시작할 때 느낌이 꼭 포켓몬이 아니라 젤다의 전설 오프닝이 생각납니다ㅋㅋ 아직 포켓몬이 낯선 사람들이 포켓몬에 대해 공부해가며 서서히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세계인데, 지금까지 했던 포켓몬 중 제일 흥미로운 스토리였습니다. 도감을 완성해가는 과정도, 단순히 포획의 개념이 아니라, 포켓몬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다 좋았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엔딩... 이세계물인데 현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인공이라니ㅠ 좀 더 플레이어의 현 세계 상황과 연관된 떡밥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레알세는 스토리상으로는 가장 과거의 시점이지만, 게임적으로는 포켓몬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저는 포덕은 아니고 그냥 라이트하게 즐기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했던 포켓몬중에 제일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했습니다. 연말에는 또 다른 포켓몬 게임,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이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금방 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레알세 엔진을 재탕하는게 많을 것 같습니다. 재탕이라고 해도 이번처럼 재밌게만 나오면 이해해주마... 제발 퇴보만 하지 말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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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단 책이나 영화 포스터 느낌

2021년 올해 8월에 나온 인디 게임입니다. 게임성보다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게임인데, 제 취향일 거 같아서 처음 트레일러 봤을 때 부터 흥미가 가더라고요. 음... 사실 이 글은 리뷰라고 하기도 민망한 게 전 이 게임을 직접 해본 게 아니라 그냥 너튜브에서 플레이 영상만 봤습니다;; 웬만하면 직접 플레이해보고 글을 쓰고 싶은데, 이 게임은 혼자 하기엔 차마 용기가 나진 않고 그렇다고 아예 리뷰를 안 쓰기엔 너무나 몰입감이 좋고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퇴근 후 집에서 와이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평범한 하루를 마무리 하던 중,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온 자칭 경찰이라는 남자에게 뚜들겨 맞고 제압당합니다. 그리고 그 경찰은 와이프에게 시계가 어디 있냐고 물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다가 주인공을 살해합니다. 그렇게 살해당한 주인공은 12분 전으로 돌아와 그 똑같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반복되는 12분의 무한 루프 안에서 증거들을 수집해서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야만 합니다. 와이프의 숨겨진 과거, 미스터리 한 경찰의 정체,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주인공 스스로에 대한 잊고 있었던 충격적 진실까지.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사실 스토리 자체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는 합니다. 이런 막장 스토리를 보려고 이 고생을 했나 싶을 정도로ㅋㅋ마무리가 좀 맥 빠지는 느낌도 있고요. 하지만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는 그 과정이 무척 참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집을 쑤시고 다니면서 마구잡이로 아이템을 수집한다고 해서 진행되는 게임이 아니라, 각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해야만 새로운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루프가 반복되면서 얻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다른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 내용도 조금씩 달라지고, 선택지도 변합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통해 스토리가 새롭게 진행될땐 쾌감이 있는데, 증거를 찾지 못해 꽉 막혀버릴 땐 매우 답답해지는 게임입니다. 특히 루프물의 특성상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유투버분들 엔딩 보는데 플탐 4-5시간 정도 걸리시는 듯), 이런 상황에선 직접 하는 것보다 그냥 시청자로서 즐기는 게 편한 것 같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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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쩌는 그래픽+게임성의 호제던

나온 지 꽤 된 게임인데 다른 게임 하느라 미루다가 뒤늦게 엔딩을 봤습니다. 게릴라 게임즈에서 처음으로 만든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나오자마자 플스의 대표 독점작으로 자리 잡으며 후속작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가 내년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투 난이도가 꽤 높다는 후기를 봐서 똥손인 저는 상당히 겁을 먹고 시작했는데, 하고 보니 제가 해본 게임 중에 전투가 제일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호제던의 가장 큰 매력은 기계+공룡이 공존하는 독특한 배경입니다. 기계 공룡을 사냥한다는 독보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을 중심으로 이용하는 전투이긴한데, '포커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공룡의 움직임을 읽고, 덫을 설치하고, 약점을 공략하여 사냥하는 방식입니다. 창으로 근접 공격도 존재하며 (강공격, 약공격 가능), 조용히 접근해서 암살을 하거나 해킹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툼레이더+몬스터 헌터 느낌...? 개인적으로 저는 전투보단 스토리에 중심을 두는 스타일인데, 이 게임은 사냥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토리를 못 나가고 있습니다ㅋㅋ 제가 지금까지 해본 플스 독점작 중에 최고로 재밌는 거 같아요 (아 이젠 스팀에 올라와서 독점이라고 할 순 없겠군요;). 원시 시대여서 그런지, 필요한 템들 대부분을 사냥하거나 야생에서 얻은 재료들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빠른 이동 하는데도 이동팩을 제작해서 소비해야 합니다 (진행하다 보면 무한 이동 팩 구입 가능).  첨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사냥하다 보면 재료가 풍부해서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대형 몹을 때려잡는 쾌감

 

전투도 전투지만 스토리도 흥미진진합니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시적으로 돌아가버린 인류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럿을때부터 부족과 떨어져 지내서인지 과거 문명에 거부감이 없는 에일로이와는 달리, 부족 사람들은 과거의 기술을 신성시하면서 동시에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노라 부족을 습격한 자들을 쫓으며 에일로이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한 어마어마한 비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스토리나 설정은 분명 흥미진진한데 풀어나가는 방법이 좀 아쉽습니다. 특히 막판에 가서는 홀로그램+기록물들을 통해 계속 정보가 쏟아지는데, 버츄얼 역사 박물관 투어를 하는 듯한 느낌이;;; 가뜩이나 영어라서 귀에도 잘 안 들어오는데 계속 끝없이 정보를 귀에 때려박으니 약간 브금처럼 틀어놓고 딴짓하게 됩니다. 신기한 역사+과학 수업 듣는 느낌이라 흥미롭긴 한데 게임적인 재미는 아닌;;; 읽을 텍스트의 양도 너무 많아서, 초반에는 열심히 찾아 읽다가도 나중에는 그냥 패스. 하지만 sci-fi 장르를 좋아하고, 깊게 설정 파고드는 거 좋아하시는 덕후분들껜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서브 퀘스트가 막 형편없는 노잼 까진 아닌데, 특색없는 느낌? 단순한 심부름 퀘스트보단 깊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꼭 다 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그냥 가는 길에 걸리면 하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개사기급 템인 실드 위버 갑옷을 얻을 수 있는 고대무기고 퀘스트는 꼭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퀘스트에 필요한 동력 전지를 다 모으기 위해선 스토리 후반까지 진행을 해야 하는데, 가이아 프라임 메인 퀘스트까진 하셔야 합니다. 완전 엔딩 직전이라 갑옷 얻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싶긴 한데, 개인적으로 이 갑옷 없었으면 마지막 전투 못 깼을 거 같아요ㅋㅋㅋ 동력 전지 위치는 유튜브에서 공략 검색하시는 걸 추천... 

 

사실 엔딩까지 보고나니 좀 게임이 질리긴 하는데, 아직 DLC인 프로즌 와일드가 남아있어서 좀 더 해야 할거 같습니다. 특히 DLC에서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무섭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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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러라면 꼭 해봐야 한다는 그 게임, 발매 당시 한국 백합계가 뒤집어졌던 띵작 of 띵작, 탐정뎐이 드디어 스팀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제목에서 살짝 오버를 하긴 했지만, 그만큼 탐정뎐은 저에게 의미 있는 게임입니다. 제가 거의 처음으로 해본 백합 게임이었는데, 탐정뎐처럼 이렇게 완벽하게 저의 취향을 저격한 게임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조선 추리 GL 비주얼 노벨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대한 볼륨, 미려한 일러스트, 뛰어난 시대 고증과 그 시대를 잘 반영한 트릭들. 추리물로써도, 그리고 백합물로써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저 같은 추리 덕후+백합러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입니다. 옛날에 앱스토어에서 이 게임이 한 5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땐 싸도 너무 쌌음... 스팀은 가격 올랐습니다), 그때 플레이하면서 '이건 5천원이 아니라 5만원이라도 주고 하겠다'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미친 분량과 재미를 보장합니다 (플탐 약 30시간 정도). 또한 이런 퀄리티의 백합 게임이 무려 국산 게임이라는 것에 있어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묘사에 충실하면서도 단정한, 이렇게 술술 읽히는 스크립트는 비주얼 노벨 쪽에서 참 소중합니다. 일어를 이상하게 번역해 놓은 듯한 가독성 떨어지는 스크립트들은 이 쪽 장르의 매우 큰 장벽이죠;; 사실 백합이란 걸 차치하더라도, 조선 시대 배경을 이렇게 생동감 있게 작품에 담아놓은 게임은 탐정뎐이 유일한 거 같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스팀버전은 예전 모바일 버전의 일부 텍스트와 스탠딩 CG가 수정되었습니다. 추가된 이벤트 CG도 보이고 (비주얼이 더 발전함ㅠㅠ), 주희 루트에선 새로운 점쟁이 NPC가 추가되었습니다. 희수와의 궁합을 보는 씬인데 소소하지만 재미있더군요. 내심 기대했던 추가 챕터는 없었습니다. 몇 년 전 나왔던 리마스터 버전에는 추가 챕터가 있었다길래 살짝 기대했는데... 나중에 DLC로 따로 나오길 희망해봅니다. 언제라도 지를 준비는 되어있으니 젭알..ㅠㅠ (혹시나 어덜트 패치도 좀 어떻게 안될까요ㅠㅠ...?) 아, 그리고 플레이하다 보면 화면이 깜박이는 증상이 있습니다. 제 컴퓨터의 문제인 건지 게임의 문제인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뭔가 사기꾼스럽지만 밉진 않은 희수ㅋㅋ

주인공 희수는 한양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탐정입니다. 사실 희수는 남장 여자이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죠.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네명의 여인들과 얽히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7장까지는 공통 루트로서, 추리 중심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백합을 기대하고 게임을 구매하신 분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분기가 갈라지고 나면 본격적인 로맨스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여러 공략 캐릭터가 존재할 땐 보통 맘에 드는 캐릭도 있지만, 별로인 캐릭도 존재하는데, 탐정뎐은 정말 공략 캐릭터 4명 + 주인공 다 각자 개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항상 7장 할 때마다 누구 택할지 고민됨;;)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그 루트의 분위기도 크게 좌우가 됩니다.

 

제일 만족도 높았던 높은 주희 루트

로코의 정석을 보여주는 주희 루트. 주희는 분량도 제일 많고, 진히로인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초반에 주희는 그냥 철없는 아가씨 느낌인데, 뒤로 가면 정말 훌륭한 츤테레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일 멘탈 강하고 건강한 느낌.   

 

가슴시린 러브스토리 st 의 서연 루트

제일 아련하고 먹먹한 서연 루트. 희수의 복수와 관계가 없는 유일한 루트이며, 길이도 짧습니다 (그래서인지 제일 재탕하기 편한 루트...). 진엔딩도 진엔딩이지만, 배드 엔딩 중 하나인 '북을 가리키지 못하는 나침반'은 제가 제일 아끼는 엔딩입니다. 이 엔딩 처음 봤을 때 저 울었어요ㅋㅋㅠㅠ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미워할 수 없는 행수느님....

가장 충격적인 멘붕 엔딩을 가진 유린 루트. 행수님의 첫등장 CG 임팩트가 워낙 쎄다보니, 유린을 처음으로 택했다가 엔딩을 보고 충격받는 분들이 많습니다ㅋㅋ 강행수를 매우 애정 하는 것과는 별개로 엔딩이 너무 가슴 아파서 재탕을 잘 못하는 루트입니다... 

 

야 너네가 친구면 나 친구없다고...

담백한 버디물 느낌의 일지매 루트. 다른 루트들은 약간이나마 스킨쉽이 있는데, 일지매 루트는 그런 게 없습니다. 섹슈얼한 느낌이 없어서 손이 제일 안 가는 루트... 죄송합니다 제가 쓰레기라서...ㅠ   

 

희수의 복수에 대한 전말을 순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제작진이 추천하는 공략 순서는 제서연->심주희->강유린->일지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게임은 그냥 제일 끌리는 캐릭터부터 공략하는 게 재미있죠ㅋㅋ 저는 강행수부터 먼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그거대로 좋았습니다. 제일 충격적인 루트였기 때문에 다른 루트로 치유받는 게 가능했거든요ㅋㅋ

 

진엔딩도 진엔딩이지만, 배드 엔딩들도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어서 엔딩 콜렉팅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대부분이 개그 엔딩이긴 하지만, '북을 가리키지 못하는 나침반'처럼 짠한 엔딩도 존재합니다. 

 

이미 여러번 엔딩을 본 게임이지만, 새로운 일러스트들을 커다란 화면으로 보니 다시 설레네요ㅎㅎ 그러니 제작진분들 제발 DLC 주세요... 추가 컨텐츠 보고 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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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파판 7 원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하기엔 너무 그래픽 장벽이 심하고, 제가 턴제 게임을 안 좋아해서... 그러다 보니 파판 7 리메이크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상당히 기대를 했습니다. 다들 칭송하는 그 역대급 게임을 나도 이제야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러다 보니 저의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앞으로 나올 파트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른 판단일 순 있지만, 지금까지 저의 소감으로는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한작품이던 게임이 여러 파트로 나누어져서 그런 건지 늘어지는 구간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실 파트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디테일을 추가해서 더욱 밀도 있는 게임을 만든다면 게이머들이 대환영할 일이죠. 하지만 단순히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노잼 퍼즐이나 서브퀘를 추가하고, 맵을 짜증 나게 꼬아놓는다면 그건 그냥 상술입니다. 영양가 없이 길기만 한 맵을 통과 하다 보니 고전 JRPG 의 향수가 물씬 느껴지더군요. 빠른 이동이 없는 것도 플탐을 늘리는데 한몫합니다. 그래픽은 정말 훌륭하고 전투도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론 옛날 게임이구나 싶었습니다. 나름 오픈월드 게임처럼 리메이크했지만, 일직선 진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브 퀘스트들이 있긴 한데 정말 더럽게 재미없어서 놀랐습니다... 이렇게 재미없는 서브퀘도 참 오랜만인 듯; 마지막 두 챕터 정도는 진짜 뇌절이다 싶을 정도로 계속 전투만 이어지는데 너무 지루해서 계속 시계만 보게 되더군요. 플탐이 30시간 정도라 사실 그렇게 긴 것도 아닌데, 체감 플탐은 한 50시간 된듯한 느낌... 무엇보다 스토리가 너무 산만해서 게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래도 뒤로 가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꾹 참고 플레이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알기 힘들어지는... 아무리 분할 게임이라고 해도 그렇지 떡밥을 던지기만 하고 수거를 안 해 ㅅㅂ

 

파판7를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 = 티파

후반까지 쭉 아발란치 vs 신라의 갈등 구도가 이어져 오다가, 갑자기 디멘터들이 운명은 바뀌면 안된다면서 쥔공들 존나 방해하고, 에어리스가 '진짜 적은 신라가 아니라 세피로스야!'라고 해서 초반부터 폼 잡던 정체불명의 세피로스라는 인물이랑 또 겁나 싸우고... 결국 놓친 세피로스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 아니 스토리가 도대체 이게 뭐예요;; 세피로스는 누구며, 클라우드와는 무슨 관계인지, 클라우드는 왜 계속 두통에 시달리는 건지, 디멘터들은 뭔데 툭하면 쥔공 방해하는지, 바뀌면 안 되는 운명이란 건 어떻게 정해진 건지, 마지막에 나온 클라우드 친구는 누군지...(할많하않) 이런저런 설정들을 마구 던져놓기만 하고, 수습도 못해놓고 일부러 여지를 남긴 척,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척하는 이런 스토리가 제가 정말 극혐 하는 스토리 텔링이거든요^^.... 여기까지 제 감상으론 파판 7 스토리가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아온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검색해보면 이번 리메이크가 사실 기존의 파판 7의 스토리를 온전히 반영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를 추가한 후속작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큰 줄기는 같아 보이긴 하는데... 나중에 나올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아니 근데 파트 1을 이딴 식으로 만들어놔서 다음 파트를 할 마음이 안생기는데...)

 

제일 웃겼던 클라우드 여장 이벤트ㅋㅋㅋ

이 게임의 인물들이 하는 대사는 오글거리거나 아니면 뜬구름 잡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JRPG라서 어느정도의 오글거림은 각오하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 괴롭더군요. 좀 무거운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스토리 전개도 엉성합니다. 예를 들면 로체... 클라우드와 아발란치 멤버들이 신라의 군수 창고에 들어가서 싸우는데, 이 로체라는 인물이 뜬금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서는 신라 군인들을 때려눕히고 클라우드는 자기의 라이벌이니 다른 사람들은 손대면 안 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는 퇴장합니다. 아... 내 손발;; 뭐하는 캐릭터인진 잘 모르겠지만 웬만한 항마력으론 버티기 힘들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 외에도 바레트, 레노, 조니, 돈 코르네오... 왜 이렇게 시끄러운 캐릭터들이 많은 건지ㅠㅠ 서브 퀘스트도 그렇고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건 사실 제가 JRPG를 잘 안 하다 보니 거부감이 더 큰 것일 수도 있습니다. JRPG를 좋아하신다면 별 느낌 없을 수도.. 

 

얼빡샷이 유난히 많은 게임ㅋㅋ (근데 그럴만 함)

제가 계속 비판만 했는데, 그래도 파판7 리메이크는 꽤 할만한 게임입니다; 일단 그래픽이 정말 수려합니다. 특히 캐릭터 그래픽이 정말 이뻐서 저 같은 얼빠는 그냥 얼굴 뜯어먹기 위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 (티파ㅠㅠㅠㅠ) 전투할 때 액션이 멋있고, 컷씬 연출도 좋았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독특하게 턴제와 리얼 타임 액션을 섞어놓았습니다. 평타를 치거나 회피를 하는건 실시간인데, 스킬을 쓰거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게이지가 찰 때까지 (턴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처음엔 게이지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짜증 났는데 익숙해지니 전투가 나름 재미있습니다. 실시간으로 회피/평타 치면서 적 속성 확인하고, 속성 스킬로 약점 찔러서 적의 버스트 게이지 채우고, 팀원들 스킬 조합해서 버프 넣어주고. 신경 쓸게 많아서 손이 꽤 바쁩니다. 턴제답게 에임이 자동이라서 그건 편했습니다. 소울류처럼 에임까지 신경 쓰면서 싸웠으면 정말 정신없었을 듯;; 

 

스토리 덕후인 저로서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쁜 그래픽과 전투 손맛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냥 스토리에 관해서만 머리 비우고(?) 플레이하면 할만합니다. 다음 파트가 나온다면 정가로 사긴 좀 그렇고, 시간이 지나고 가격 떨어지면 한번 해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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