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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파판 7 원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하기엔 너무 그래픽 장벽이 심하고, 제가 턴제 게임을 안 좋아해서... 그러다 보니 파판 7 리메이크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상당히 기대를 했습니다. 다들 칭송하는 그 역대급 게임을 나도 이제야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러다 보니 저의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앞으로 나올 파트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른 판단일 순 있지만, 지금까지 저의 소감으로는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한작품이던 게임이 여러 파트로 나누어져서 그런 건지 늘어지는 구간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실 파트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디테일을 추가해서 더욱 밀도 있는 게임을 만든다면 게이머들이 대환영할 일이죠. 하지만 단순히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노잼 퍼즐이나 서브퀘를 추가하고, 맵을 짜증 나게 꼬아놓는다면 그건 그냥 상술입니다. 영양가 없이 길기만 한 맵을 통과 하다 보니 고전 JRPG 의 향수가 물씬 느껴지더군요. 빠른 이동이 없는 것도 플탐을 늘리는데 한몫합니다. 그래픽은 정말 훌륭하고 전투도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론 옛날 게임이구나 싶었습니다. 나름 오픈월드 게임처럼 리메이크했지만, 일직선 진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브 퀘스트들이 있긴 한데 정말 더럽게 재미없어서 놀랐습니다... 이렇게 재미없는 서브퀘도 참 오랜만인 듯; 마지막 두 챕터 정도는 진짜 뇌절이다 싶을 정도로 계속 전투만 이어지는데 너무 지루해서 계속 시계만 보게 되더군요. 플탐이 30시간 정도라 사실 그렇게 긴 것도 아닌데, 체감 플탐은 한 50시간 된듯한 느낌... 무엇보다 스토리가 너무 산만해서 게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래도 뒤로 가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꾹 참고 플레이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알기 힘들어지는... 아무리 분할 게임이라고 해도 그렇지 떡밥을 던지기만 하고 수거를 안 해 ㅅㅂ

 

파판7를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 = 티파

후반까지 쭉 아발란치 vs 신라의 갈등 구도가 이어져 오다가, 갑자기 디멘터들이 운명은 바뀌면 안된다면서 쥔공들 존나 방해하고, 에어리스가 '진짜 적은 신라가 아니라 세피로스야!'라고 해서 초반부터 폼 잡던 정체불명의 세피로스라는 인물이랑 또 겁나 싸우고... 결국 놓친 세피로스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 아니 스토리가 도대체 이게 뭐예요;; 세피로스는 누구며, 클라우드와는 무슨 관계인지, 클라우드는 왜 계속 두통에 시달리는 건지, 디멘터들은 뭔데 툭하면 쥔공 방해하는지, 바뀌면 안 되는 운명이란 건 어떻게 정해진 건지, 마지막에 나온 클라우드 친구는 누군지...(할많하않) 이런저런 설정들을 마구 던져놓기만 하고, 수습도 못해놓고 일부러 여지를 남긴 척,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척하는 이런 스토리가 제가 정말 극혐 하는 스토리 텔링이거든요^^.... 여기까지 제 감상으론 파판 7 스토리가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아온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검색해보면 이번 리메이크가 사실 기존의 파판 7의 스토리를 온전히 반영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를 추가한 후속작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큰 줄기는 같아 보이긴 하는데... 나중에 나올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아니 근데 파트 1을 이딴 식으로 만들어놔서 다음 파트를 할 마음이 안생기는데...)

 

제일 웃겼던 클라우드 여장 이벤트ㅋㅋㅋ

이 게임의 인물들이 하는 대사는 오글거리거나 아니면 뜬구름 잡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JRPG라서 어느정도의 오글거림은 각오하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 괴롭더군요. 좀 무거운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스토리 전개도 엉성합니다. 예를 들면 로체... 클라우드와 아발란치 멤버들이 신라의 군수 창고에 들어가서 싸우는데, 이 로체라는 인물이 뜬금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서는 신라 군인들을 때려눕히고 클라우드는 자기의 라이벌이니 다른 사람들은 손대면 안 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는 퇴장합니다. 아... 내 손발;; 뭐하는 캐릭터인진 잘 모르겠지만 웬만한 항마력으론 버티기 힘들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 외에도 바레트, 레노, 조니, 돈 코르네오... 왜 이렇게 시끄러운 캐릭터들이 많은 건지ㅠㅠ 서브 퀘스트도 그렇고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건 사실 제가 JRPG를 잘 안 하다 보니 거부감이 더 큰 것일 수도 있습니다. JRPG를 좋아하신다면 별 느낌 없을 수도.. 

 

얼빡샷이 유난히 많은 게임ㅋㅋ (근데 그럴만 함)

제가 계속 비판만 했는데, 그래도 파판7 리메이크는 꽤 할만한 게임입니다; 일단 그래픽이 정말 수려합니다. 특히 캐릭터 그래픽이 정말 이뻐서 저 같은 얼빠는 그냥 얼굴 뜯어먹기 위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 (티파ㅠㅠㅠㅠ) 전투할 때 액션이 멋있고, 컷씬 연출도 좋았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독특하게 턴제와 리얼 타임 액션을 섞어놓았습니다. 평타를 치거나 회피를 하는건 실시간인데, 스킬을 쓰거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게이지가 찰 때까지 (턴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처음엔 게이지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짜증 났는데 익숙해지니 전투가 나름 재미있습니다. 실시간으로 회피/평타 치면서 적 속성 확인하고, 속성 스킬로 약점 찔러서 적의 버스트 게이지 채우고, 팀원들 스킬 조합해서 버프 넣어주고. 신경 쓸게 많아서 손이 꽤 바쁩니다. 턴제답게 에임이 자동이라서 그건 편했습니다. 소울류처럼 에임까지 신경 쓰면서 싸웠으면 정말 정신없었을 듯;; 

 

스토리 덕후인 저로서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쁜 그래픽과 전투 손맛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냥 스토리에 관해서만 머리 비우고(?) 플레이하면 할만합니다. 다음 파트가 나온다면 정가로 사긴 좀 그렇고, 시간이 지나고 가격 떨어지면 한번 해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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