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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오스카 시상식에서 '섈로우' 무대를 보고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개쩐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야 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땐 레이디 가가가 연기를 한다는 것만 얼핏 알고 있는 상태라서 상대 남자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이 분이 바로 배우이자 감독인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는 연기를 개쩔게 하는 본업 가수이고, 브래들리 쿠퍼는 노래를 개쩔게 하는 본업 배우였던 것... 특히 영화 보는 내내 레이디 가가 가창력에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물론 전에도 노래 잘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유독 이 영화에서 더 그게 느껴지는 게, 평소랑은 다른 장르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섈로우 살짝 부를 때부터 오오~하고 감탄하다가 무대에서 첫 듀엣 할 때 완전 소름ㅠㅠ 섈로우뿐만 아니라 가가가 직접 프로듀싱한 사운드트랙은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다 좋습니다.

 

'스타 이즈 본'은 1937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로,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된 명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번 해석된 사골급 작품을 가지고 또다시 이런 명작을 만들어 냈다는 게 대단한 거 같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앨리(레이디 가가)가 무명 가수에서 최고의 스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하지만 앨리가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게 도와준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그와 반대로 톱스타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알콜, 약물중독으로 인해 무너져갑니다. 잭슨은 우연히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듣고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데, 앨리가 점점 대형가수가 되고 예전의 수수했던 모습을 잃어가는 걸 보면서 전보다 더한 공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건 앨리 잘못은 아니죠. 가수가 새로운 색의 음악을 시도하면서 폭을 넓혀가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SNL에서 부른 노래 가사는 넘 구려서 쉴드 불가ㅋㅋ...). 잭슨은 앨리에게 중요한 것은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정상에서 그 화려함에 취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게 되면 결국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내면의 그 공허함과 쓸쓸함을 떨칠 수는 없다는 것을 잭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잭슨의 무대를 간간히 돕던 앨리는 솔로 가수로 화려하게 데뷔를 하고 그래미에서 신인상까지 받게 됩니다. 앨리가 상을 받기 위해 무대로 올라가는 순간 잭슨은 바로 옆에서 약에 취해 널브러진 상태로 횡설수설하다가 오줌까지 라이브로 지려버립니다...(이때 너무 민망하고 대리 수치가 심해서 화면 끄고 싶었음ㅋ큐ㅠㅠ) 그 후 잭슨은 중독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오지만, 스스로가 앨리에게 이젠 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습니다. 잭슨의 도움으로 그의 콘서트에 섰던 앨리는 이제 혼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잭슨에게 자신과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합니다. 먼저 공연장에 갈 테니 나중에 보내주는 차를 타고 오라고 말하고 떠나는 앨리. 영화 초반에 잭슨이 앨리에게 공연장에 오라면서 차를 보냈던 것과 같은 상황이죠. 예전의 잭슨-앨리의 관계가 완전히 반전되어 이젠 앨리의 도움 없이 잭슨 혼자서는 복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잭슨은 앨리의 공연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생을 마감합니다. 잭슨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혼자 노래하는 앨리를 보면서 느낀 게 그래도 앨리는 잭슨의 뒤를 따르지는 않을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것.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보면 '스타 이즈 본'에서 스타는 잭슨이기도 합니다. 그를 추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는 영원히 지지 않는 별이 되었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오래 살아서 앨리 음악 하는 모습 봤어야지 왜 그렇게 가버린 거야... 흑흑ㅠㅠㅠ 여하튼, 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조차 빠져들어서 본 가슴 먹먹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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