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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션이랑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엄청 재밌게 읽고 제 취향이 하드 SF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찾게 된 국내 하드 SF 소설인 "두 번째 달". 이 작품은 무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AI입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고 우주에 남겨진 AI가 인류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혼자 남겨진 재난물은 많이 본 거 같은데 사람도 아닌 AI만 남겨졌다는 게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상 기후로 빙하가 다 녹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인류가 멸망하는 흐름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 저서 무섭더군요... 과거에 이런 이야기는 SF 설정일 뿐 확 와닿진 않았던 거 같은데, 이젠 소설이 아니라 다큐 같네요 하...ㅠㅠ... 또한 요즘 AI의 무시무시한 발전이 뉴스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걸 보며 이 소설의 내용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이상 기후와 AI를 버무려서 쓴 소설이라니, 이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조합...

 

주인공 AI "아에록" 의 역할은 "기록 보관소"이며 말 그대로 정보를 수집, 기록, 분석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학습한 AI라서 극 F 성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에록 외에도 인간이 남겨둔 AI는 더 있는데, AuTX-3463는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능가하는 만능 AI입니다. 아에록이 지구 근처에서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면 AuTX-3463가 그 정보를 이용해서 지구를 다시 사람이 살수있는 행성으로 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아에록과는 성격적으로 정 반대인 극 T이며 인류 재생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에록이 감성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AuTX-3463는 아예 아에록과 계획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에록이 무슨 질문을 해도 "바쁘니까 말 걸지 마셈"으로 시크하게 일축해 버립니다 ㅋㅋㅋ 생명이 살수 없는 행성이 되어버린 지구를 AI들이 힘을 합쳐 몇만 년에 걸쳐 천천히 테라포밍 하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트살과 나무흐라는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처럼 새로운 인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아이들이 자손을 남겨서 그들이 인류를 재생시킬 줄 알았는데 그런 뻔한 전개는 아니더군요ㅋㅋ 수명이 수십 년밖에 안 되는 아이들은 당연히 지구의 재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들과의 기억은 아에록이 수만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 그 자체입니다. 실제로 아에록이 보관하고 있던 트살의 머리카락 DNA를 이용해서 신인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유전자적으로 신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 인간들은 다양한 손가락 개수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인해 극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신인류는 모두 손가락 10개를 가지게 됩니다. 바로 열손가락을 가진 트살의 후손들이기 때문...! 정말 길고 긴 시간 끝에 인류 재생에 성공하고 임무를 완료한 아에록이 루오에스와 트살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고 행복하게 시스템을 종료하고 대기권에서 산화되는데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아에록은 그래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눈을 감았는데,  AuTX-3463는 시크하게 지구 포기하고 따른 임무 하러 떠나버린ㅋㅋ 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이 AuTX-3463이 등장하는 속편을 예고하는데 나오게 되면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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