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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 [드라마 리뷰] - [리뷰/후기]더 글로리-어줍잖은 용서 따위 없다! 학폭 가해자 피눈물 나는 복수극

 

두 달 동안 목 빠져라 기다린 끝에 드디어 공개된 더글로리 파트 2! 사실 2달 동안 기다리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다들 어마어마해지는 바람에 김은숙 작가님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우셨을 거 같습니다ㅋㅋ 특히 요즘엔 초반 기세는 좋다가 엔딩에서 말아먹고 욕먹는 작품들이 많아서ㅠ 더 글로리 엔딩 정도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동은이도 행복해지지 못할 거 같았는데 (시즌 1 포스터에 나오는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라는 멘트 때문에...) 작가님께서는 피해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판타지스러운 권선징악을 그려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언급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이런 권선징악, 인과응보는 보기 쉽지 않습니다... 현실은 그저 시궁창^.ㅠ...

 

연진아...넌 더 아파봐야 하는건데 아쉽다ㅠ

솔직히 학폭 가해자들이 당하는 씬은 생각보다 그렇게 사이다는 아니였습니다. 저는 다 처참하게 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죽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마지막에 연진이가 그냥 감옥 가는 걸로 끝나는 건 형벌이 약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감옥 가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동은이처럼 불에 지져지던가, 똑같이 당해봤어야 하는 건데ㅠㅠ  그래도 엄마, 남편, 그리고 제일 사랑하던 딸한테까지 외면당한 걸로 정신적 대미지는 클 것 같습니다. 동은이가 판을 깔긴 했지만 결국엔 지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고 개같이 싸우다가 자멸해 버립니다. 연진이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린 결정적 학폭 증거 영상은 사라가 복수심에 퍼트린 것이었고, 사라를 매장시킨 동영상은 혜정이 유포했고, 그런 혜정의 목에 연필을 꽂아버린 건 사라였고, 목소리를 잃고 재진에게 버림받자 빡친 혜정이 재진의 눈을 멀게 했고, 눈이 먼 재진은 하도영에 의해 건물에서 추락사... 완전 개판이구만...ㅎ.... 

 

파트2에서도 인상적인 송혜교의 연기

파트 2에는 기존 학폭 5인방의 존재감을 가릴만큼 어마어마한 빌런들이 등장해서 뒷목을 잡게 합니다. 파트 2의 최강 빌런은 당연 동은이의 엄마!! 오래전 연진의 엄마에게서 합의금을 받고 동은이를 버리고 나 몰라라 도망가버린 후 알콜중독 폐인으로 살고 있었으나 연진이의 사주로 동은이를 찾아와 괴롭힙니다. 과거에 딸을 괴롭혔던 가해자에게서 다시 돈을 받고 신나게 딸을 괴롭히는 미친 엄마 ㅅㅂ...동은이를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해 학교에서 행패를 부리고 심지어 동은이의 반 엄마들에게서 촌지를 뜯어냅니다. 엄마에게 '변하지 않아서 고맙다'면서 웃으면서 울부짖는 송혜교의 연기는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변함없이 이기적인 엄마에게 느끼는 환멸과 분노,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비참함.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토해내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폭발적인 연기를 하는 송혜교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듯...? 아무튼 몇 년 전에 본 스카이캐슬 이후로 연기 때문에 소름 돋은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ㅋㅋ  시즌2를 하드캐리한 또 다른 빌런은 현남(aka 이모님)의 가정폭력범 남편... 여기도 진짜 악랄하긴 한데, 워낙 전형적인 가정폭력범이라서 그런가 동은이 엄마보단 좀 어그로력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여긴 그래도 잘 죽어서 없어졌으니 다행. 아 그리고 주여정의 복수 대상인 강영천... 여긴 진심 싸패 그 자체. 위에서 언급한 두 빌런들은 동네에서 은근 볼법한 인간군상인데 강영천은 진짜... 그알 사이코패스 특집 때나 나올법한 인물입니다. 

 

드라마에 나온 이런저런 자극적인 장면들보다도 머릿속에 끝까지 남던건 피해자들이 연대를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는 그런 씬들이었습니다. 동은이가 살던 그 집주인아주머니가 옛날에 어린 동은이와 만난 적이 있고 자살하려다가 서로를 구한 사이었다는 것, 동은이는 스스로가 항상 혼자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손명오를 죽인 게 사실은 연진이 아니라 또 다른 학폭 피해자인 경란이었다는 반전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동은은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고 자살(ㅠㅠ)을 하려고 하지만, 여정의 엄마의 만류에 멈추게 됩니다. 복수의 끝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지옥에서 살고 있는 아들을 살려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다시 여정에게로 돌아온 동은은 복수 선배(?)로서 여정과 같이 복수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은숙표 로코 불호였던 사람인데 더글로리는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술술 다 본 드라마 정말 오랜만인데 흑화한 은숙쓰 앞으로도 이런 다크다크한 작품 더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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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마션'으로 유명한 작가 앤디 위어의 세번째 작품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공통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과학자가 고군분투하며 생존한다'라는 큰 줄거리와, 마주한 상황은 우울하지만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을 유지하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 또한 비슷합니다. 하지만 헤일메리에는 추가된 요소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혼자가 아니라 똑똑한 외계인 친구와 함께라는 것. 그리고 이번엔 단순히 생존이 문제가 아니라 둘이서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것.

 

태양의 빛을 흡수하는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 미생물로 인해 태양빛은 서서히 줄어들며 그 감소량이 10%만 되어도 인류는 기후 변화, 식량 부족등으로 멸망하게 됩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스트로파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별 타우세티로 향하게 됩니다. 몇 년 동안 코마 상태로 우주여행을 한 끝에 그레이스는 타우세티에 도착해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게 됩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상황파악을 하는 중에 난데없이 또 다른 우주선을 마주치게 됩니다. 지구와 똑같이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멸망을 앞둔 행성에서 똑같은 목적으로 타우세티에 우주선을 보낸 것이죠. 그렇게 만나게 된 지구인 과학자 그레이스와 에리디언 기술자 로키의 우당탕탕 우주 활극이 시작됩니다. 

 

우주에서의 현재 스토리와 지구에서의 과거 기억이 교차되면서 보여지는데, 마지막에 사실 그레이스는 자발적으로 우주에 온 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왔다는 반전이 드러납니다. 그레이스가 대범함을 가진 특출난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게 소심한 겁쟁이라는 것이 더욱 몰입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그가 해낸 일들은 그가 특별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정말로 선의로 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마지막에 지구로 귀환하려다가 위기에 빠진 로키를 구하기 위해 지구행을 포기하고 다시 로키를 향해 돌아올 땐... 눈물이 핑 돌정도로 뭉클했습니다. 그레이스가 자긴 식량이 없어서 곧 죽을 거라고 하니까 다시 지구로 돌아가라며 구조를 거부하는 로키ㅠㅠ... 와이 엠 아이 쿠라잉....  지구에 돌아가진 못했지만 다행히 비틀즈를 통해 보낸 타우메바를 통해 지구를 구할 수 있었고, 그레이스는 에리다니에 정착해서 지구에서처럼 다시 과학 선생님이 되어서 그곳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지구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긴 한데 (특히 스트라트...) 그래도 두 행성을 모두 구해냈고, 록키와 그레이스도 우정을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입니다. 그레이스는 지구로 돌아갔다면 완전 세계적인 영웅이 되었을 텐데 아쉽...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 록키를 죽게 내버려 둔다는 건 말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지만ㅠㅠ 

 

개인적으론 마션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션은 주인공이 혼자 뚝딱거리는데, 여긴 둘이서 같이 뚝딱거리니까 두배로 재밌습니다ㅋㅋ 그리고 둘의 우정이 너무나 감동적이라ㅠㅠ 제 인생작 중 하나라고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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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 [소설 리뷰] - [리뷰/후기] 마션 - 긍정력 맥스 화성 표류자가 찍는 캐스트 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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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읽기가 꺼려졌는데, 읽고 보니 웬걸,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가벼운 코메디에 감동과 인류애 한 스푼 섞은 따뜻한 책입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션이 유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비티 같은 좀 어렵고 묵직한 영화일 줄 알고 안 봤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도 보고 싶네요ㅋㅋ

 

스토리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사고로 인해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 우주비행사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로빈슨 크루소 스타일의 생존기를 찍다가 마지막엔 구조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소설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있는데 뭐... 충분히 이해가 가는 평이긴 합니다ㅋㅋ 소설 나레이션이 진짜 어마어마한 설명충 스탈이라.... 과학적, 기술적 고증이 매우 철저한데, 그 설명이 과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초반에는 설명 하나하나 흥미롭게 읽었는데 갈수록 과해져서 대충 읽으면서 넘어갔습니다ㅋㅋ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고 와트니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대충 흐름 정도만 알면 되기 때문에 우주알못이여도 읽을만합니다. 설명 때문에 좀 지루하다가도 와트니의 위트 있는 말과 행동들이 기대돼서 계속 읽게 됩니다. 와트니의 상황은 누가 봐도 답 없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화성에 혼자 덜렁 남겨졌는데 모두들 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몇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지구에 알려야 하며, 어찌어찌 알린 후에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몇 년을 화성에서 혼자 버텨야 합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와트니는 좌절하지 않고 감자를 재배해서 식량을 만들고, 오래전 버려졌던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찾아서 지구와 소통을 성공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긍정력, 창의적인 사고로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갑니다. 

 

와트니뿐만 아니라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사 사람들과 헤르메스호에 있는 아레스 3팀 멤버들 모두 유머러스하고 위트를 잃지 않습니다. 사실상 책 전체에 미국식 조크들이 잔뜩이라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같은 묵직한 SF물이 아니라 무슨 미국 시트콤 같은 느낌입니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와트니 한 명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우당탕탕 무대뽀 스탈로 어찌어찌 구조 과정이 진행이 되는데, ("이게 돼...?"의 연속 ㅋㅋ) 마지막에 구조가 성공하고 화면으로 지켜보던 지구 사람들이 다 같이 환호하는 부분에선 그냥 텍스트일 뿐인데도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벅차오르더라고요ㅋㅋ 괜히 헐리웃에서 영화화한 게 아닌... 

 

앤디 위어 작가는 마션으로 데뷔해서, 이 후로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 소설을 썼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리뷰가 좋아보여서, 이젠 바로 헤일메리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소개글은 오히려 마션보다 이쪽이 더 흥미로워 보여서 기대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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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소설 리뷰] - [리뷰/후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 엔지니어 외계인 친구와 우당탕탕 우주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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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 중 한명인듯 합니다. 커뮤에서 추천글을 자주봐서 그런지 작가의 책을 읽어본적 없던 저에게 조차 익숙했던 이름입니다. 무작정 작가가 최근에 쓴 책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었는데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작가에 대해 안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던 중 마침내 그의 대표작이라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단박에 이해 했습니다 ㅋㅋ 추리는 둘째치고 일단 드라마적 구성이 정말 좋네요. 출퇴근길에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보통 추리물들은 범인의 정체와 범죄 수법을 추리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사건의 전말, 범인과 공범의 정체를 다 알려줍니다. 하나오카 야스코와 그녀의 딸 미사토는 그들을 예전부터 괴롭혀 온 전 남편 도미가시 신지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됩니다. 옆집에 살던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데츠야는 살인을 저지른 후 어쩔 줄 몰라하는 모녀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줍니다. 이시가미가 디자인한 완벽범죄를 파헤치는 상대는 바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입니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경찰들의 수사를 종종 도와주며 "탐정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대학교 동창으로, 서로의 천재성을 익히 알고 인정하던 동료였으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 둘은 학회가 아닌 살인 사건 조사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됩니다. 서로 체스를 두듯 이시가미가 설치해 놓은 트릭으로 경찰 조사에 혼선을 주면 유가와는 이시가미의 수를 간파하며 다음 수를 예측합니다. 모녀의 안쓰러운 상황과 이시가미의 헌신에 동정하며 그들을 응원하다가도, '그래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양가감정을 느끼면서 작품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결국 유가와로 인해 궁지에 몰린 이시가미는 마지막 한수를 둡니다. 자신이 설치해 놓은 여러 장치들이 다 간파당했을 경우,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 계산한 그의 최후의 한 수는 바로 자신이 직접 범인으로 자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자수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자수가 거짓이라면 결국엔 들통날 것이기에, 본인이 진짜로 살인을 저질러서 진짜 범인이 되기로 합니다. 그는 기존의 사건과는 아무 관계없는 노숙자를 죽이고 이미 죽은 도미가시인 것처럼 위장하여, 두개의 살인 사건을 하나의 사건인양 뒤섞어버리고 수사에 혼선을 일으킵니다. 형사들은 도미가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엉뚱한 사람이 죽은 사건에 대해서 야스코에게 묻고 있었고, 야스코는 그 사건 당일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초반부터 동네 노숙자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게 나왔는데, 이시가미의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이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떡밥이었습니다ㄷㄷ 살인 동기로는 야스코를 지키기 위해 전 남편을 살해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하나오카 야스코의 스토커임을 자처합니다. 이시가미가 스토커스럽게 행동할때마다 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은 자수할 때 상황까지 계산해서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니ㅠㅠ 사회성 떨어지는 변태라고 욕하면서 읽었는데 미안하다...ㅠㅠ

작품 제목에 나오는 '헌신'이란 당연히 야스코를 향한 이시가미의 말도 안 되는 헌신입니다. 작품 내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마지막에 살짝 이시가미의 사연이 나옵니다.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품고 있던 감정은 사실 변태적이거나 이성적인 감정이라기보단 그냥 아름다운 것은 지켜주고 싶은 순수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모녀는 자살까지도 생각하던 이시가미의 무의미한 삶에 남아 았던 일말을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름답다고 하긴 힘들지만 대단한 희생과 사랑인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헌신도 마지막엔 야스코의 자수로 무의미하게 되었지만... 감정표현이 없던 이시가미가 짐승처럼 포효하는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작품의 메인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야스코의 썸남인 구도가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야스코 호스티스 시절에 단골 손님이었다던데, 무슨 옛날 절친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게 저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그때 구도는 유부남이었고, 구도의 와이프는 암투병 중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위로받기 위해서 호스티스인 야스코를 보러 갔다고...;; 웃긴 게 작품 내에선 구도가 매너 있고 멋진 남자인 것처럼 나오고, 야스코는 구도의 가슴 아팠던 상황을 몰랐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를 동정합니다. 제가 볼 땐 그냥 무책임한 개객기 유부남과 호스티스(여기도 애 있는 유부녀..)의 불륜인 거 같은데 아련한 로맨스인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침투해서 읽으면서도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게 되던... 이런 게 성진국 니혼의 흔한 문화...?? (아직도 혼란) 이시가미의 헌신과 비교군으로 등장한 거 같은데 어... 둘 다 정상은 아니라서 어떻게 비교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ㅋㅋ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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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은숙+배우 송혜교 조합에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로 제작 발표 때부터 주목받았던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하지만 개인적으론 작가나 배우의 스타일이 제 취향은 아니라서 별생각 없었는데, 회사 동료가 제발 보라고 계속 영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ㅋㅋ 영업당해서 다행이지 안 봤으면 커뮤에서 도는 더글로리 밈들 이해 못 할 뻔ㅠㅠ 

 

사실 줄거리만 봤을땐 막장드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사이다 복수극 같은 거라 크게 특별해 보이진 않습니다.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주인공 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나 캐릭터들을 참 입체적으로 재밌게 그려냈구나 싶었습니다. 수많은 대사들이 패러디되고 유행어로 도는 걸 보면 역시 은숙쓰 글빨 죽지 않았구나 싶고.... 특히 학폭 가해자들의 천박함이 참 다채롭게 표현되었습니다. 돈으로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갑질하는 사람, 하느님에게 다 용서받았으니 피해자에겐 사과할 필요 없다는 사람, 처벌을 피하기에 급급하여 진심 없는 사과를 늘어놓는 사람...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입니다. 여러 유형의 가해자들이 늘어놓는 핑계는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그런 악랄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는 주인공 동은이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복수극에선 흔히 마지막에 복수의 끝은 허무하다는 둥, 상대와 같은 류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둥 하면서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더글로리는 그런 어쭙잖은 용서나 동정 따위 없이 철저하게 가해자들을 무너뜨릴 것 같아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동은이에게 책임전가하며 뺨까지 때리던 그 담임쌤이 순식간에 죽어서 퇴장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등장인물들이 가차 없이 죽어나갈 것 같아서 설렙니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점은 김은숙 작가 본인은 사적 제재를 옹호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것. 동은의 복수는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듯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수입니다.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가해자들을 직접 벌한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더욱 사이다를 느끼고 응원하게 되는 건데 정작 작가님 본인은 반대의 입장이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왠지 이 사실로 유추해 본다면 이 작품의 엔딩은 우리가 바라는 단순한 사이다+동은이 꽃길 인생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결국엔 다 같이 파멸하는 엔딩이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스터에 대놓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라는 문구가 나오는 걸 보면ㅠ  

 

현재 8화까지 파트1이 공개되었고, 3월쯤 파트 2가 나온다고 합니다. 다음 파트에서 가해자들 다 죽어나갈생각하니 벌써  떨리네요 후.... 3월까지 어떻게 기다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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