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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다작하는 작가다 보니 뭘 먼저 읽어야 할지 항상 고민되는데, '신참자'라는 책 표지에 아베 히로시 얼굴이 있길래 '영상화될 정도면 재밌는 책이겠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었는데, 역시 재밌네요!!ㅋㅋ 특히 구성이 독특해서 리뷰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니혼바시에 새로 부임해온 가가 형사가 고덴마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여러 미스터리들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이름인 '신참자'는 이 동네에 새로 온 가가 형사를 뜻하기도 하고, 고덴마초에 최근 이사를 오고 살해당한 피해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피해자 주변 용의자들을 조사하면서 범인을 찾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가 되는게 일반적인 추리물인데, 이 작품은 상당히 다릅니다. 각 챕터마다 주인공이 다른데 (센베이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등등) 얼핏 보면 살인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센베이 가게는 피해자와 만났던 보험 회사 직원이 센베이 가게의 할머니와 같은 날 만났기 때문에 그 직원의 알리바이 확인을 위해 형사들의 조사를 받습니다. 보험 회사 직원은 센베이 가게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숨기기 위해서 할머니에겐 가짜 진단서를, 의사에겐 진짜 진단서를 따로 받아옵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 보니 알리바이가 꼬이게 되었는데 가가 형사는 그 비밀을 알아내곤 보험 회사 직원을 용의자에서 제외합니다. 고덴마초 살인 사건과는 큰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나 마찬가지죠. 요릿집 수련생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집에서 발견된 간식에 얽힌 미스터리인데, 어떤 요릿집의 주인아저씨가 좋아하는 호스티스에게 간식을 줬는데, 그 호스티스는 그걸 이웃이던 피해자에게 줘버려서 살해 현장에서 발견이 된 거였죠. 그 안에 고추냉이가 들어있는 게 미스터리였는데, 그건 불륜을 의심한 와이프가 일부러 넣었던 거였습니다; 결국 이것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가 형사는 이런 독립적으로 보이는 미스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서서히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케이크 가게 점원 에피소드가 제일 짠하더군요. 피해자가 왜 고덴마초에 오게되었고, 왜 그 동네 케이크 가게에 단골이 되었는지 이유가...ㅠㅠ 피해자의 아들과 전남편도 각각 사연이 있는데, 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양파 껍질을 까듯 겉에서부터 한 꺼풀 한 꺼풀 파고드는데 그 과정은 이 사건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민예품점에서 판매하는 전통 팽이 이야기가 살인 도구와 범인의 정체로 연결되는 부분에선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찾아서 맞추다 보니 어느샌가 큰 그림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범인에게까지 너무 과한 서사를 주는 거 같아서 그건 별로였습니다. 결국 돈 때문에 친했던 지인을 죽인 건데 (본인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들킬까 두려워서) 그 돈을 뭐 대단한 곳에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철없는 자식 부부의 호화로운 삶을 유지해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게 너무 한심하고 그냥 피해자만 불쌍...ㅠㅠ 

 

아 그리고 이건 작품 주제하곤 상관 없는 거긴 한데... 왜 이 작품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부분 클럽의 호스티스 출신인 걸까요?;; 호스티스랑 결혼하는 건 뭐 그렇다 치는데, 호스티스랑 유부남이 바람피우는 것도 그냥 흔한 일탈처럼 가볍게 다뤄지고, 호스티스와 혼외자식이 있는 것도 무슨 젊은 시절 순수한 사랑의 결실인 것처럼 그려집니다... 심지어 그 혼외자식인 딸도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만났다는 게;; 작가의 다른 작품인 '용의자 X의 헌신'에도 클럽 호스티스 출신 여성이 유부남과 썸 타고 그러는 게 로맨틱하게 나와서 읽으면서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그냥 이 작가가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일본에선 정말로 이런 게 흔한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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