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최근에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화 된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오랜만에 술술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배경은 1950년대 미국, 여성 화학자인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는 그 시절 만연했던 각종 성차별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본인의 연구를 하는 열정 넘치는 과학자입니다. 대학원 시절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쫓겨나고, 어렵게 일하게 된 연구소에서도 제대로 된 존중을 받지 못합니다. 캘빈이라는 소울메이트를 만나 행복을 잠깐 만끽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하고, 설상가상으로 엘리자베스는 딸 매들린을 임신한 상태라서 미혼모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연구소에서 해고당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직장도 잃고, 그와중에 혼자서 어린 아이까지 키워야하는 힘든 상황속에서도 엘리자베스는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집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해서 연구를 계속 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TV 요리 방송의 호스트가 되어서 어마어마한 인기의 티비 셀러브리티가 됩니다. 화학자가 갑자기 요리쇼 호스트가 된다는게 쌩뚱맞게 느껴지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요리란 그저 화학입니다. 여러 재료들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요리라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것은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리방송이 아니라 화학 수업을 하듯 진행합니다. 소금을 소듐 클로라이드라고 부르고, 물을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라고 부르며, 물이 끓는걸 보며 수소 결합, 공유 결합등에 대해 설명하는... 사실상 요리를 소재로 한 화학수업이나 다름 없습니다. 방송국에선 당연히 망할거라고 생각하고 피디는 뒷목을 잡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인기 방송이 되어버립니다. 집에서 가정주부들이 하는 "요리"라는 일이 절대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복잡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방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것이 삶의 전부였던 가정 주부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주고 더 나아가 더 큰 꿈을 가질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에 엘리자베스는 방송을 그만두고 원하던대로 연구소에 돌아가서 원하던 연구를 계속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딸의 할머니 (캘빈의 생모)가 어마어마한 갑부여서 연구소를 인수해서 엘리자베스에게 빵빵하게 지원해준다는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엔딩이긴 한데 그래도 해피 엔딩이여서 좋았습니다ㅋㅋ 

 

  초반 스토리는 너무나 고구마의 연속이다보니 읽기가 괴로울 정도였는데 2권으로 넘어가면 엘리자베스 특유의 말투와 유머 코드도 재밌고 (그런 엘리자베스를 보며 뒷목 잡는 방송 피디 반응도 존잼ㅋㅋ), 매들린이 엘리자베스랑 똑같이 자라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요리 방송이지만 그 방송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로운 영감을 받고 조금씩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는것도 쾌감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를 놓지 않고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엘리자베스를 보면 짠하면서도 벅찬 감정이 듭니다. 성별 뿐만 아니라, 나이, 외모, 출신, 혼인 여부 등 여러 요소로 인한 차별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차별에 굴하지 않고 엘리자베스처럼 꿋꿋하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