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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로 유명한 락스타의 또 다른 대표 IP, 레데리

2010년 최다 GOTY를 수상했던 ‘레드 데드 리뎀션’의 프리퀄이자 정식 후속작으로서 발매 전부터 매우 큰 기대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2018년 발매와 동시에 평론가들의 어마어마한 극찬은 물론 무지막지한 판매량을 보여주며 그해 고티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그해 최대 고티는 갓 오브 워... 하지만 메타크리틱 점수는 레데리 2가 더 높았음). 발매 연기로 인해 약간의 우려가 있긴 했으나 결과물을 보고는 다들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발매 연기로 그 난리를 쳤던 사펑과 비교하면 정말 락스타의 발매 연기는 비교하기도 미안한 선녀 그 자체....

 

레데리는 2는 ‘GTA 5’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과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발매 시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거 같지만...). 노말 PS4로 플레이했는데도 불구하고 감탄만 나오는 그래픽을 선보입니다. 게임 시작할 때 로딩 시간이 좀 길다는 점만 빼면 최적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또 생각나는 CDPR..ㅠㅠ).

 

광대한 서부 시대를 묘사하는 표현력은 정말 최고

레데리라는 게임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GTA의 서부 총잡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과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경찰/보안관들에게 쫓겨다니는 것이 주 내용인 자유롭고 역동적인 오픈월드라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가벼운 분위기와 막장드라마 같은 스토리 모드를 가진 GTA와 달리 레데리는 훨씬 묵직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GTA와 레데리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문제점은 답답한 조작감과 불편한 빠른 이동입니다. 초반에는 빠른 이동이 아예 없다가 캠프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생기는데, 무조건 캠프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빠른 이동을 하려면 마을 밖으로 나가서 텐트를 차려야만 하는데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다양한 돌발 퀘스트가 많다 보니 그걸 즐기라는 의미로 일부러 빠른 이동을 이렇게 디자인해놓은 듯합니다. 초반엔 분명 이런저런 퀘스트도 재미있고, 경치 구경하는 맛도 좋아서 괜찮았는데, 뒤로 가다 보면 같은 퀘스트들이 은근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맵이 넓어서 이동시간 때문에 게임이 늘어지는 느낌입니다. 

 

과하게 현실적인 연출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사냥을 할 때나 아이템 루팅을 할 때 리얼한 묘사를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신기하다가도 매번 이러니 많이 지칩니다. 죽은 적에게서 템을 주울 때 매번 옷 속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집을 털 때도 서랍장 하나하나를 느릿느릿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죽은 사냥감도 매번 칼질을 하고 전신의 가죽을 쭉쭉 당겨 벗기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NPC들과 상호작용도 과하게(?) 리얼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말을 타고 다니다가 컨트롤 미숙으로 행인을 툭 치기라도 하면... 그때부턴 무슨 테러리스트라도 나타난 것처럼 난리가 납니다ㅠㅠ

 

모션은 답답하고, 빠른 이동은 불편하고, 스토리도 느리게 진행되는지라 초반엔 재미를 느끼기가 힘든 게임입니다. 수려한 그래픽, 영화 같은 연출, 디테일하게 구현된 서부시대, 입체적인 캐릭터 등 명작의 조건을 다 갖춘 게임이기에 왜 메타크리틱 점수가 그렇게 높았는지 충분히 이해는 가는데 결정적으로 재미는 없는 게임...이라는 게 제가 받은 레데리 2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정말 잘 쓰였다는 건 알겠는데 왠지 손이 가진 않는 고전 명작 소설 같은 느낌? 평소에는 자극적이고 가벼운 웹소설을 더 읽게 되죠ㅠㅠ

 

저의 최애캐인 세이디ㅠㅠ

하지만 명작이 명작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고전 명작들은 초반엔 좀 힘들어도 꾸역꾸역 읽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확 몰입하게 되는데, 레데리 2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루한 게임이라며 욕하는 사람들조차 스토리에 대해선 대호평을 하며, 제가 이 게임을 1년간 놓지 않고 끈덕지게 플레이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중반까지도 심심해서 게임을 하다 말다를 반복했는데, 한 챕터 5쯤 들어서면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면서 몰입도가 확 올라갑니다.

 

(((여기서부터 스포)))

범죄-> 도망을 반복하던 더치의 갱단이 계획했던 은행 강도가 크게 일그러지며 여러 동료들을 잃고, 주인공 아서는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죽음을 앞둔 아서는 범죄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가 제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바로 남을 도왔던 때라는 걸 깨달습니다. 아서가 지금까지 이 모든 범죄를 저지른 것은 바로 리더 더치와 갱단 가족들을 위해서였으나 변해가는 더치를 보며 다 무의미했음을 느낍니다. 더치는 범죄자이지만 나름 의리와 원칙을 지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고, 갱단 가족들은 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다가 더치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고 모여 살게 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치는 과거의 모습을 잃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에만 급급한 비겁한 범죄자로 타락하며, 아서는 그런 모습에 환멸과 회의감을 느낍니다. 아서는 속죄를 위해 자신 때문에 상처 받았던 사람들을 찾아가 사죄를 합니다. 그리고 존 마스턴과 그의 가족이 갱단을 떠나는 것을 도운 뒤 배신자 마이카에 의해 큰 부상을 입고 결국 숨을 거둡니다. 에필로그에선 아서가 남긴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존 마스턴과 와이프 에비게일, 아들 잭이 살아남아 농장을 차리는 과정이 나옵니다. 존은 찰스, 세이디와 같이 배신자 마이카를 처단하고 농장주로서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냅니다.

 

마지막에 존과 아비게일이 결혼식을 올리고 다 같이 행복하게 춤추는 모습을 보니 벅참과 동시에 씁쓸함이 몰려오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미 레데리 1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요. 존은 가족을 인질로 잡은 연방수사국에게 과거의 갱단원들을 잡아오라는 협박을 받고 다시 총을 들게 됩니다.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연방수사국에게 이용당한 뒤 살해당합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소극적이던 아들 잭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총잡이가 되고 연방수사국의 로스를 죽이면서 레데리 1이 끝이 납니다. 많은 이들이 희생을 통해 이 비극을 끝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잭조차 그 늪에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레데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바로 죄인은 언젠간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반성과 희생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  아서는 피(red)로 물든 삶을 살았지만 죽음(dead)을 마주 본 순간, 속죄를 통해 마음의 구원(redemption)을 얻게 됩니다. 존 또한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죗값을 치릅니다. 레데리의 진정한 재미와 의미는 범죄를 저지르며 피를 뿌리는 부분이 아니라, 저지른 죄에 어떠한 책임이 따르는지, 어떤 선택을 통해 속죄하고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흔히 범죄 오락물을 생각할 때 기득권에게 엿을 먹이는 통쾌한 스토리를 떠올립니다. 같은 스튜디오의 GTA만 봐도 범죄물이지만 완전 다른 느낌이죠. 게임을 할 때 오락성을 제일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신다면 레데리는 많이 아쉬운 작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운과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이기에 지루해도 꾹 참고 플레이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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