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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느낌 가득한 영화, '윤희에게'

쌀쌀한 겨울밤에 볼만한 거 없나 찾다가 발견한 멜로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부터 잔잔한 독립영화 느낌이라 좀 지루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먹먹함과 여운이 진하게 남는 존잼 띵작이더군요. 주인공 '윤희'는 첫사랑 '쥰'에게서 온 편지를 받고, 딸 '새봄'과 같이 쥰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처음엔 윤희와 쥰이 학창 시절에 어떠한 관계였는지 정확히 표현되지 않습니다. 서로의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윤희가 부모님에게 쥰과 사귄다는 말을 했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결국 쥰에게 이별통보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죠. 윤희와 쥰의 절절한 감정은 영화 내내 느껴지는데 정작 둘이 같이 있는 씬이나, 둘의 케미를 확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별로 없다는 게 개인적으론 아쉽게 느껴집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톤 자체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눈 쌓인 마을처럼 고요하고 차분합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의 정통 백합물을 찾는 덕후라면 무조건 좋아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착즙에 익숙한 백합러이지만, 그래도 공식이 떠먹여 주는 게 좋은데요...ㅠㅠ)

 

중년 퀴어 멜로물이라는 소재를 얼핏 보면 자극적인걸 기대할 수 있지만, 윤희와 쥰은 그런 자극과는 거리가 먼, 첫사랑의 아련함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관계입니다. 고독을 씹으며 묵묵히 차가운 세월을 견뎌온 두 사람이 다시 봄을 맞이하고, 새 출발을 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지면서도 찡한 울림을 남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윤희의 딸, 새봄입니다. '새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줄곧 겨울 속에서 살아온 윤희와 쥰이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윤희-새봄의 모녀관계는 윤희-쥰의 관계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윤희. 그런 윤희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녀가 변하길 바라는 딸, 새봄. 쥰에게서 온 편지를 먼저 읽어본 새봄은 엄마의 과거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그 후에 새봄이의 행동은 그녀가 이 작품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 성숙하고 능동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봄이는 편지를 읽고 충격을 받거나 혼란스러워 하기보단, 엄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자기가 대학에 가고 나면 엄마는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며 충고를 하기도 하고, 쥰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쥰이 사는 곳으로 넌지시 여행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두 모녀는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전보다 감정표현도 더욱 풍부해집니다. 윤희가 담밍아웃(;;)하고 새봄이에게서 라이터 뺏는 씬은 정말 좋았습니다ㅋㅋ 아름다운 것만 찍기 때문에 인물 사진은 찍지 않는다던 새봄이가 담배 피우는 윤희의 사진을 찍는 것도 넘나 완벽...ㅠㅠ 둘이서 온천에서 옛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 (여기서 윤희가 언급하는 인물이 아마 쥰일듯), 이불 뒤집어쓰고 뒹굴거리는 장면, 눈사람 만들다가 눈싸움하는 장면... 사실 중년 멜로물이라는 건 곁다리 소재(?) 느낌이고 두 모녀가 같이 추억을 만들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내용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쥰과 윤희...두 분다 넘나 존예 보스라서 눈 호강ㅠ

아, 물론 쥰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쥰이 윤희에게 쓴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참고 참다가 견딜 수 없어서 토해내는 듯한 그 감정이 차분한 톤 안에서도 느껴져서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괜히 울컥했습니다. 쥰은 어렸을 땐 한국에서 살았지만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같이 일본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윤희와 헤어진 후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쥰은 미혼인 체로 고모와 쭉 살다가, 연락만 간간히 하고 지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윤희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옛날부터 항상 윤희를 마음에 두고 있긴 했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좀 더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애틋함이 커진 듯합니다. 윤희는 가족의 등쌀에 떠밀려서 일찍 결혼을 했는데, 쥰은 쭉 혼자서 지내고 있고, 주변에서 소개해주는 사람조차 밀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쥰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어느 여성 손님은 쥰에게 꽤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쥰은 '지금까지 숨겨온 비밀은 앞으로도 쭉 숨겨라'라고 말하면서 선을 긋습니다. 과거, 윤희와의 관계가 커밍아웃 이후에 망가진 것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편지에서 쥰은 그녀의 동네는 눈이 많고, 사람은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인데, 그런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윤희에게도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윤희처럼 쥰 또한 스스로를 고립시킨 체 묵묵히 겨울을 견뎌내 왔습니다. 그 와중에 고모는 몰래 쥰이 쓴 편지를 윤희에게 보내고, 새봄이가 그 편지를 읽게 되며 그렇게 계절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윤희는 편지에 적힌 쥰의 집주소로 찾아가 보지만 쥰의 모습을 보고 당연히(;;) 도망쳐버립니다. 용기 없는 두 어른들을 만나게 하는 건 역시 빅픽쳐 마스터 새봄이...갓새봄이 없으면 전개가 안되죠ㅠㅠ 그렇게 새봄이의 도움으로 윤희와 쥰은 눈물 어린 재회를 하고 담백하게 인사말을 나눕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죽지 못해 꾸역꾸역 사는 것 같았던 전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스스로를 좀 더 꾸미고, 새로운 일자리도 알아보고, 나중엔 가게도 차리고 싶다며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영화는 이제 달라진 윤희가 쥰에게 쓰는 답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수십 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결국 같은 마음,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고 응답하는 윤희. 윤희가 용기 내어서 이 편지를 쥰에게 보냈는지, 이 후로도 윤희와 쥰은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는 건지, 쥰에게는 어떠한 봄이 찾아온 것인지 궁금증이 많이 남습니다. 나중에 윤희가 가게 개업하면 쥰이 찾아와서 수다 떨고 식사하는 그런 따뜻한 봄날을 상상해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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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따뜻한 느낌의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감독: 최국희 ('국가부도의 날', '스플릿')

 

작가: 배세영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줄거리: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의 이야기 

 

2020년 12월 개봉 예정

 

 

딱 1년 전에 염 배우님이 뮤지컬 영화 촬영 들어간다는 뉴스를 읽었는데,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예고와 포스터가 풀렸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예고편을 보고 나니 압도적으로 기대가 됩니다ㅠㅠ 군무도 대박 화려하고 염정아 배우님은 물론 류승룡 배우님도 노래 잘하시는데요...?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스토리는 맘마미아를 생각나게 하고, 복고풍의 과거 회상 장면은 써니의 느낌도 납니다. 둘 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이라, 인생은 아름다워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흥겨우면서도 따뜻한 힐링물 느낌...ㅠㅠ 예고편에는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과 '알 수 없는 인생'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데, 영화에는 이문세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로 이문세 음악으로 꾸며져 있다고 염정아 배우님이 인터뷰에서 말하신 적이 있음.) 

 

어린 시절 '세연'과 첫사랑 '정우' 역은 박세완과 옹성우가 맡았습니다. 염 배우님 때문에 보는 거긴 하지만 이 친구들 투샷도 넘 훈훈...

내 첫사랑 조작하는 세연 언니...

염정아 배우님은 인터뷰에서 '맘마미아'나 '라라랜드'같은 뮤지컬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인터뷰 읽을 때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겠어...'라고 좀 비관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제가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ㅠㅠ 꿈은 이루어진다!! 예고편만 봐도 배우님이 행복하게 촬영하신 거 같아서 저도 절로 기분이 좋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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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 [영화 리뷰] - 영화 '시동' 예고편 + 원작 웹툰 비교 (염정아 배우님 캡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티키타카 좋은 장풍반점 식구들

2019년 연말 한국 영화 3파전에서 제일 최약체 취급을 받았지만, 제일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괜찮은 반응을 얻은 영화, <시동>. 예고편에서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처럼 홍보가 되었지만, 코미디를 기대하고 본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상당히 묵직한 드라마 장르입니다. 심각한 건 아니지만 욕과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조폭과 사채업자, 성매매업자 같은 인물들도 나오기 때문에 연말에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그런 전체관람가 영화는 아닙니다. (시동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의 중심이 되는 반항아 택일 x 정체불명 주방장 거석

전반부는 예고편에서 보인 것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입니다. 특히 충격적인 단발머리 비주얼의 거석이형(마동석)은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웃음을 유발하며 택일(박정민)과 좋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트와이스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경주(최성은)에게 맞고 하루 종일 기절해있던 택일을 놀리며 깔깔거리고, 친구 상필(정해인)에게 온 전화를 받고 택일이는 이미 죽었다며 장난을 치는 등, 등장하는 모든 씬이 다 재미있습니다. 짓궂지만 유쾌한 거석이형과 따뜻한 장풍반점 식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철없던 택일은 조금씩 성숙해집니다. 은근 성실하게 일에 임하며 첫 월급도 받고, 사채업을 하는 상필에게 이젠 제대로 된 일을 찾으라며 어른스럽게 훈계를 하기도 합니다. 

 

토스트 가게를 열고 아들과 새 시작을 해보려는 택일의 엄마 정혜

후반에선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큰 위기가 찾아오며 영화의 분위기가 무겁게 변합니다. 거석은 과거에 동네 경찰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조폭이었으며, 중국집에 찾아온 양아치들(알고 보니 수배 중인 미성년 성매매범들)을 때려잡다가 일어난 소동으로 정체가 알려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조직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택일의 엄마 정혜(염정아)가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무리해서 차린 토스트 가게는 알고 보니 불법 건축물이라 철거 위기에 처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채업자들까지 찾아옵니다. 도망치고 싶은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 거석,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일, 아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정혜,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사채업의 '매운맛'을 보고 멘붕에 빠진 상필.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리숙하며, 험난한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거석과 상필은 다른 장소이지만 서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합니다. 거석은 평화로운 현재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조폭 아지트를 혼자 쳐들어가며, 상필은 엄마를 사채업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집니다. 

 

마무리는 역시 줘팸으로 끝나는 장르 마동석

치열했던 싸움이 끝나면 스토리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마무리되어버립니다. '이게 끝이야? 싶을 정도로, 약간 허를 찔린듯한 느낌이 듭니다. 거석은 혼자서 건물 한가득 있던 조폭들을 다 때려잡고 유유히 걸어 나오고, 무시무시한 포스를 뽐내던 사채업 사장은 정혜의 스파이크 한방에 그대로 기절해버립니다. 거석은 장풍반점으로 돌아오고, 상필과 정혜는 같이 이사를 준비하며 평화를 되찾습니다.  막판에 괜히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 요소를 넣거나 관객을 가르치는듯한 교훈을 늘어놓지 않기 때문에, 구질구질한 느낌 없이 끝 맛이 깔끔합니다. 하지만 엔딩이 너무 허무해서 김이 빠진다는 평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듯합니다. 

 

복싱할 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던 경주

아쉬웠던 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인상적인 비주얼과 깡다구를 보여줬던 '빨간 머리' 경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복싱을 배웠으며, 왜 혼자 거리를 헤매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편집을 거치면서 경주에 관한 씬들이 많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엔딩도 그렇고, 경주의 이야기도 그렇고, 상영시간 때문에 잘려나간 부분이 많아서 스토리 여기저기에 구멍이 보이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최성은 배우는 이번이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앞으로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시작에서 등장했던 상필의 중고 오토바이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던 고물이었지만, 엔딩에선 시원하게 한 번에 시동이 걸리며 상필과 정혜를 태우고 내리막 길을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어설프지만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성장물. 막 엄청난 대작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뜻함과 소소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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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가 철철 흐르는 해외 포스터

남산의 부장들

개봉일: 2020년 1월 22일

감독 : 우민호(전작, 마약왕/내부자들/간첩 외)

출연 :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외

 

줄거리: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중앙정보부장 김규평(aka 어쌔신 김재규) 역할을 맡은 이병헌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김충식 작가가 쓴 동명의 논픽션 소설을 기반으로 한 가상 역사물입니다. 원작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실체와 10.26 사건 (박정희 암살 사건) 대해 집필한 책이며, 당시 약 5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박통의 부패를 미국에서 폭로하려는 박용각(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곽도원 분)

1970년대 말, 미국 하원에서 열린 어떤 청문회 이후 대통령 암살 사건이 있기까지 40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룬 첩보물이며, 고증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니고, 사실과 허구가 섞여있는 형태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에 나선 것이 1977년이기에, 1979년에 일어난 사건과는 약 2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실제 2년이라는 시간을 담기엔 연출상 문제가 있고, 원작의 분량 또한 워낙 방대해서 핵심 사건에 포커스를 두고 40일로 기간을 줄였다고 합니다. 

 

주연이지만 자신이 주연인 다른 영화 '미스터주' 개봉 때문에 홍보 못뛰는 박통(이성민 분)...

원작대로 주연 배우들의 역할은 박정희 정권 당시의 실제 인물들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박통(박정희 전 대통령, 이성민 분), 김규평(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이병헌 분), 박용각(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곽도원 분), 그리고 곽상천(차지철 전 경호실장, 이희준 분) 모두 실제 모델이 존재하는데, 데보라 심 (로비스트, 김소진 분)은 예외적으로 가공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예고편 마지막에서 김규평은 바로 '그 대사'를 날립니다. 

"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

이 대사는 김재규가 총을 쏘기 직전 한 발언으로, 박통이 당시 국회의원에서 제명을 당한 김영삼을 구속시키려고 하자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0.26 현장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재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위여부가 불확실한 발언이긴 하지만 영화의 대사로서는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가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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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있기 전 엘사x안나x여왕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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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겨울왕국 2. 뒤늦게 혼자 보고 OST에 꽂혔습니다 (하루 종일 속으로 아아↗아아아↗↘). 

 

겨울왕국 1 보다 좀 더 무거워진 스토리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제 취향엔 2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는 엘사는 물론이고, 안나 또한 전편과는 비교 안될 정도의 어두움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엘사와 올라프를 모두 떠나보낸 안나가 어두운 동굴에 혼자 남아 부르는 넘버는 디즈니 애니 음악치곤 상당히 무거우며, 아이들보단 성인의 취향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일단 저는 비극 성애자라서, 비극을 통해 탄생하고 끝없이 고뇌하며 고통받는 주인공... 너무나 취향 저격인 것 ㅠㅠ

 

그리고 1편에서는 계속 떨어져 있었던 엘사와 안나가 이젠 서로를 애틋하게 챙기는 모습도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엘사: 날 따라서 불 속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해?
안나: 그럼 언니가 불 속으로 들어가지 마!

 

예고편에서도 나왔던 장면이죠. 항상 스윗하던 안나가 엘사에게 화내는 순간ㅋㅋ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엘사가 올라프와 안나를 배에 태워서 억지로 떠내려 보낼 때도 그 행동이 참 '엘사답다' 싶으면서도, 엘사에게 처음으로 분노를 느끼는 올라프와 안나가 너무 짠하면서 쏘 스윗ㅠㅠ  어쩜 등장인물들이 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죠ㅠㅠ 

 

엘사x안나 투샷 최고된다ㅠㅠ

 

언니에게 의지하던 안나
이젠 동생에게 의지하는 엘사ㅠㅠ 역시 디즈니 배우신 분들

이전에는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엘사가 가진 능력의 근원, 초반에만 잠깐 언급되었던 부모님의 죽음 등, 1편에서 스쳐지나가듯 등장했던 요소들이 2편에서 퍼즐처럼 짜맞추어집니다. 그래서인지 2편을 통해 오히려 1편에 전보다 더욱 의미와 무게감이 생기는 듯합니다 (겨울왕국 2를 보고 나니 1편이 다시 보고 싶어짐ㅎㅎ). 1편을 만들 땐 2편은 생각도 못했을 텐데. 일부러 복선을 깐 것이 아닐 텐데도, 떡밥을 참 잘 수거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디테일한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영화 길이가 짧아서인지 전개가 너무 급하게 느껴집니다. 엘사와 안나의 어머니인 이두나 왕비나, 다섯 번째 정령에 대한 내용이 더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후반이 급전개라서 영화를 본 후에도 인터넷을 뒤져봐야만 했습니다 ㅠㅠ 엘사를 부르던 목소리는 정말로 이두나의 목소리였는지 아니면 이두나의 목소리를 빌린 정령이었는지, 이두나의 집안에 뭔가 정령과 연관된 힘이 있었던 건지, 엘사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도 추측성으로 언급되고 넘어갈 뿐 정확하진 않고... 일단 겨울왕국은 어린이용 애니이기 때문에 최대한 스토리를 간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디테일을 일부러 제외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 모르겠고 아무튼 엘사 여왕님 개이뻐!!!! (오열)

단점을 꼽아보자면... 중간에 나오던 그 크리스토프의 노래는... 어... 너무 길다고 느껴졌습니다ㅋㅋ 세기말 감성 뮤직 비디오를 패러디한 연출이 웃기긴 웃겼는데... 에... 또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옆에서 엘사랑 안나는 국가의 미래, 자신의 정체성, 부모님의 과거 등 여러 진지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크리스토프 혼자서 딴생각하면서 뻘짓 하는 과정이 참 생뚱맞았습니다. 애초에 크리스토프의 포지션이 개그캐인 거 같아서 일단 그 역할은 충실히 한거 같긴 합니다만;;;  비슷한 개그캐지만 올라프는 귀여우면서도 의미 있는 씬들이 많았는데, 크리스토프가 나오는 씬은 집중이 안되고 몰입이 떨어지더라고요. 또한 전반적으로 1의 음악이 더 좋았습니다. 1에서는 안나와 엘사가 상반되는 감정을 노래하는 듀엣이 인상 깊었는데, 2에선 그런 듀엣은 없었습니다. 타이틀인 '인투더 언노운'은 나오는 타이밍이 좀 느닷없이 느껴지는지라, '렛잇고' 만큼의 감동은 없었구요. 

 

아쉬운 부분을 주절주절 늘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매우 매우 재밌었습니다!! 엘사가 바다를 건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 그리고 엘사가 자신이 다섯번째 정령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 그 자체.. 아무튼 영혼을 갈아넣으셨을 애니메이터분들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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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캣츠'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며, 감독은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스타 감독 톰 후퍼입니다. 하지만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질 정도로 기괴한 고양이들의 모습으로 인해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캣츠 뮤지컬 분장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CG로 인해 리얼함이 더해져서 (털 난 게 너무...)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주얼적인 면을 떠나서 그냥 영화 자체가 노잼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애초에 뮤지컬이 시를 대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여러 고양이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인생에 대해 노래하고 춤추기를 반복하는 게 전부입니다. 스토리보다는 그냥 무대 자체를 즐겨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뮤지컬 자체도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처참한 메타스코어...

 

그리고 썩토...

 

내가 극장을 나선 뒤 "와..."라고 중얼거린 횟수로만 치자면, 캣츠는 딱 기생충급 수작이다.
미국 언론의 드립력 대폭발

우리나라에서 '리얼'이나 '자전차왕 엄복동'이 개봉했을 때처럼 언론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누가 더 창의적으로 잘 까나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찰진 드립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중.... 결국 역대급 괴작이라는 혹평과 함께 처참한 오프닝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미국에서 폭망 중인 상황에서 톰 후퍼 감독이 내한을 합니다. 뮤지컬 영화들이 유독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이기에, 한국 흥행에 영화의 사활이 걸린 상황입니다. 

 

한국 밖에 없습니다ㅠㅠㅠ

 

K-하트는 기본

 

싸랑해요 한쿡^^
다들 레미제라블 기억 하시죠^^?
기생충 오스카 딜ㅋㅋ

립서비스라고 해도 이 정도 정성이면 인정해주고 싶은 정도입니다;;; 내한 전문 코디라도 받은 것인지 족집게처럼 국뽕 포인트를 집는 톰 후퍼 감독...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그는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국뽕 끝판왕 연느 소환!!

김연아 선수가 프리 프로그램으로 '레미제라블'을 선곡한 것이 화제가 되었었고, 그때 휴잭맨도 김연아 선수를 언급했었는데, 아마 같은 이유로 톰 후퍼 감독도 김연아 선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국인의 정에 최선을 다해 호소를 하고 떠난 톰 후퍼 감독... 음악 영화에 환장하는 흥의 민족 한국인들은 이 영화에 어떻게 반응 중일까요?  

 

아직 에그가 깨지진 않았지만... (ft.정없는 10대)

OST는 좋기 때문에 극장에서 눈감고(...) 음악 감상만 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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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3번째로 만나는 두사람

영화 세컨드 마더 줄거리 및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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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배우님이 차기작으로 드라마 '스카이 캐슬' 조현탁 감독의 영화 데뷔작, '세컨드 마더'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소식에 얼른 원작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영화이지만 전문가 평과 대중 평가가 모두 호평인 수작이더라고요. 

 

영화의 줄거리는 부유한 집안의 가정부로 일하며 딸과 십여 년째 떨어져 지낸 '발'과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엄마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딸 '제시카'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친딸이 아닌 집주인 아들내미를 극진하게 키우는 그의 세컨드 마더, 발

발은 집주인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며, 그 집의 아들 '파빙요'는 끔찍하게 챙기지만, 오히려 친딸인 제시카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신경합니다 (파빙요한테는 연애 상담도 해주면서 오구오구 챙기는데, 정작 딸은 어느 대학을 지망하는지도 모름...). 발은 자신의 고용주인 집주인 앞에서 제시카도 똑같이 고분고분하게 행동하길 바라지만, 제시카는 당돌하게 집주인 가족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합니다. 엄마와 같이 좁은 방을 쓰는 대신 자신도 게스트라며 게스트룸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제시카의 당돌함은 발을 기절초풍하게 만듭니다ㅋㅋ 발은 '선'을 넘는듯한 딸의 행동에 발을 동동 구르지만, 집주인 가족들은 학교 성적도 좋고 말도 잘하는 제시카를 우호적으로 맞이합니다. 딸인 제시카는 그들과 동급인 사람으로 인정해주면서, 같은 공간에 있는 그녀의 엄마인 발은 아랫사람 취급하는 가족의 태도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파빙요와 파빙요 아빠가 제시카한테 풀장을 자랑하면서 발에게는 불이나 키라고 시키는 씬은 정말...ㅋㅋ  

 

오늘도 제시카에게 잔소리하는 발

발은 집주인들 앞에서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꼼짝 못 하지만, 딸에겐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답답하게 행동합니다. 발이 '잘난 척하지 말라'라고 혼내면, 제시카는 '내가 잘난 건 아니지만 못난 것도 아니다'며 받아칩니다. 발은 제시카에게 집주인 가족들이 건네는 호의는 무조건 거절하라고 말합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호의를 건네는 것은 예의상 당연한 것이고, 그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아랫사람으로서 당연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시카는 납득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가정부라고 해서, 딸도 똑같이 아랫사람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초반에 등장한 그 풀장은 후반에서도 큰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발은 이 집안에서 십 년 넘게 생활해왔지만 그 풀장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 공간은 집주인 가족과 친구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딸에게도 절대로 풀에 들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파빙요와 파빙요의 친구는 제시카를 억지로 끌어 들어며, 결국 다 같이 물놀이를 하며 놀게 됩니다. 제시카가 과하게 선을 넘는 것을 느낀 파빙요의 엄마는 수영장에서 '쥐'를 봤다며 풀장의 물을 다 빼버립니다. 제시카는 '쥐' 취급을 받는 스스로의 신세에 씁쓸해합니다. 이 와중에 파비오와 파비오의 아빠는 제시카한테 드럽게 찝쩍거리면서 ㅈㄹ 합니다 (부자가 쌍으로 극혐). 발과 제시카는 이사를 가려하지만 돈 문제가 생기면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돌아온 후에도 제시카의 태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선을 지키라며 주의를 주는 사모님

제시카가 파빙요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고 화가 난 파빙요의 엄마는 제시카가 주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그런 취급을 참지 못한 제시카는 그날 밤 바로 그 저택을 나와버립니다. 사모님의 명을 군말 없이 따르면서도, 수능 바로 전날 집을 나가버린 딸 걱정에 발은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다음날, 수능을 보고 돌아온 파비앙은 가채점 결과를 보고 절망합니다. 시험을 망치고 우울해하는 파비앙와 파비앙 엄마 앞에서 발은 제시카가 시험을 엄청 잘 봤다며 눈치 없이 좋아합니다ㅋㅋ(이쯤 되면 일부러 멕이는 수준.) 밤에는 혼자 물 빠진 수영장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좋아하는 발. 난생처음 들어와 본 공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딸과 전화하는 발은 그 언제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제시카와 다시 만난 발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되는데, 바로 제시카에게는 아이가 있고, 시험 때문에 고향에 아이를 두고 왔다는 것입니다. 파빙요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는 알지만 정작 딸인 제시카는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방치만 해온 발. 발은 가정부 일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다른 집의 아이를 돌보느라 정작 소홀했던 자신의 딸과 같이 살며 그녀를 위해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진 책임, 그리고 '낳은 정'과 '기른 정'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또한 가난과 사회적 위치는 세습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남깁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희망적인 엔딩이 아닙니다... 제시카는 학교에 계속 다녀야하고, 이젠 아이도 돌봐야하는데, 발은 이제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까요? 다른 일을 찾거나 아니면 결국 가정부 일을 다시 하게 되진 않을지..?)

 

사회의 하급 계층으로서 스스로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그 틀 밖으로 나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발은 제시카를 통해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시카 또한 그 집에서 생활하면서 발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떠한 희생을 했는지 보게 되지요. 

작품의 주제나 분위기가 닮은 '기생충'

한 저택을 배경으로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 계층의 갈등을 그려낸다는 점이 꼭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등장하는 건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생각납니다. 식탁을 중심에 두고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자주 일어나는 걸 보면 영화 '완벽한 타인'이 살짝 연상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언급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다 블랙 코미디라는 건데, '세컨드 마더' 또한 이런 블랙 코미디 요소가 많이 보입니다. (참고로 '세컨드 마더'의 제작을 맡은 필름 몬스터・드라마하우스는 '완벽한 타인'과 '스카이 캐슬'을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귀엽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잔잔하고 따뜻해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역동적인 연출이 아닌 캐릭터들을 조용하게 지켜보는 관찰 카메라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부분은 각색해서 쫀쫀하고 긴장감 있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다른 캐스팅은 나오지 않았지만 염정아 배우님이 주인공인 '발'을 연기하시는 것 같은데, 원작의 배우와는 완전 다른 느낌이라 어떻게 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원작에서 발을 연기한 헤지나 카제 배우는 작은 키에 빵빵한 체격,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전형적인 '못 배운 하류층 아줌마'의 외모입니다. 얼마 전까지 도도하고 우아한 사모님 '한서진'을 연기하던 사람을 하류층 가정부로 캐스팅할 생각을 하다니... 감독님 최고....  

 

'완벽한 타인'의 '수현'처럼 주변 눈치 엄청 보면서 짠내와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일 것 같아서 배우님 팬으로서 엄청 기대가 됩니다. 영화 크랭크 인은 지금 촬영 중인 '인생은 아름다워'가 끝나고 내년 초가 될 것 같습니다. 열일하는 배우님 팬이라서 행복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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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줄거리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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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영화로는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흥행불패의 최동훈 감독. 영화 '암살'은 '도둑들' 다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그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최동훈 감독의 작품 중에 암살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판타지나 범죄물은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이런 역사를 토대로 한 팩션 장르가 제 취향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덕질 할만한 요소 다 때려넣은 안옥윤/미츠코

고증이나 스토리 짜임새가 엄청나게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단순히 오락적으로는 최고였네요. 일단 제 취향을 저격하는 온갖 요소들을 다 때려 넣은 캐릭터 설정과 전개에 놀랐습니다ㅋㅋ 이 작품의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은 그냥 모든 게 다 몰빵 된듯한 캐릭터입니다. 전지현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쌍둥이의 1인 2역 연기, 스나이퍼 라이플/기관총/권총/나이프 등 온갖 무기를 다루는 액션, 독립군 옷부터 웨딩드레스까지 등장하는 다양한 코디,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의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며 팔색조 매력을 선보입니다. 여기서 전지현의 연기는 무척 매력적이며 (물론 비줠도 대존예), 여자 캐릭터가 이렇게 원톱으로 나온 액션물이 드물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필모에 있다는 게 좋아 보입니다. 배우 전지현에 입덕 할 때 딱 보기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미츠코와 안옥윤.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전지현

어렸을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는 비장한 독립운동가(안옥윤)와 철없는 친일파 집안의 아가씨(미츠코)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비정한 친일파 아버지는 자신의 딸인 안옥윤을 가차 없이 죽여버리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은 안옥윤이 아닌 바로 미츠코... 안옥윤은 계획한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미츠코 행세를 하며 집안에 들어갑니다. 일본인 장교 카와구치 대위와 정략결혼을 하기로 되어있던 미츠코 대신 안옥윤은 결혼식장에 입장하며, 그곳에서 계획했던 작전을 수행합니다.   

 

배우들 합이 다 취향저격

안옥윤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독립운동가였지만 결국엔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 염석진 대장 (이정재),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 (하정우), 그리고 안옥윤을 돕는 독립군들... 배역의 크기를 떠나,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최 감독의 강점이 이 영화에서도 잘 보입니다. 캐릭터들이 엄청나게 개성 있거나 독특한 건 아니고, 클리셰적인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만, 그런 익숙한 요소들을 재밌게 버무리는 것도 능력입니다.     

 

오락성으로는 최고이지만, 인물들의 부족한 개연성이나 스토리의 짜임새 문제로 전문가 평은 좋지 않습니다. 엑스트라들은 총알 한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지만, 주인공들은 총알비를 뚫고 칼빵을 맞아도 좀비처럼 꿋꿋이 걸어 다니는 것은 영화적인 표현이니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돈만 주면 누구든 죽여준다는 하와이 피스톨이 갑자기 애국자가 되는 과정이나, 그가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 장교의 경호를 맞게 되는 상황은 생뚱맞아 보입니다. 

 

극혐캐 염대장 (자꾸 염대장이라고 하니까 삼시세끼 생각남ㅋㅋ)

... 다 떠나서 아무튼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직 못 본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안옥윤이 명우의 수화를 통역하며 염석진을 사살하는 장면에선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친일 부역자들은 실제로 살아남았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밀정 염석진이 몸부림치다 죽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오로지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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