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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 [영화 리뷰] - 영화 '시동' 예고편 + 원작 웹툰 비교 (염정아 배우님 캡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티키타카 좋은 장풍반점 식구들

2019년 연말 한국 영화 3파전에서 제일 최약체 취급을 받았지만, 제일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괜찮은 반응을 얻은 영화, <시동>. 예고편에서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처럼 홍보가 되었지만, 코미디를 기대하고 본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상당히 묵직한 드라마 장르입니다. 심각한 건 아니지만 욕과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조폭과 사채업자, 성매매업자 같은 인물들도 나오기 때문에 연말에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그런 전체관람가 영화는 아닙니다. (시동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의 중심이 되는 반항아 택일 x 정체불명 주방장 거석

전반부는 예고편에서 보인 것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입니다. 특히 충격적인 단발머리 비주얼의 거석이형(마동석)은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웃음을 유발하며 택일(박정민)과 좋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트와이스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경주(최성은)에게 맞고 하루 종일 기절해있던 택일을 놀리며 깔깔거리고, 친구 상필(정해인)에게 온 전화를 받고 택일이는 이미 죽었다며 장난을 치는 등, 등장하는 모든 씬이 다 재미있습니다. 짓궂지만 유쾌한 거석이형과 따뜻한 장풍반점 식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철없던 택일은 조금씩 성숙해집니다. 은근 성실하게 일에 임하며 첫 월급도 받고, 사채업을 하는 상필에게 이젠 제대로 된 일을 찾으라며 어른스럽게 훈계를 하기도 합니다. 

 

토스트 가게를 열고 아들과 새 시작을 해보려는 택일의 엄마 정혜

후반에선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큰 위기가 찾아오며 영화의 분위기가 무겁게 변합니다. 거석은 과거에 동네 경찰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조폭이었으며, 중국집에 찾아온 양아치들(알고 보니 수배 중인 미성년 성매매범들)을 때려잡다가 일어난 소동으로 정체가 알려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조직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택일의 엄마 정혜(염정아)가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무리해서 차린 토스트 가게는 알고 보니 불법 건축물이라 철거 위기에 처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채업자들까지 찾아옵니다. 도망치고 싶은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 거석,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일, 아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정혜,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사채업의 '매운맛'을 보고 멘붕에 빠진 상필.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리숙하며, 험난한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거석과 상필은 다른 장소이지만 서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합니다. 거석은 평화로운 현재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조폭 아지트를 혼자 쳐들어가며, 상필은 엄마를 사채업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집니다. 

 

마무리는 역시 줘팸으로 끝나는 장르 마동석

치열했던 싸움이 끝나면 스토리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마무리되어버립니다. '이게 끝이야? 싶을 정도로, 약간 허를 찔린듯한 느낌이 듭니다. 거석은 혼자서 건물 한가득 있던 조폭들을 다 때려잡고 유유히 걸어 나오고, 무시무시한 포스를 뽐내던 사채업 사장은 정혜의 스파이크 한방에 그대로 기절해버립니다. 거석은 장풍반점으로 돌아오고, 상필과 정혜는 같이 이사를 준비하며 평화를 되찾습니다.  막판에 괜히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 요소를 넣거나 관객을 가르치는듯한 교훈을 늘어놓지 않기 때문에, 구질구질한 느낌 없이 끝 맛이 깔끔합니다. 하지만 엔딩이 너무 허무해서 김이 빠진다는 평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듯합니다. 

 

복싱할 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던 경주

아쉬웠던 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인상적인 비주얼과 깡다구를 보여줬던 '빨간 머리' 경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복싱을 배웠으며, 왜 혼자 거리를 헤매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편집을 거치면서 경주에 관한 씬들이 많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엔딩도 그렇고, 경주의 이야기도 그렇고, 상영시간 때문에 잘려나간 부분이 많아서 스토리 여기저기에 구멍이 보이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최성은 배우는 이번이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앞으로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시작에서 등장했던 상필의 중고 오토바이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던 고물이었지만, 엔딩에선 시원하게 한 번에 시동이 걸리며 상필과 정혜를 태우고 내리막 길을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어설프지만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성장물. 막 엄청난 대작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뜻함과 소소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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