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저는 일본 게임은 불편하고 갑갑해서 잘 안 합니다. 도대체 일본 게임들은 왜 자동 저장이나 빠른 이동 기능이 없는 건가요...? 일단 저는 노가다도 싫어하고, 턴제도 싫어하기 때문에 턴제 JRPG는 피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스토리입니다. 서양 게임하고는 다른 그 오글거리는 감성... 애니를 자주 보는 편이라 그런지, 유치하지만 뭉클한 그런 스토리가 땡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집어든 게임이 바로 페르소나 5. 페르소나는 이미 탄탄한 팬 층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페르소나 5는 스토리, 비주얼, 사운드, 볼륨 등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고수준의 JRPG라는 평가를 받으며 90점대의 높은 메타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판매량 또한 시리즈 역대 최고. 전작들을 해본 적은 없지만 워낙 평이 좋아서 처음으로 해본 페르소나인데... 역시 게임은 직접 해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찬양하는 게임이어도,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나에겐 그냥 매각용 게임일 뿐이니까요.
첫인상은 매우 좋습니다. 연출과 그래픽은 매우 스타일리시하며, 전투는 물론 로딩 화면까지도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유튜브로 얼핏 플레이 화면을 봤을 땐 좀 정신없고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비주얼은 물론, 음악도 그에 걸맞게 좋았습니다. 특히 예고장 딱 보내 놓고 보스 줘패러 갈 때 나오는 OST 'Life Will Change'는 정말 좋더군요. 팰리스 공략하면서 쌓인 피로감이 확 풀리는 느낌. 스토리 설정도 괜찮습니다. 팰리스나 메멘토스와 같은 개념이 처음에는 조금 복잡하지만 흥미롭습니다.
저는 페르소나가 이번이 처음이라 몰랐는데, 날짜 혹은 날씨에 따라 뜨는 이벤트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팰리스를 공략해야 하는 기한 또한 정해져 있습니다. 팰리스를 공략할 땐 하루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공략을 해야 합니다. 일단 보스를 잡기 위해선 전날 예고장을 던져놔야 하는데, 그 예고장을 보내기 전에도 절차가 따르기 때문에... 아무튼 막판에 촉박하게 하다가 게임오버돼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일상 파트와 팰리스 파트의 스케줄을 잘 생각해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고 복잡하게 느껴져서 처음에는 계속 공략을 보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이 즐겁지 않고 무슨 과제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어느 정도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진 후엔 그냥 공략집 버리고 막 달렸습니다. 공략 없어도 엔딩 보는 데는 문제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1회 차에 완벽하게 보시려면 공략이 필수 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파고들기 요소 안 좋아해서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호평이 많았는데.... 중간에 확실히 신박하게 느껴지는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악인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새로운 사람으로 '개심'시키는 것이 반복되는데, 같은 패턴이 계속되니,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집니다. 마코토나 후바타 같은 경우 메인 스토리와 연관되어 있는 캐릭터들이라 꾸준히 언급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개인 에피소드가 끝난 후엔 공기화 되어버립니다. 그냥 게임 볼륨 늘리는 목적인 건지 등장인물들이 굳이 이렇게 많을 필요 있었나 싶습니다. 특히 엔딩은 진짜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스러운 전개였습니다. 일본 애니 안 좋아하시거나 항마력 떨어지시는 분들은 좀 이게 뭐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엔딩의 여운이고 뭐고 그냥 게임이 끝나서 좋았습니다...너무 피곤했거든요.
일상 파트에선 미연시처럼 여러 캐릭터를 공략하며 스토리를 볼 수 있는데, 초반에는 흥미롭지만 뒤로 갈수록 지루해집니다. 결국 스토리 진행이 다 비슷비슷해서;; 호감 가는 캐릭터 몇 명은 열심히 공략하지만, 캐릭터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나중에는 그냥 말 거는 거 자체가 좀 귀찮습니다.
스토리가 늘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전투도 지루합니다. 처음에는 간지나는 연출과 전투 시스템이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전투가 너무 잦아지다 보니 나중에는 최대한 적들을 피해다녔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페르소나들은 다양하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은 한정적이며, 결국엔 쓰는 스킬 계속 쓰게 됩니다. 애초에 턴제를 싫어하는 제가 이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잘못된 선택였던것 같습니다.... 전투는 재미없었지만 그래도 퍼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팰리스 하나하나가 미친 듯이 길고, 중간중간에 저장 포인트도 많지 않아서 패드 여러 번 던질 뻔했습니다. 마지막 메멘토스 공략할 땐 정말 토할 뻔했네요. 게임이 끝날 듯 끝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괴롭던지요ㅠㅠ
확장판인 페르소나 5 더 로얄이 발표되었지만, 전 관심이 안 가네요ㅠㅠ 1회 차로 한 70시간 하면서도 토할 뻔했는데, 확장판이라니;;; 그런데 제가 어크 오디세이 할 때는 거의 100시간씩 해도 재밌었는데... 이걸 보니 제 취향은 유비식 오픈월드인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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