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플레이한 포켓몬 실드는 제가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해본 포켓몬 게임입니다. 꼬꼬마 시절 포켓몬 레드/블루, 금은 정도 에뮬로 깔짝 거리던 게 전부인 포알못이라... 발매 전부터 포켓몬들이 타노스 당했느니, 그래픽이나 연출이 모바일 게임 수준이라는 유저들의 혹평이 많았던 게임이고, 개인적으로 딥한 스토리 덕후로서 가벼운 스토리의 포켓몬을 깔보는 마음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자존심 상하게도 꽤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일단 자동 저장, 빠른 이동 등 편의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요즘 게임에선 굉장히 당연한 기능들인데, 이런 걸 일부러 잘 안 해주는 일본 게임들이 많아서...ㅠㅠ). 옛날에는 비행 기술을 습득해야만 도시 간 이동이 가능했는데, 이번 게임에선 공중 택시를 통해 스토리 초반부터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박스에 보낸 포켓몬도 포켓몬 센터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을 해서 데려오는것 아니라, 가방을 열어서 바로 포켓몬을 데려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술 머신도 소비되지 않고 계속 사용 할 수 있고, 포켓몬 센터에 가면 잊은 기술도 쉽게 재습득할 수 있습니다. 전투 또한 편의성이 늘었습니다. 한번 전투한 포켓몬에 관해서는 상성이 바로 눈에 보이게끔 되어서 상성표를 찾아 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초기와 달리 이젠 직관적으로는 알 수 없는 상성들이 워낙 많아서 이렇게 표시를 해주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주인공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 헤어 스타일, 염색, 메이크업, 의상 등 꽤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데, 너무 귀엽고 이쁩니다ㅠㅠ
주인공 캐릭터뿐만 아니라, NPC들도 디자인이 정말 이쁘고 매력 있었습니다 (포켓몬 디자인은 버리고 인물 디자인을 선택한 이번 세대....). 특히 야청 언니ㅠㅠ (야광봉 붕붕)!!! 소니아 언니랑 옛날부터 친구였다는 설정도 개발립니다ㅠㅠ!! 심지어 투잡으로 모델까지!!! 아 그리고 라이벌 마리도 개귀엽고 존예!! 호브는 좀 그만 나오고 마리 분량 좀 더 늘려주지 흐긓ㄱㅠㅠㅠㅠ 크흠... 아무튼 NPC들 캐릭터 디자인하며 설정도 상당히 잘 짜 놨는데, 정작 그런 건 리그 카드에만 적혀있지, 게임 플레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체육관 관장들 관련해서 소소한 서브 퀘라도 있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전투 한번 하고 바로 퇴장하다니;;; 그나마 1회 차 엔딩 끝나고 2회 차 플레이 (2회차라기보단 1회 차 이후 에필로그)에서 레어 리그 카드와 같이 재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이런 좋은 캐릭터들을 데리고 잘 못 써먹는 느낌이라... 스토리가 조금만 더 다채로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켓몬에 이런 걸 바라는 건 안 되겠죠..?ㅠㅠ (찾아보니 '새벽빛의 날개'라는 가라르 지방을 배경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네요;; 일단 이거라도 봐야 할 듯...)
물론 단순한 스토리로 전연령을 공략한다는 한다는 것이 포켓몬의 장점이긴 합니다만, 이번 게임의 후반에 등장하는 흑막의 행동엔 개연성도 떨어져서 플레이어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1회차 엔딩이 끝나고 꾸벅졸음숲에서 이어지는 2회 차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1회 차 때보다 재미는 더 있었지만, 개연성 부족한 건 마찬가지... 포켓몬 하면서 스토리 지적하는 거 자체가 좀 민망한데... 아무튼 포켓몬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ㅠㅠ
하여튼 이번 소드/실드는 편의성을 높이고, 진입장벽을 확 낮춘, 뉴비 입문작으로는 상당히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어차피 저 같은 뉴비는 기존에 있던 포켓몬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갈려나간 포켓몬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게임을 두 가지 버전으로 뽑는 게임프리크의 전통은 여전합니다. 차이점은 등장하는 몇몇 포켓몬들과 포켓몬들의 등장 확률이 좀 다르며, 이번에는 2개의 체육관의 관장과 타입 또한 다르다고 합니다 (실드: 고스트, 얼음/ 소드: 격투, 바위) 근데 그냥 모두 다 한 게임에 때려 넣고 만들 수는 없는 건가요....? 스토리 플레이 타임도 별로 안긴데, 그냥 체육관 한두 개 더 추가해서 만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후.... 저는 실드만 하고 끝낼 거지만, 제가 조금만 더 진심인 포덕이었다면 두 버전 다 구입하고 호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ㅋ큐ㅠㅠ 참고로 메인 스토리 1회 차만 했을 때 플탐은 30시간 정도였고, 그 후에 자시안/자마젠타를 잡을 수 있는 에필로그 (2회 차)는 추가로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 후에 슛시티 토너먼트니, 배틀타워니 깔짝거리면서 돌아다니니 한 35시간 정도였습니다. 포켓몬은 엔딩을 본 후 파고들 때부터 진짜라는 말이 있던데, 저는 그렇게 파고드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쯤에서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타디움에서 다이맥스 해서 싸우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종종 생각날 때 들어갈 듯ㅎㅎ
게임프리크는 전통적으로 확장팩을 풀 프라이스로 재판매하는 상술을 부렸으나, 이번엔 준수한 가격의 DLC 익스팬션 패스를 판매하는 걸로 전보단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익스펜션 패스도 소/실 2종류ㅎㅎ....). 2개의 확장팩과 예전에 추가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타노스 당한 포켓몬들 일부를 컴백시켰습니다. 2개의 확장팩 중 '갑옷의 외딴섬'은 최근에 발매되었고, '왕관의 설원'은 2020년 가을에 추가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플탐이 매우 짧아서 저같이 추가 스토리만 보고 DLC를 구입하는 분들에겐 비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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