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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네가 된다 줄거리 및 평가

 

2018년도 4분기에 나온 백합 애니메이션 <이윽고 네가 된다>. 이미 원작인 만화가 백합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기 때문에, 애니화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깔끔한 그림체와 훌륭한 연출, 그리고 섬세한 내면묘사가 특징인 수작이며, 백합러라면 무조건 봐야 할 작품입니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여러 시각에서 해석한다는 점이 흥미로우며, 모순되며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코이토 유우는 친한 남자 사람 친구에게서 고백을 받고 곤란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학생회 임원 나나미 토우코는 누구한테 고백받아도 상대를 좋아할 수 없다며 유우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 이야기에 유우도 공감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토우코는 유우에게 사랑에 빠지며,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관계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의 포커스는 유우, 토우코, 그리고 토우코의 친구 사야카라는 세명의 주연 캐릭터들의 삼각관계입니다. 사야카는 토우코를 좋아하지만, 토우코는 유우를 좋아합니다. 유우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토우코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 인물들이 성숙해질수록 그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해나가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까칠한듯 하면서 생각이 깊고 배려심 많은 유우

유우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처음 토우코가 자신은 고백을 받아도 상대를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을 할 때 동질감을 느끼지만 곧 그것은 착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토우코는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하는 유우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죠. 유우는 토우코에게 애정은 아니지만 호감은 있어서 그녀를 적당히 받아주게 되고, 토우코가 유우를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듯한 모습이 됩니다.  

 

일부러 스스로의 감정을 밀어내며 거리를 두는 유우

 유우가 처음에 토우코에게 느끼는 감정은 말 그대로 무감정입니다. 물론 토우코를 좋아하는 선배로서 많이 따르고, 그녀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신경 쓰는 듯 하지만, 유우 스스로는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감정이라고 치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우코에게 설레며 연애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토우코를 절대 좋아할 있은 없을 거라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하고 싶어"라고 모순적인 생각 하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그 감정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무엇보다 토우코와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격한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는 유우. 원작에서도 그렇고 감정선 미쳐버리는 명장면

유우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토우코를 부러워하며, 토우코의 열렬한 애정 공새를 받으면서도 복잡하고 괴로운 마음이 듭니다.  머리로는 진심으로 토우코와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은 두근거리지 않고, 오히려 무겁고 혼란스러워집니다. 유우가 차마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토우코의 본심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유우가 변하는 순간 토우코는 유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둘 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엄친딸 그 자체로 보이는 토우코. 벗 쉬 이즈...

토우코는 겉으론 완벽해보이지만 실제론 굉장히 자존감이 낮으며,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캐릭터입니다. 받는 모든 고백을 다 거절하는 것도 다 이 이유 때문입니다. '나같이 형편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좋아하겠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혐오가 심합니다. 실제로 토우코는 소심하며 소극적인 인물이지만 언니가 죽은 이후, 누구에게나 사랑받던 언니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됩니다. 겉으로는 모범생에 인기 많은 학생 회장의 모습이지만, 그것은 토우코의 본모습이 아니라 그녀가 연기하는 언니의 모습입니다. 

 

고백(사랑)은 곧 '사슬'이라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느끼는 토우코

토우코는 사랑이 자신을 얽매는 사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연기하는 가면에 혹한 사람들이며, 그 가면을 벗는 순간 그녀에게 변했다며 손가락질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인 요구를 하며 그녀의 목을 조입니다. 유우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유우는 절대 그녀와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유우는 그 누구에게도 특별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특별하다고 취급받는 토우코를 있는 그대로 직시합니다. 완벽한 겉모습이건, 여리고 평범한 속모습이던, 유우는 그 어떤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토우코가 원하던 것이었기에 토우코는 아끼지 않고 유우에게 감정을 쏟아부으면서도, 모순적으로 그녀를 좋아해 주지 않길 바랍니다. 

 

넌 계속 그대로 있어줘 (날 좋아하지 말아줘)

유우가 속으로 괴로워하는 것도 모른 체 "넌 그대로 변하지 말아 줘"라고 말하며 지금처럼 곁에 있길 바라죠. 토우코의 모든 걸 너무나 잘 알고, 모든 감정을 받아주는 인물. 하지만 사랑한다며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 편리한 사이. 아이러니하게도 토우코는 유우에게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사슬을 채우고, 변하지 말라며 이기적인 요구를 합니다. 유우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좋아하는 낌새를 보이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유우를 괴롭게 하는 제멋대로인 인물입니다.  

 

학교에선 이미 부부로 통하는 으른 커플 (사야카 난 네편이다ㅠㅠ)

사야카는 토우코의 친구이며, 그녀를 짝사랑하는 인물입니다. 유우처럼 토우코의 속 모습과 그녀가 느끼는 콤플렉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유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토우코를 배려합니다. 유우는 토우코의 상처를 일부러 들춰내여 치료하려 한다면, 사야카는 일부러 토우코와는 거리를 두며 그녀가 하는 연기를 돕습니다.

 

얀데레의 기운이 살짝 보이는 사야카

겉으로는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이지만 라이벌인듯한 유우 앞에서는 살벌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모든 고백을 거절해버리는 토우코의 방침과 친구 관계가 깨질 것 같은 두려움에 고백하지 못하고 옆을 지켜왔지만, 유우를 만나고 변해가는 토우코를 보며 사야카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왜 자신은 유우처럼 하지 못했는지, 왜 먼저 토우코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자책합니다.

 

스토리와 대사 하나하나가 토우코의 인생관을 의미하는 학생회 연극

죽은 언니가 차마 마치지 못했던 학생회 연극을 부활시키며, 토우코는 그것이 자신의 존재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토우코가 연기하는 작위적인 삶을 상징하며, 내용은 토우코가 실제로 느끼는 딜레마 그 자체를 담아냅니다.  기억을 잃고 백지와 같은 상태가 된 주인공은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가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집니다. 원래 연극 내용에서 토우코는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며 과거의 삶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고 하지만, 유우는 그 선택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이 선택이 단순한 연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 끝난 후 토우코의 삶에도 영항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그렇기에 토우코가 연극이 끝난 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연극의 엔딩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유우, 토우코, 그리고 사야카 모두가 감정에 더욱 솔직해지며 변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짧지만 밀도 있게 만들어진 이 1쿨 짜리 애니의 유일한 흠은 엔딩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오리지널 전개 없이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으나, 애니메이션이 시작하던 시점에서 원작은 완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회 연극 직전에 정말 어정쩡한 포인트에서 끝납니다. 특히 연극이 모든 인물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인데, 연극 이후 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애니에선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원작이 완결되기 전에 애니화 되는 경우, 이렇게 애매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원작은 완결이 났으니, 애니 이후 내용이 궁금하다면 꼭 원작을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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