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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 추천하는 저의 인생작 식령 제로. 짧아서 정주행 하기도 편합니다

 

식령 제로 줄거리 및 해석

 

만화 식령의 설정과 배경을 빌린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인 <식령 제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지만 원작을 초월했다고 평가받는 수작이며, 개인적으론 인생작으로 꼭 꼽는 애니 중 하나입니다. 1 쿨의 짧은 내용 안에 스토리를 밀도 있고 긴장감 있게 채워 넣었고, 무엇보다 시작과 마무리가 완벽하여 스토리의 완성도가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제대로 된 백합 장르라고 하긴 힘들지만, 요미와 카구라의 관계가 백합러라면 충분히 환장할 만한 관계성이라 소프트 백합 정도는 될 거 같습니다.

 

 

주인공으로 소개되는 특전 4과 멤버들. 하지만 현실은 1화만에 퇴장하는 페이크 주인공

 

비극을 위한 완벽한 스토리 구조

 

1화에서는 주인공인 특전 4과의 멤버들이 소개됩니다. 팀원들 간의 연대감과 애틋한 감정, 주인공 동생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이 차근차근 소개되며 자연스럽게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합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1화 엔딩에서 특전 4과의 주인공들은 미스터리의 인물에게 순식간에 학살당합니다!!

 

 

살벌하게 등장하는 이 작품의 빌런이자 두명의 주인공 중 한명인 요미

 

실은 지금까지 소개된 주인공들은 페이크였고, 진주인공의 극적인 등장을 위해 사용되는 소품일 뿐입니다. 진주인공은 바로 그들을 쓸어버리며 등장하는 이 작품의 빌런, 요미입니다.

 

2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요미와 카구라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설명 없이 바로 사건부터 터지는지라 조금 몰입하기가 힘들게 느껴집니다. 일단 요미는 도시를 때려 부시고 다니는 악인인데, 그녀를 쫒는 요원들과 잘 알았던 사이 같으나 자세한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습니다.  요미와 카구라는 굉장히 가까웠던 사이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칼을 서로에게 겨누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때쯤 스토리는 그 질문의 답을 위해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이 애니의 구조는 현재 -> 과거 -> 현재로 진행되는데, 극적 아이러니(관객은 알고 있는데 등장인물은 모르고 행동함으로써 생기는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비극적인 느낌을 극대화시킵니다.  요미와 카구라의 비극의 시작점은 바로 그들의 행복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야만 추락할 수 있는 것처럼, 큰 행복을 느껴야만 그 행복을 잃었을 때 느끼는 불행함도 더욱 커지는 법이니까요.

 

 

식령 제로를 백합물로 만들어 버리는 그 유명한 빼빼로 씬

 

카구라의 구원자, 요미

 

츠치미야 카구라는 어머니가 죽은 후에 이사야마 가문에서 살게 되며 이사야마 요미와 만나게 됩니다. 카구라는 엄격한 집안에서 외롭게 자라와서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밝고 사교성 좋은 요미에게 카구라는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며 처음으로 가족의 따뜻함,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그렇게 둘은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며, 요미는 카구라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구원자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보여진대로 이 행복은 지속되지 못합니다. 요미의 사촌언니인 메이가 어떤 수수께끼의 소년에게서 살생석을 받고 타락한 뒤, 요미의 양아버지를 죽이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살생석은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소유자를 타락시켜버립니다. 결국 요미는 메이를 죽이게 되지만, 그녀는 그 수수께끼의 소년에게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공격을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요미는 두 달 후 가까스로 깨어나게 되지만 이미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되었고, 살인자라는 누명을 받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배척당하고, 약혼자까지 떠났다고 생각하며 절망합니다. 모든 걸 잃은 요미에게 마지막 희망은 카구라입니다. 하지만 카구라 마저도 요미를 완전하게 믿지 못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까지 믿고 옆에 있어줄 거라 믿었던 인물의 배신에 요미는 완전히 자포자기하여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살생석의 새로운 희생자를 찾고 있던 수수께끼의 소년은 요미가 가지고 있던 불안함과 열등감을 부추깁니다. 요미는 천재적인 전투 능력을 타고난 카구라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동시에 부러워했는데, 그 감정을 질투와 증오로 뒤튼 것이죠.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버린 요미는 살생석을 받아들이고 폭주합니다. 그리고 악령을 쫓는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초반에 나왔던 4과 멤버들은 물론, 같이 일하던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카구라는 가장 힘들었던 때에 요미에게 구원받았지만, 정작 요미가 가장 힘들 때 카구라는 그녀를 구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요미를 저렇게 망가트린 것이 바로 그녀를 마지막까지 믿어주지 못했던 자신이라는 죄책감에 카구라는 괴로워합니다.

 

 

마지막까지도 카구라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요미

 

꿈도 희망도 없는 요미의 비극

 

결국 카구라는 요미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전투를 위해 요미를 찾아갑니다. 그때까지 인간형 적은 죽이지 못했던 카구라는 요미를 향해 칼을 듭니다. 자신 때문에 요미가 저렇게 되었다고 믿는 카구라는 이 모든 걸 끝내야 할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요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순간에도 카구라를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간신히 이성을 찾은 요미는 살생석에게 마지막 소원으로 카구라에게 죽게 해달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망가졌지만 끝까지 요미가 붙들고 있었던 것은 바로 카구라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이었던 것이죠. 카구라의 손에 죽는 마지막 순간에도 요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하고, 카구라를 위로하며 감싸 안습니다.

 

카구라는 요미라는 구원자를 통해 새 삶을 얻었지만, 요미는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합니다. 

 

요미는 절대 이런 식으로 죽을만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명랑하고, 친절하고, 좋은 기운을 뿌리는 다니는 사람이었고, 더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불행은 끝없이 그녀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고, 그 누구도 구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그런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이 저질러버린 죄를 속죄라도 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희생합니다.

 

카구라는 요미를 죽인후에 절규합니다. 마지막까지도 요미는 희생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고, 카구라는 요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차라리 마지막에 죽어가면서 요미가 카구라를 저주했다면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요미를 죽이게 된 카구라는 그 후로 가차 없이 인간형 적을 죽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카구라는 따뜻한 온기나 든든한 보호막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라 혼자 상처를 참고 견디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죽였기에, 이젠 그 무엇도 죽일 수 있게 됩니다. 이젠 더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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