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줄거리 및 평가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고, 신파나 비극이 없는 재난 영화, <엑시트>. '유쾌한 재난 액션 영화'라는 소개를 듣고 그런 영화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에... 그게 가능하네요. 무거운 요소 없이 쫄깃한 긴장감과 유쾌함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대학교 산악 동아리 출신의 두 주인공이 유독 가스로 뒤덮인 도시를 탈출하는 내용입니다. 졸업 후 몇 년째 백수 생활 중인 용남(조정석)은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에 취업한 후배 의주(임윤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터진 가스 테러... 도시 전체가 패닉에 빠지고, 용남의 가족들과 의주는 유독 가스를 피해 건물 옥상으로 도망칩니다. 이러저러해서 가족들은 구조 헬리콥터로 떠나지만, 인원 초과로 결국 용남과 의주는 뒤에 남겨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클라이밍에 처돌아있는 산악인들이기에, 그 경험을 살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누비며 안전 구역으로 피합니다. 그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드론을 통해 생중계되고, 그들은 가까스로 구조됩니다. 가스는 도심에 비가 내리며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용남은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학생 때 좋아했던 의주와도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테러범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테러를 일으킨 범인에 대한 내용은 그냥 화학 회사에 원한을 가진 회사 직원의 소행이라는 짧은 뉴스가 전부입니다. 테러범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동기를 가졌는지, 그 빌런이 정의의 주인공과 어떤 관계인지, 앞으로 세상을 주인공이 어떻게 구해낼 것인지, 그런 거대한 마블 영화 급 스케일의 전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고 몰입하기가 좋았습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입니다. 집에서 구박받는 백수 취준생 용남. 성실하게 일해서 연회장의 부점장 위치까지 올라간 의주. 가스 앞에서 둘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울음을 터트리지만, 결국엔 본인의 목숨보다 위기에 빠진 다른 사람들을 살리며 올바른 선택을 내립니다. 그들이 엉엉 울 땐 짠하면서도 공감되고, 그러다 용기를 낼 땐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감정까지 올라옵니다.
이 영화에는 굉장히 한국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는 차별화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시작할 때 등장하는 놀이터의 풍경이나 부모님 칠순잔치에서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노래하는 장면ㅋㅋ 또, 주인공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하고 있을 때, 그 장면을 방송하는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 재난 영화에 안 어울린다 싶으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장면이죠ㅋㅋㅋ
영화의 단점을 꼽자면, 전개가 반복적이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닥치는 위기와 도망, 가까스로 탈출하나 싶다가도 다시 찾아오는 위기, 그리고 또 도망... 생각해보면 스토리가 별거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별 거 없는 스토리였기 때문에 오히려 피로함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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